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장통에 있는 오중석 작가(도자기캐릭터인형) 작업실에서 지난 7일 그를 만났다. 그의 작업실 이름은 '위드오(with oh) 공방'이다. '오(오중석)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란 의미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작가'로 통하는 그다.

도자기와 캐릭터인형의 만남이란?

요즘 차고 넘치는 게 캐릭터 인형이다. 하지만, 오중석 작가가 만든 캐릭터 인형이 특별한 건 순전히 작품소재 때문이다. 바로 도자기 흙으로 도자기 기법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것.

▲ 오바마 슈퍼맨 오중석 작가의 손에 들려진 오바마 슈퍼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캐릭터화 해서 만든 도자기인형이다. 사람들은 이런 도자기인형을 자신의 얼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온다고 한다.

도자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잘 안다. 도자기 하나가 세상에 선보인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란 걸. 1200도의 불에도 견뎌내어야 만들어 진다는 걸. 그것도 초벌이 아닌 재벌을 해야 된다는 걸. 수없이 많은 도자기들이 깨지고 버려지고 뭉개어짐을 당할 때 겨우 살아남은 작품이란 걸. 도자기 하나가 작품으로 탄생한다는 건 오롯이 산고를 거쳐야 한다는 걸.

그냥 흙으로 만든 캐릭터인형과 도자기캐릭터인형, 뭐가 다를까. 그것은 속이 차고 비어 있음이다. 흙으로 만든 인형은 속이 흙으로 꽉 차 있다. 반면 도자기인형의 속은 텅텅 비어 있다. 왜 비어 있을까. 그건 1200도의 고온에도 견뎌내기 위함이다. 꽉 찬 흙은 열을 가열하면 뭉개지고 터지기 마련이다. '욕심을 버린 사람이 시련을 잘 견뎌낸다'는 철학을 만나도 좋을 듯하다.

도자기인형은 조각인형과도 다르다. 조각가들이 만든 인형은 작품에만 몰입한다. 그 작품 하나가 멋있게 나오도록 거기에만 신경 쓴다. 반면 도자기캐릭터인형은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온에 견뎌낼 것, 고온을 통해 작품의 모양이 변형 되는 것 등을 감안해야 한다. 도자기 인형이기에 때론 표현의 한계도 있다는 걸 오작가는 잘 안다.

"실제로 캐릭터 인형을 구우면 눈에 띄게 작아지죠. 재벌을 하면 더 작아져요. 수분이 빠져나가는 거죠.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땅의 흙이 아닌 전혀 다른 성분으로 바뀌어요.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거기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도 함께 빠져나는 겁니다. 그렇기에 도자기는 천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게 되죠. 누군가 파손만 하지 않는다면."

아하, 그래서 고려청자와 이조백자가 가치가 있는 거구나. 천년을 살아도 변질이 되지 않는다는 점, 깨지기 쉬운 것이 깨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점 등이 가치를 올리는구나. 그럼, 이 도자기캐릭터인형도 그렇다는 거 아닌가. 이거야 말로 전통과 현대가 만난 퓨전이네 그려.

도자기캐릭터인형, 이렇게 만들어지네.

슈퍼맨과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오바마 슈퍼맨'으로 탄생한다. 그것도 도자기로 만든 오바마 슈퍼맨. 그것이 탄생하려면 이렇다.

▲ 캐릭터인형 얼굴 그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캐릭터인형 얼굴들이다. 지구별에 한 사람도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없기에 이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오중석 작가. 그는 도자기캐릭터인형과 사랑에 빠졌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 특징을 살려 종이 위에 캐리커쳐 한다. 그렇다. 길거리에서 작가들이 해주는 바로 그 캐리커쳐다. 그 사람의 얼굴 중 특징을 살려 단숨에 그려내는 그림이다.

이때, 단순히 있는 그대로 따라 그리지 않는다. 그 사람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다. 그것 또한 외모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 사람의 성격, 태도, 분위기 등을 종합해서 캐릭터를 잡아낸다. 사실 여기 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 캐릭터를 흙으로 빚어내야 한다. 캐리커쳐한 얼굴의 특징을 제대로 묘사해야 한다. 이때도 무턱대고 얼굴 모양을 만들어선 안 된다. 1200도의 불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초벌과 재벌, 색칠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오바마 슈퍼맨'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꿈으로 만들어간다.

이렇게 쉽게 설명했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이라 시행착오도 참 많았다. 서양에도 동양에도 도자기캐릭터인형은 생소한 분야다. 오작가 혼자 독학으로 만들어가는 길이다.

그렇다. 국내 유일이라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그럴 정도로 생소한 분야가 바로 이 분야다. 이걸 가르쳐주는 대학도, 기관도 없다. 도예과를 나와 도예를 하던 오작가가 어느 날부터 일구어온 분야다.

그 어느 날이란 8년 전 어느 날이다. 한 유치원의 교사로부터 자신의 제자들의 얼굴을 도자기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다. 만들어줬더니 좋아하더란다. 그때부터 거의 무료봉사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도자기캐릭터 인형을 만들어 줬단다.

그 후로 도자기캐릭터인형과 사랑에 빠졌다. 캐릭터에 관심 있다는 건 사람의 얼굴에 관심 있다는 것. 지하철을 타든 어디를 가든 사람 얼굴을 관찰하곤 했단다. 세계의 6억 인구 중 하나도 똑같은 얼굴이 없기에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다는 그다.

▲ 오중석작가 그는 지금 도자기캐릭터인형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다. 그는 이 순간만큼은 어느 순간보다 집중한다.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조각칼도 그가 만든 것이며, 그동안 그가 만들어낸 노하우는 1000가지나 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꿈은 길거리서 사람들을 상대로 이 작업을 하는 것. 그 자리서 캐리커쳐한 후 캐릭터인형을 만들어 주는 거다. 그것이 빠른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기에 그는 노력하고 노력한다. 제작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오늘도 오작가는 그의 공방에서 수많은 얼굴들을 상대로 산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