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同名異人) 미국에 있는 친구목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올리는 글을 잘 보고 있답니다. Face Book에 매주 칼럼을 올리고 있으니 그 글을 읽었나보다 했습니다. 조찬모임이 있어서 나갔더니 목사님 몇 분이 제 글을 잘 보고 있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는 느낌이 낯설었습니다. 그분들은 제 페친이 아니라서 제가 쓰는 글을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읽었을까 생각하다가 짚이는 점이 있어서 물어보았습니다. "목사님, 어디에서 제 글을 읽으셨나요?" "당당뉴스에 올린 기사가 최 목사님이 쓴 글이 아닌가요?" 그러면 그렇지, 그분들은 당당뉴스 최우성 기자의 이름만 보고 글을 쓴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고 해명하는 일이 요즈음 많아졌습니다.

제 이름은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닙니다. 제 주변을 둘러보아도 동명이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교단 목사님들 중에서는 더욱 없습니다. 감리교 목회자 수가 9,880명인데 이전에는 단 하나 있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감리교신학대학 90학번에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진 후배가 입학했고, 그리고 감리교 목사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 목사님이 인터넷 신문에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면식이 없어도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근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기사내용까지 신선하고 좋아서 더욱 호감이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이름에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의 특징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제 이름에는 제가 그동안 했던 행동과 말,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름 석자, 그 자체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낄지는 몰라도 한 사람의 삶과 역사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 동일한 이름을 갖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만이고 독선입니다. 그러나 나와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날 전쟁을 앞둔 시점에 알렉산더 대왕 앞에 탈영병 한 사람이 잡혀왔답니다. 탈영병을 군법대로 다스리면 사형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왕이 탈영병을 보니 나이가 너무 어렸습니다. 마음이 약해진 왕은 한 번은 용서해 주겠다고 말하고 그 병사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 병사의 이름은 왕의 이름과 같은 알렉산더였습니다. 어린 탈영병으로부터 이름을 듣게 된 왕은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왕은 그 어린 병사에게 말했습니다. "네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가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 가룟인 유다는 스승을 은 삼십에 팔아넘긴 악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 중에 동명이인인 다대오 유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주님을 섬기며 훗날 아르메니아와 메소포타미아, 시리아지역을 다니며 복음을 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지명으로 볼 때 이란지역에서 3,500여명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 최우성 목사(태은교회). 당당뉴스 최우성 기자와 동명이인

내 이름은 훗날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께서는 내 이름을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합니다. 동명이인이 아무리 많아도 하나님은 내가 누군지, 내 이름이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다른 사람과 나를 착각하지도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시고 잘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사 49:16)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습 3:17)고 스바냐 선지자는 말씀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며 즐거워하실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것, 그것이 내가 붙들어야 할 인생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