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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수지 유감[푸른언덕 61호] 이일우(예산, 봉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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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3월 25일 (토) 00:00:00 [조회수 :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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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큰 저수지가 있습니다. 낚시꾼들이 아주 좋아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저수지입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외제 차 한 대가 일주일이면 2-3일씩 와서 그것도 평일에 아예 민박을 하며 낚시를 즐기고 갑니다. 아예 매주 옵니다. 그 옆에는 70세가 넘은 구부정한 마을 노인네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힘겹게 길가에 수확한 벼를 널고 있습니다. 30대가 될까 말까한 그 낚시꾼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고 노인네는 운명처럼 저주를 받은 사람인지 묻다가 이런 생각을 떠 올려 봅니다.


요즈음에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할만한 일들이 많이 터져나왔습니다. 추석 연휴에 전국을 뒤흔든 이른바 지존파 사건, 어느 택시 기사의 살인행각, 그리고 증인 보복살해 사건 등 온통 세상이 강력 사건에 휘말린 느낌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는지 아니면 저널리즘의 한 치부를 보는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보도를 볼 때마다 신문 방송에서는 연일 그 대책과 문제점을 보도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끓는 냄비와 같이 한동안 떠들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사건을 떠올렸는데 아직도 감옥에 있는 이른바 ‘대도사건’, 그리고 T.V에서 극화되어 방영까지 되었던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사건 말입니다. 그 당시 언론이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습니까? 그럼에도 과연 그러한 상활들이 호전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오히려 이와 같은 강력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더 이기적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내 자신과 가족의 안전만 생각하고 사회의 불의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애 버리는 이러한 보도들, 한쪽에서는 분배의 문제라고 진단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책임한 폭력문화의 산물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아침 방송에 나와서 이는 개인의 정신병적인 광태라고도 하고 다양한 진단을 내어 놓지만 슬그머니 그들이 제시한 처방은 어느새인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론들이 말한 그들의 진심의 일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진단한 다음에 슬그머니 모방범죄를 염려하는 언급 말입니다. 물론 이들 범죄자들의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방식은 추호도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권력에서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이른바 이 사회의 지도층으로 자리잡은 기득권층이 이러한 날벼락을 맞을까 하는 염려가 더 큰 것입니다. 이것이 언론의 정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러 경제사범들이 지나치게 관대한 형량을 선고받고 어떤 이는 아예 기소조차 되지도 않는 일을 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문민정부라고 하지만 과연 그렇게 달라진 것인지, 수백억 이상의 재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모으고 이제 해외로 도피하든지 아예 기소유예가 되든지 하는 모습, 지존파 사건에 덮여진 아마도 전국적으로 행해졌을 세금부정, 이는 5공 정권시절 새마을인가 뭔가의 단체에서 소를 농가에 입식하고는 막대한 돈을 챙기고 소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빚지고 죽고 한 사건의 당사자가 여전히 대로를 활보하는 현실과 똑같습니다. 빚을 이기지 못해 죽은 농민, 자기 소를 때려 죽인 농민, 그 때의 부채를 아직 갚지 못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단지 횡령이나 독직 뇌물사건으로 여기지 말고 그 때문에 몇 사람이 죽고 파산하고 망하고 하였기에 사람을 죽인 자 또는 빈사상태로 만든 자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니친 것인가요? 이러한 감정을 모방범죄와 연결시키는 이들이 참으로 한심합니다.


다시 저수지를 내려다 봅니다. 여전히 물은 차 있고 평일이든 주말이든 몇 대의 낚시꾼 차량은 여전히 서 있습니다. 무심한 경운기는 지친 표정의 농민을 달고 털털거리며 지나갑니다. 지금 눈에 들어온 풍경입니다.       푸른언덕

    이일우(예산, 봉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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