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거짓말이다. 사람이라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도 거짓말은 한두번 정도 했을 것이다.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 자체로 사람을 정죄할 수는 없다. 때로는 한 마디의 거짓말이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또 죽이기도 한다. 문제는 생명을 죽이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불가피한 것임을 인정한다 해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 있다. 그것은 기독교에서도 십계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니 '이웃을 해하기 위한 거짓 증거'로서의 거짓말이다. 성서가 제시하는 십계명 중 제9계명은 '이웃을 모함하는 거짓 증언을 하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법적인 증언으로 발설된 거짓증언은 신이 정죄하는 매우 중대한 죄명 중 하나이다. 즉 용서 받을 수 없이 반드시 죄값을 치러야 하는 죄목이라는 것이다.

이런 여러 정황들을 고려한다 해도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이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용납이 되어서도 안 되는 판이 있다면 바로 정치판이다. 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여탈과 손익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나서려는 이들은 선의이든 악의이든 일체의 거짓을 말하지 말고 오직 사실만을 말해야 할 책임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의미가 깊어서 의회 혹은 재판정에서 가장 깊은 양심을 상징하는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다르다고 해야 할지 틀렸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집단에 정치인은 항상 상위에 오른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정직하다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사실관계나 윤리적인 결단이 아니라 당리당략,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만 복무하기 때문에 진실 따위는 언제든 개에게나 던져줄 수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치인들이 휩쓰는 나라라면 그 미래가 암담할 따름이다.

최근에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거짓말이 세간의 논쟁거리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정준길은 안철수 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이 출마하면 죽는다'는, 다분히 협박조의 말을 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금 변호사가 공개하자 정 위원은 협박한 적이 없으며 친구 사이의 편안한 농담 정도였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관계자는 마치 정 위원의 마음 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이 '하더라'가 아니라 '했다'는 어미를 사용하여 정 위원을 두둔하는 한편 보수 언론을 동원하여 오히려 금 변호사를 '친구 사이조차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사람'으로 매도하였다.

그러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지는 법! 정 위원이 탔던 택시의 기사가 나타나 정 위원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죽인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정 위원의 즉각적인 반응은 택시를 탄 적이 없다는 것이었고 이를 반박하는 CCTV화면이 공개되고 택시기사의 블랙박스 공개 여부로 초점이 모아지자 정 위원은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착각을 했다며 택시를 탔던 사실을 시인하였다. 그의 거짓말은 스스로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시인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어처구니 없는 방향으로까지 나갔다. 택시를 탔는지 안 탔는지, 그리고 택시에서 협박성 발언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종편의 생방송에 출연하러 가던 정 위원은 다분히 고의로 의심할만한 교통사고를 내고는 병원에 입원해 버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거짓말이 게속 거짓말을 낳았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 낳은 거짓말은 점점 더 커졌다.

참으로 암담하다. 정치인이, 그것도 다수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보좌한다는 정치인이 협박도 모자라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양산해내고 있으니 말이다(물론 야당 정치인도 거짓말을 한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놀랍지도 않다. 만약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단번에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더 놀라고 당황스러울 것 같다. 이게 국민들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일상적인 태도가 아닐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이 지금까지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였다 해도 이제 더이상은 안 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들이 사소한 거짓말은 물론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말, 누군가를 죽이고 어떤 생명인가를 파괴하는 그런 거짓말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이제는 그런 거짓말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더욱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마음가짐으로 거짓증거하고 남을 모함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드리거나 생명을 상처 입게 하는 거짓말을 하는 이들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국가적 위기는 거짓말이 만연하고 진실을 왜곡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위기상황이다. 지나간 일이라고 덮어둘 일이 아니다. 상하고저를 막론하고 거짓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죄를 묻는 정직함이 한 사회를, 한 국가를 건강하게 하는 동력임은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