▲ 김택규 목사. 전 감신대 객원교수

성직자들(목사나 신부)이 예배시 어깨에 걸치는 ‘영대’(領 帶,Stole)’의 기원은 무엇입니까? 그 형태는 로마시대의 귀족 복식에서 왔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상징성’은 예수님과 사도들에게서 그 기원을 찾아야 합니다. 요한 13장에 보면, 예수께서는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일일히 씻겨 주신후 그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고 했습니다. 이 수건(towel) 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초대 교회의 예배 중심은 ‘성찬식’이였습니다. 사도들에게 성찬식은 예수의 마지막 만찬을 재현하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눈물로 성찬식을 베플었습니다. 한데 그 성찬에서의 떡과 포도주는 오늘날 우리의 성찬식에서 보는것 같은 작은 떡조각, 작은잔이 아니었습니다. 음식상에 내 놓는 제대로 된 빵과 잔입니다. 이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릇과 상(table)을 닦는 ‘수건’입니다. 그래서 사도들 또는 예배 인도자들은 그때에 어깨에 수건을 두르고 성찬식을 주관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 허리에 두르셨던 ‘타올’, 그리고 사도들이 어깨에 둘렀던 수건이 바로 오는날 우리 성직자들이 예배 인도할때에 어깨에 두르는 '영대'(stole)의 기원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 타올의 상징과 의미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종’과 같이 ’섬기는것’(service) 을 나타내는것입니다. 식탁에서 겸손히 섬기는 종의 모습의 상징입니다. 따라서 목회는 바로 낮은 자리에 내려가 마치, 맥켄지(Fr. John McKenzie)가 말한것처럼, '하인'(lackey, 제복입은 하인)처럼,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섬기는 ‘타올 서비스’의 정신으로 행하는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목회자들중 어떤분들은 이 ‘섬김’의 자세를 버리고, 위에서 ‘군림’하는 태도로 목회하는 분들도 혹 없지 않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그렇게 되는것일까요? 그것은 목회자의 위치가 공동체의 수장, 혹은 회중의 대표의 ‘직’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목회하고 있는 교회가 커지거나 교단에서의 직위가 높아지는 경우, 혹은 여러면으로 그 목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경우에 그 목사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높은 사람’, ‘윗사람’이 된것처럼, 그래서 군림하는 지도자의 자세를 갖게 되기 쉬운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목사님은, 어떤 큰 회사의 회장님 혹은 CEO 같은 태도를 보이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의 사람처럼 행세하는 분들도 혹 있습니다. 차를 타거나 내릴때도 비서나 운전 기사가 달려와 허리를 굽히고 문을 열어주고 닫는 것을 (한국에서)가끔 보았었습니다. (미국 UMC에서는 아무리 큰 교회 목사라도 그런 ‘높은 사람’같은 대접을 받는 일은 없습니다.)

최근에 당당뉴스에 실린 필자의 , “교회세습’이란 용어는 대(對)사회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용어이니 우리 스스로 그런 용어를 쓸 필요가 있는가? ‘담임자 대물림’이란 말을 쓰자”고 말한 글을 보고 많은분들이 ‘리플’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두가지 글이 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나는 ‘담임목사는 그 위치가 권력의 자리다’ 라고 한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후배 목사님으로 보이는분이 올린 글 같은데) “김택규목사님은 장로의 가정에서 자랐고, 해병대군목으로 근무하다가 도미, UMC 목회를 하는등, 귀족목회’를 한 분이므로 그런 글 쓸 ‘자격’이 없다”라고 한것입니다.

우선 내자신을 얘기한다면, 부친이 장로님이신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신앙은 전수받았지만, 부친이 장로이기 때문에 목회적 어떤 혜택을 받은것은 전혀 없습니다. 군목으로 편한 목회를 했으리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나는 처음부터 ‘군목’으로 군대에 들어간것이 아닙니다. 감신 졸업후에 해병대장교로 입대했습니다. ‘해병 간부학교’에 들어가 거의 1년간 매일 ‘빳다’(bat,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리는것)를 맞고, 밤잠 자지못하며 ‘기합’을 받고, 추운 겨울 밤에, 완전무장하고 진해 바닷물 속에 처넣어지는 등, 악전고투의 훈련을 마치고, 어깨에 ‘소위’계급장을 달았습니다.

서부전선 최일선부대, 주저항선에 소대장으로 발령받아 ‘벙커 야전침대 생활하며, 밤잠자지 못하고 국가의 최전방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해병대 유니폼을 3년간 입은후에, 해군군목으로 ‘전과’를 받아 해군, 해병부대에서 또 뛰어다녔습니다. 그시절에는 군대도 배고픈 때였습니다. 서부전선, 김포 해병여단, 포항, 베트남 전쟁터, 진해, 해병대사령부 등, 2- 3년간씩 전속다니며, 뛰어다녔습니다. ‘귀족’이 어디 있습니까? ‘빳다’ 맞는 ‘귀족’도 있습니까?

나는 신학생 시절, 대신교회(현재 신촌에 있는) ‘개척’ 전도사였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산 허름한 군용천막을 ‘신촌동 산 1번지’ 언덕에 치고, 그 구석에 방을 하나 꾸며 거기서 자취를 하며, 지내는데, 겨울에는 방안에 있는 물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었고, 밤에는 (요즘 말로하면) ‘등산용 개스불’같은 램프로 불울 밝히고 예배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며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엉성하지만 천막교회에 종탑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1년쯤 지나자 교인이 좀 늘었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감리사님이 오라고 하여 가 보았더니, “그 지역은 ‘이대, 연대’가 있는 곳이니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목사님을 파송하겠소.” 라고 통고하는 식으로 말씀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뭇소리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북쪽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시골지역으로 파송받아 갔습니다. (그 당시는 ‘파송제’시절이였음) 이것이 ‘귀족목회’입니까?

나는 75년도에, S.M.U. 에 ‘유학’으로 미국에가서, 결국 ‘이민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민목회’는 한마디로 ‘종’의 목회입니다.(이민목회 개척시기에.) 새로 이민오는 사람 있으면 공항에 ‘픽업’나가고, 나의 아파트에 기거하게 하다가 아파트 얻어주고, 일자리 알선해 주고, 필요한 관공서에 데려가 수속 도와주고, 애들 학교 입학 도와주고, 운전면허 도와주고, 영어 통역해주고...등 등 ,그야말로 ‘하인’(lackey)같이 사람들을 ‘섬기며’ 뛰어다녔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성장되고 교회 건축도 마첬는데, ‘배척을 당해 밤잠 못자는 날도 경험했습니다. ‘이민목회’는 교회가 커저도 끝까지 ’개척교회‘식으로,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목회’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귀족목회‘인가요?

나는 감신출신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정회원’목사였습니다. 현재는 미국 감리교회 목사입니다. 한데 왜 당당뉴스에 글을 쓸 자격이 없다는것입니까? (타교파 목사님도 글을 올리는데.) “나는 분명히 대물림 반대한다. 그러나 감리교 선베목사의 하나로, 감리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언가 잘못된 용어는 고치는것이 좋지 않으냐?”고 건의도 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것인가요?

‘귀족목회’란 말을 나는 처음들어보는데, 아마 ‘대물림’한 교회에서 아버지 목사의 그늘 아래 있는 그 아들 목사같은 경우에나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요? ‘이민1 세 개척목회자’를 향해 ‘귀족목회자’라고 하는것은 일종의 ‘명예훼손’ 아닌가요?

이제 결론을 내립니다. 오늘날 현대인을 위한 목회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목회는 무엇일까요? ‘종’의 자세, ‘ 섬김의 목회’(The ministry of serving) 입니다. 현대인들은 극대화된 민주화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자기들 스스로 어떤면에서 ‘주인’ 노릇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라고 생각하며, 누구든지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스스로 모두 똑똑한체하며, 자기 권리를 주장합니다.

동시에 그들은 단절되어 있으며,고독하며, 무언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현대인에게 ‘권위주의’적 태도나 ‘윗 사람’ 행세를 하면 그들은 가까이 접근하지 않습니다. 왜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며 또 사회적으로 이른바 ‘안티 교회’(anti-church) 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읍니까?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이 그들에게 ‘높은 사람’, 가진자, 특수층으로 보이기 때문인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것입니다. 그래서 ‘담임목사의 자리를 권력의 자리’라고 말씀한분이 있는 것입니다.

허리에 ‘타올’을 두르고, 허리를 굽혀, 사람들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합니다. ‘영대’는 ‘타올 서비스’의 상징입니다. 그‘수건’을 어깨에 두르고, 사람들의 상처를 씻어주고 눈물을 훔쳐주며, 그들의 얼룩진 삶의 자리를 닦아주어야 합니다. ‘수건’을 손에 들고 그들의 ‘식탁’을 준비해 주어야 합니다.

목회뿐 아니라 교회를 섬기는 모든 직분 맡은자들은, 하늘의 영광된 자리를 버리시고, 당시 로마 지배권의 한 작은 ‘소수 민족’이였던 이스라엘 땅에 겸손하게 오신, 우리 주님께서 하신 다음의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항상 진정한 ‘섬김의 목회’에 임해야 할것입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왔노라.”(마 20:26-28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