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현장 고발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아침 일찍 킬링필드 현장을 방문하다.
대수롭지 않은 마음으로 방문했다가
놀라 나자빠질 뻔 한 비극의 현장을 보았다.
6년 전 다녀간 경험이 있지만
그 때완 또 다른 느낌이다.
인간 속에 감추어진 사악한 마음은
동물보다도 더 잔혹하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인다.

역사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한다.
어느 편에 치우친 해석을 역사적 사실로 보전해선 안 된다.
잘못된 역사는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가해자 측으로부터 분명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
분명히 잘못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입장에서서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직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합리화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또 다시 그런 위험한 사건을 벌일 수 있다.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한 올바른 역사관을 갖지 않은 자가
정치 지도자가 되면 그가 인도하는 길은 멸망의 길이다.

캄보디아는 비록 최빈국 중의 하나이고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나라이지만
비운의 킬링필드 역사를 사실 그대로 보전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는 이런 비극의 역사가 잃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당시 가해자의 입장에 있던 훈센총리가
현 정권의 실세로 버젓이 살아있음에도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사실대로 보여주는 면은
캄보디아의 미래 역사가 매우 희망적임을 가늠하게 된다.

킬링필드의 현장 - 앞에 보이는 탑이 유골을 모신 곳

'죽음의 뜰'이란 의미의 킬링필드(Killing Field)는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정권 때,
크메르군에 의해 수천 명이 학살되어 매장된 곳이다.

지금부터 37년 전인 1975년 4월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함에 따라
약화된 캄보디아의 친미 론놀 정권을 몰아낸 크메르 루즈의 지도자 폴 포트가
'농민천국'을 건설한다며 1979년 1월 베트남군이 프놈펜을 함락할 때까지
4년간 자국민을 대상으로 대량학살을 자행하였다. 당시 폴 포트가 정권을 잡자
론놀 정권의 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국민들은 환영하였다.
그러나 폴 포트는 새로운 '농민천국'을 구현한다며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강제이주 시키고, 화폐와 사유재산, 종교를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론놀 정권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식인, 정치인, 군인은 물론 국민을 개조한다는 명분아래
노동자, 농민, 부녀자, 어린이까지 무려 전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만 명을 살해하였다.
그리고 크메르 루즈 정권은 1979년 베트남의 지원을 받는
캄보디아 공산동맹군에 의해 전복되었다.

이는 캄보디아 뉴욕타임스 특파원 시드니 쉔버그의 글,
'디스프란의 생과 사(한 캄보디아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글은 1980.1.20 뉴욕타임스에 실렸고
쉔버그는 이것으로 퓰리쳐상을 수상하였다.
이 글은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 필드'의 토대이기도 하다.

한편, 2003년 6월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은
과거 크메르 루주 정권에 의해 자행된
집단학살에 대한 재판을 하기로 합의하고
집단학살 관련자 처벌을 목표로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특별재판소를 설치키로 하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다.

450명을 생매장 해서 죽인 곳

뫼벗님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캄보디아 비운의 역사를 기록하였다.

“흔히 들어왔던 '크메르 루즈(krmer rouge)'란 과연 무엇인가?
글자대로 크메르는 '캄보디아 민족'를 뜻하며
루즈는 캄보디아어로 '붉은'이라는 뜻이다.
합해서 '붉은 크메르'라는 캄보디아의 공산 무장단체의 이름인 것이다.
그러면 왜 '크메르 루즈'란 이름이 그렇게 악명 높게 알려졌을까?
베트남에 대항 목적으로 미군(닉슨대통령)이 양성시켜놓은 반인륜적 단체이다.

1967년에 결성되어 월남전이 거의 끝나는 1975년에
이 단체는 캄보디아 정권을 장악했다.
이들의 잔인무도한 행위는 이때부터 시작했다.
행정, 관리, 문인 등의 모든 지식인들을 포함해서
조금이라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깡그리 색출해 무참히 학살했다.
베트남전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을 다양하게 압박한다.
그 방법은 주변국가로부터의 지원을 차단하기위해
주변국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것!
주변국이었던 캄보디아도 예외는 아니었고
결국 폭격에 의해 무고한 국민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가족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아야 했던 힘없는 이들은
공산주의자 폴 포트를 수장으로 내세운 뒤
크메르 루즈라는 이름으로 단결했고,
친미 정부는 공산주의를 외치며 들고 일어난
자국민들과 크메르 루즈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1차 킬링필드로, 80만이라는 희생자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사임하게 되었고,
그제야 캄보디아에 대한 폭격도 멈추었다.
크메르 루즈군은 수도 프놈펜에 입성했다.
종전의 기쁨을 나누고자 시민들은 시내로 뛰쳐나왔고,
정부군도 미국에 속았다며 그들을 환영했다.
지긋지긋한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 피비린내 나는 또 하나의 잔인한 학살이었다.
미국에 대한 증오가 깊었던 크메르 루즈군은
우선적으로 외국인과 관련된 사람들을 죽였고
그러고 나서 지식인들을 학살했다.
크메르 루즈군의 대부분이 비 지식층의 가난한 계층이었기에
지식인과 부유층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이것이 2차 킬링필드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자들 뿐 아니라
외국어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은 자도 죽였으며
의사, 공무원, 선생님 같은 직업의 사람들은 학살 1순위였다.
그저 지식인층이라는 이유만으로...
글을 읽을 줄 아는 지식인을 가려내는 방법은 너무나 터무니없었는데,
바로 안경 낀 사람들을 골라 낸 것이었다.
또한 부르주아도 학살 대상이었는데,
부르주아 대상자로 분류된 이들의 기준 또한 기가 찰 노릇이니,
손에 굳은살이 없다고, 얼굴이 하얗고 피부가 곱다고,
시계를 찼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해야 했다.
그 안에는 임산부와 어린이, 그리고 갓난아기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학살이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그야말로 무차별적으로 죽였는데,
그때 학살을 자행했던 크메르루즈 군들의 평균 연령은 15세 정도였다.
그들은 세뇌교육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나 이외의 사람은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되고
유일하게 믿는 것은 그들의 공산적 신념뿐이라는 교육은
그들의 가족마저도 적으로 만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당연하고 쉬운 일로 여기면서 학살은 더 심해졌다.
갓난아이를 죽이는 것에는 총알도 아깝다고 생각하여
커다란 가시가 있는 슈가 팜 나무에 던져 찔려죽도록 했다고 한다.
폴 포트의 머릿속의 이상적인 공산국가는 원시적인 농경사회였기에
폴 포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국민을 농경지로 강제이주 시킨 뒤 노역을 강요했다.
강제로 이주 당하는 도중에 그들은 지쳐 쓰러졌는데
이렇게 뒤쳐진 이들은 또 죽음을 맞이했다.
아파도 치료해 줄 의사는 이미 모두 죽었기 때문에
무작정 걸어야 했고 일을 해야 했다.
질병과 기아, 피로 등으로 또다시 80만의 무고한 생명이 사라졌다.

이로써 캄보디아 인구의 1/4 인 200만의 사람들이
채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사라진 것이다
남은 자들은 지식인들의 죽음을 지켜봤던 터라
배움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공부하지 마! 죽고 싶어?" 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로 인해 캄보디아의 사람들은 배움을 멀리하게 되어
오늘날까지도 문맹률이 60%에 이른다고 하니 가슴 아픈 그들의 현실이다.
그로인해 그들의 문맹률은 현재 캄보디아의 성장에
많은 장애가 되고 있으며 문맹은 거리의 간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문맹자를 위하여 간판에는 그림으로 무엇을 하는 곳이라고 표시해야 하니
그들 민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전시해 논 유골들이 곧 살아서  뛰쳐 나올것만 같다

순진하고 착한 캄보디아 인들을 이간시켜
동족이 동족을 살해하는 비운의 역사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평화를 위한다고
남의 나라에 간섭한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분단된 원인과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 민족이 서로 원수처럼 지낼 수밖에 없게 된 것도
평온한 나라를 침범한 일제와
평화를 유지시켜 준다고 간섭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서
이렇게 됐음을 추호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국가 경제 문화가 발전하더라도
국민이 자립정신과 자주독립의 의지를 갖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하려고 하면
언젠가는 고양이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어
생선도 잃고 결국엔 자기도 먹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 점을 유념하여 기성세대는 과거에 안주하려 하지 말고
젊은이들은 아픔의 역사를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역사발전을 위하여 도약해야 한다.

전시실에 크메르 루즈의 잔학한 살상행위를
사진으로 자세히 전시해 놓았다.
살인마 폴 포트의 사진을 보던 장로님이
“인상은 시골 아저씨처럼 어질게 생긴 분이
저런 흉악한 일을 저질렀다”고
혼잣말을 한다.

사기꾼처럼 생기면 사기를 치지 못한다.
사기 치기 전에 미리 사람들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진짜 사기꾼은 양순하고 여자처럼 부드럽고
거짓말할 줄 모르는 매우 선량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그 인격에 반해서 따라 갔다가 당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이념에 사로잡히면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그 이념을 수호하기 위하여
죽음을 불사하고 맹종한다.
그런 면에서 종교도 하나의 이념이 되고 교리가 되면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성을 잃고, 주위를 생각하지 않고
남을 정죄하고 자기만 옳다 한다.

참혹하게 살해당해 돌아가신 분들의 현장을 돌아본다.
웅덩이에 수백 명씩 넣어 산채로 흙으로 묻어 죽인 곳도 있다.
감옥에서 칼과 창과 인두로 지져 죽이기도 하였다.
연약한 어린아이들을 들어 나무에 머리를 패대기쳐 죽이기도 하였다.
도저히 인간성을 갖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차마 눈 뜨고 보기 민망한 장면들이다.
돌아가신 수천분의 해골을 탑처럼 전시해 놓았다.
유리로 내 비치는 수많은 해골들이 입을 벌려
아우성치며 ‘억울함과 한’을 좀 풀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비참하게 죽인 나무에 관광객들이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무에  구슬을 달아 놓다.

어떤 분이 캄보디아에는 귀신이 많다고 했다.
귀신을 믿지 않는 분인데도
캄보디아에 간 어느 날 자기 앞에 귀신이 나타나서
산 사람처럼 한 참 얼씬거리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았단다.
그 후 그는 정말 캄보디아에는 대낮에도
사람 모습을 하고 다니는 귀신들이 있다고 믿게 되었단다.

이곳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수많은 분들의 해골(유골)을 보니
그분이 체험한 귀신이 이해가 간다.
저 한 맺힌 분들의 한을 어떻게 풀어 드려야 하나!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의 큰 숙제다.
아니 우리 인류의 큰 과제이다.
망자뿐만 아니라 아직도 여전히 살아있는
망자 자손들의 슬픔과 한은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는가.

나의 관심은 살아있는 캄보디아인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일이다.
정신치유 목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캄보디아 국민은 정신건강의 회복을 위해서 집단치료를 요한다.
이 치료 방법은 말이나 돈으로 보상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너무나 많은 국민이 동시에 앓고 있는 문제라
인간의 방법으론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 나라 국민들의 정신을 더욱 혼미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민족끼리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차라리 외세의 침략을 받아 어려움을 당했다면
민족적 단결심이라도 생길 수 있지만
같은 민족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 이런 비참한 일을 저질렀으니
정신질환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겐 집단트라우마 증후군이나 집단 우울증후군이 있을 수 있다.

집단 트리우마(Trauma) 증후군이란
예기치 못했던 어떤 동기로 인하여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고 일으키는
충격이나 상처를 말하는 의학용어다.
그리고 집단우울증이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염려와 두려움과 슬픔,
또는 여러 유사한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거나
마음과 몸이 모두 침울하여 무능감과 번민, 염세, 자살기도 등을 내타내는
우울증상의 병으로서 의학용어로 히포콘드리(Hypochondrie)라 말한다.
 
트라우마 증상과 우울증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들은 인간 개개인에겐 흔히 있을 수 있고 일어 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인류 사회문화의 고도진전과 산업화 및 경제사회의 발달과
정치적 야망과 종교적인 갈등으로 인한 반목 등이
전 사회집단에 끼치는 폐해가 놀랄 정도로 많아지고 있어
사회전체의 집단화 현상으로 변하고 있다.
마치 전염병에 감염이라도 되듯 집단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선량한 많은 시민들은 이에 시달려
집단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걸려 시름을 더하고 앓고 있다.

이 증후군의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미국을 겨냥한 9·11 테러 직후 미국인의 44%가
심각한 스트레스 증상을 일으켰다는 미 여론조사의 통계를 보거나,
직접 사고를 당한 뉴욕시민들은 거의 100% 가 이 집단트라우마 증상을 겪었고
지금도 불안에 잠기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중후군 환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 전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민의 1/4이나 되는 많은 수가
미치광이 독재자에 의하여 영문도 모르고 생죽음을 죽었으니
그 억울한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던 가족 친지 국민들에게
이런 증후군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킬링필드의 현장에 와 보니
비로소 이 나라에 정신병자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

잔혹하게 동족을 죽이면서도 자기신념에 빠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