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톤레삽 강을 건너
(2012년 7월 29일 주일)

오전 5시 30분 꼼뽕츠낭 시 소반품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와
일행이 전세 버스로 시내 식당에 가서 이른 아침을 먹고
8시까지 어제 여름성경학교를 하였던
뜨러빼앙 끄러완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먼젓번 심방할 때 교회에 온다고 약속한 이들이 왔다.
어린이들도 어제보다 더 많이 왔다.
대원 모두가 평소처럼 특송과 연주를 하고
오늘 주일설교는 담임목사인 K선교사가 하다.

설교시간에 K선교사가 설교를 하는 줄 알았더니
한 참 지켜보니 설교를 하는 게 아니고
무언가 교인들과 열심히 큰소리로 암송을 한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약 10분 이상 선교사를 따라서 암송한다.
암송해 갈수록 점점 힘이 나고 목소리가 커진다.
모두들 긴 문장을 잘 외워 따라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나중에 물어보니 기독교의 기본 진리가 되는 핵심내용을 정리하여
암송하도록 가리킨 것이었다.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설교도 하지만 설교하기 전에 서로 한 목소리로 암송하면
단결심도 생기도, 의미를 되새기며 은혜도 받고
그로 인해 기독교정신이 몸에 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현지 언어가 능숙하지 않을 경우에는
예배시간에 이렇게 하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을 외국인 선교사들이
지루하게 설교하여 교인들을 졸게 만드는 것 보다는
이렇게 암송을 시키면 졸지도 않고,
설교 이상의 좋은 성경내용이 담긴 것이니
어린이는 물로 어른들 신앙훈련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미국에서 요즘 크게 부흥하는 레이크우드 처치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예배를 마치고 모두 밖에 나가 분반시간을 갖는다.
선생님들이 어제처럼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주며
오전 중으로 이 교회의 사역을 모두 마쳤다.
더 오래 머무르고 싶지만
점심 식사 후 또 다른 미션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엔 뿌 교회를 가기로 되어있다.

뿌 교회는 배를 타고 톤레삽 강을 건너가야 한다.
캄보디아는 큰 강이 두 개 있다.
우측으로 티베트에서 중국을 거쳐 흘러내려오는 메콩강이고
하나는 톤레삽 호수에서 내륙지방으로 흘러내려오는 톤레삽 강이다.
이 두 강은 수도인 프놈펜에서 만나 바다로 흘러간다.

동양 최대의 호수로 불리는 톤레삽 호수는 캄보디아 인들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캄보디아 면적의 15%를 차지하면서 그 다양한 식물 및 어류를 통해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60% 이상의 단백질을 공급한다.
톤레삽 호수는 건기인 10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는
상류에서 호수의 물이 프놈펜 쪽으로 흘러
메콩강과 만나 메콩강 삼각주로 흐르지만,
우기인 4월에서 9월까지는 메콩강물이 역류하여
톤레삽 호수로 흘러든다.
그 우기때 물고기들이 호수로 흘러 들어와
물속에 잠긴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
그때 호수의 수표 면은 3배까지 넓어진다.
범람했던 물이 빠지고 나면 호수와 강 주변은
퇴적물로 인하여 비옥한 토양이 된다.
이 때 곡식농사나 야채를 재배하면 풍성한 수학을 얻게 되므로
캄보디아는 언제나 풍성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

톤레삽 강변 부두에서 조그만 배를 타고 뿌 교회를 향한다.
강줄기가 여기 저기 갈라져 있어 마치 여러 갈래의 도로와 같다.
배가 부두에서 떠나 넓은 강으로 조금 가다가
왼쪽 옆으로 난 조그만 골목 강으로 가더니
다시 큰 강줄기를 만나 우측으로 간다.
강에서 장사하는 보트 상인들이 한 참 따라붙다 되돌아간다.
벌써부터 메콩강의 강물이 톤레삽 강으로 역류하여
중국에서 흘러온 흙탕물이 강을 누렇게 만든다.
얼마 안 있으면 더욱 많은 물이 역류하여
톤레삽 호수까지 들어가 호수를 범람하게 만들 것 같다.

배 갑판 위에서 중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다.
한 보살 아주머니가 내 옆에 있는 중들에게
비닐 주머니에 얼음을 넣어 만든
맛있는 캄보디아 냉커피를 한 봉지씩 사다 준다.
“나도 당신네들 입장에서 보면 ‘몽크’이니 나도 한 잔 달라”고 농담하니
보살 아주머니가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눈을 흘긴다.
강물 위를 약 45분 달렸을까 배가 목적지의 조그만 부두에 도착한다.
부둣가의 전형적인 초라한 상가에서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다시 롬머를 두 대 대절하여 약 20분 시골의 들판 길을 달린다.
캄보디아 시골은 어디가나 넓은 들이 있어 풍요로워 보인다.
오후 3시, 잘 경지 정리된 농촌마을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뿌 교회에 도착하다.
정확한 지명은
꼼뽕츠낭주 꼼뽕레인 디스트릭트 뽀 빌리지
뿌레아꼰 뽀리 쏟(거룩한 은혜)교회 이다.

이곳은 1999년 당시 처녀였던 쎄잉싸우피어 목사가 개척하여
2003년에 교회를 건축하였고,
서울 필동에 있는 모 교회에서 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 못썸낭씨가 열심히 부인을 도와 교회를 섬긴다.
우리가 도착하여 예배를 드릴 때도 남편이 기타를 치고
열정적으로 찬송을 부르며 예배를 인도하여 그가 목사인줄 알았다.
그는 하나님께 다섯 명의 자녀를 달라고 기도 했는데
현재 4명의 자녀를 두고 부인이 또 한명 임신 중이라 목표는 달성했는데
앞으로 자녀양육비가 문제라고 기도부탁을 한다.

예배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전
해는 넘어가고 공기가 선선하여 마을길을 산책하다.
현장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있기에
오지에 나오는 재미가 있다.
노동자처럼 봉사만 하다 가면
아무 것도 배우는 게 없고, 남는 것도 없다.
현지에서 접하게 되는, 공기, 바람, 집, 사람, 나무, 동물 등
모든 것들이 새롭고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언제나 시골길은 마음에 평안을 준다.
이곳의 길은 어딜 가나 적갈색 사토를 깔아 놓아 더욱 예쁘다.
가끔 목동들이 소들을 이끌고 마을길을 지나간다.
험상궂은 물소들이 무리지어 주인의 감시도 없이 길옆에서 풀을 뜯는다.
현지인이 알려준다. 물소는 위험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이 마을은 소들을 많이 키우는가 보다.
어떤 집은 방목하는 소가 50여 마리나 되는 집도 있다.
넓은 평야지대이고 자연 목초지가 많아 초식동물 기르기에 알맞은 곳이다.
농토가 넓고, 가축을 많이 기르니 이들의 살림살이는 가난해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이 보면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난한 후진국들에 비해 이곳은 전혀 궁핍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이 마을은 농토가 풍부한 부촌 같다.

저녁 먹고 난 후 일찍 해가 떨어지자
모두들 교회 바닥에 마련한 컴컴한 모기장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매일 강행군을 하니 젊은이인들 피곤할 수밖에!
나는 일찍 자기가 아쉬워 혼자 뜰에 나와 앉아 시원한 밤바람을 쏘이며
까만 밤하늘의 별도 쳐다보고 가끔 지나가는 반딧불도 보며
정겨운 시골 야경을 즐긴다.
밤하늘을 보며 혼자 감상에 젖는다.

지난해 이곳에 선교하러 왔던 사람들이
밤에 신발을 모두 잊어버렸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 자다가 나와서 신발을 모두 들여놓는다.
사택 쪽에서 누군가 말한다.
그래서 오늘은 경찰관이 밤에 와서 지켜주기로 했다고!
이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산 외제신발을 신게 되면
대단히 멋쟁이라고 소문이 나겠다.

꼭 여기만 도둑이 있는 게 아니고, 어디가나 도둑은 있다.
자기 물건은 항상 자기가 잘 챙겨야지
흘리고 돌아다니며 남을 탓하면 안 된다.
혼자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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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볕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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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윤동주가 고향인 북간도를 떠나
서울에서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다니던
1941년11월 5일에 쓰인 작품으로
떠나온 고향(북간도)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가을밤이다.
시적 화자는 쓸쓸하고 고적한 가을밤에 별을 헤아리며
자신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명상 혹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이 시에서 핵심적인 이미지는 '별'이다.
별은 언제나 우리에게 순수나 동경, 이상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별은 어둡고 불안한 밤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밝고 아름다운 이상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러한 별의 이미지와 결부되어
제5연까지는 아름다웠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화해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제6연에 이르러서는 현재의 시점으로 되돌아온다.
이상의 세계가 멀 듯이, 시적 화자가 처하고 있는 현실은
먼 북간도처럼 식민지적 상황으로 인한 실향의 세계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런 현실을 절감하면서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부끄러운 내 이름자를 '흙으로 덮어 버리'고
그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것이다.
여기서 시인의 고뇌에 찬 자아성찰이 부끄러움의 정서를 통하여 나타난다.
그러나 그러한 정서는 결코 감상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마지막 연에서와 같이 자연의 순환적 질서를 통한 재생의
의미에 의해 희망으로 반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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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자녀로서 이 땅에 살면서
난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예수의 제자로 산다면서
목사라는 성직의 칭호를 들으면서
난 무엇을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하는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게 참으로 부끄럽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득한 별 속에 생각나는 지명들이 있다.

박타풀, 랑탕계곡, 칸진곰파, 푼힐, 사랑곳.
콜카타 빈민가, 강폭피.
모라뚜아 쓰나미 촌.
양곤, 갈레뮤.
대련, 단동, 백두산.
로하스, 산호세, 바기오, 세르반테스, 팜팡가

모두가 하늘의 별처럼 아득히 먼 곳.
그 먼 곳을 다녀왔다는 것이 꿈만 같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생각난다.
육신의 몸으로는 다시 가기 힘든 곳
영으로라도 날아올라 가 만나야지.

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
그들은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낼까?

너무나 멀어 다시 갈 수 없다 생각하니
더 가고 싶고, 보고 싶구나.

이렇게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진한 정을 주고 가면
한동안 그리움에 사무친다.

별똥별 하나가 멀리 타원형을 그리며 떨어진다.
내일을 위하여 그만 자야겠다.

7월 30일, 월요일

동이 트기 전에 모두들 깨어 일어나 모기장을 걷는다.
지난밤 요란한 천둥번개와 바람이 불어와
교회 문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모두들 곤하게 잘들 자고 일어나
부지런하게 아침을 먹고 마을사람들에게 머리 감겨주기 사역을 한다.
이젠 정말 모두들 숙달되었다.
이곳엔 펌프가 없어 두레박으로 물을 직접 퍼 올려야 하는
힘든 작업을 하면서도
각자 3일 동안 경험한 노하우가 생겨
약 200여명의 사람들을 점심시간 전에 모두 마쳤다.

오늘로서 7일간의 캄보디아 미션이 모두 종결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곳을 방문하여 다양한 사역을 하며
현지 교회를 도왔다.
대원 모두들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하였고
보람된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체험하며
힘들지만 아쉬운 가운데 모든 사역을 마친다.
결실이 있어지길 기대한다.

점심 식사 후 오후에
다시 어제 온 역방향으로
롬머타고, 배 타고, 버스 2시간 타고
그리고 저녁나절이 되어 프놈펜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내일은 캄보디아 비운의 역사를 탐방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고한 캄보디아 시민이 당한 고난의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독재자의 잘못된 만행을 살펴보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역사가
이 땅에 있어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캄보디아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알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