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건돌리기와 캄보디아인의 심성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여름성경학교
머리 감겨주기 사역

오던 날부터 아프던 허리가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마음은 펄펄 뛰어다니고 싶은데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정신이 육신을 주관한다고 하지만
에너지가 고갈되니 육체가 정신력을 따라주지 못한다.
캄보디아 온 지가 5일 째나 되었건만
그동안 이런 저런 개인사정으로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강행군을 하였다.
나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지만
내가 아프면 누가 나를 치료해 준단 말인가!
지난 밤 H장로님이 내방에 와서 허리에 부항을 떠 주셔서
많이 좋아졌지만 고갈된 에너지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도 억지로 하는 건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사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녀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늘 마음이 즐겁다.

버스에서 내려 교회를 향하여 걷는 붉은 길이 그림처럼 예쁘다.

오늘도 새벽 4시경에 기상하여 이것저것을 정리하고
5시 반에 버스에 승차하니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모든 대원들이 이미 승차완료하고 기다린다.
벌금 1달러가 상당한 효과가 있다.
먼저 음식점으로 달려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다가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분주히 달려갔다.
우리가 3일 동안 전도 심방하였던 뜨러빼앙 끄러안 마을에
모든 대원이 가서 여름성경학교를 하기 위해서다.
교회 앞 마을길에서 내려 각자의 짐을 챙겨 들고
논 한가운데 난 붉은 길을 걸어 교회로 간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부모를 따라 선교사역에 동참한 아이들도
각오가 되어 있는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잘도 앞서간다.
주님의 사랑을 나누기 위하여 걷는 발걸음들이
주님을 만나러 가는 것만큼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들에게 주님이 가장 안타까워하시고
돌보시기 원하는 자녀들을 만나게 하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정성껏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볼 것이다.

이곳은 K선교사가 8년 전에 들어와 전도를 처음 시작하여
지금 교회가 건축 중에 있다.
아직 미완성 상태라 공사하느라고 예배당 내부에
시멘트를 비롯하여 건축자재들이 지저분하게 놓여있다.
밖에서는 마무리 작업하느라고 발동기 소리가 요란한 굉음을 낸다.
우기철이라 자주 비가 와서 교회 마당에 여기 저기 빗물이 고여 있다.
빗물이 고이지 않은 곳을 골라 자리를 펴고
먼저 예배를 드리고 여름성경학교를 하다.

특송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대원들과 앉아있는 어린이들

여기서도 아이들을 위하여 색소폰을 연주해 주고,
교사들이 앞에 나와 노래와 율동을 한 후, 내가 설교를 하였다.
창세기 1:1을 본문으로, 성경의 가장 기본진리가 되는
‘창조주 하나님, 구세주 예수, 보혜사 성령’에 관한 말씀을 전하였다.
눈앞에 바라다 보이는 들판과 나무와 새들을 가리키며
자연을 예화로 아주 쉽게 복음을 전하였다.
통역하는 K선교사가 나보다 더 진지하게 잘 통역하는 것 같다.
예배가 끝나고 100여명의 어린이를 6개 반으로 나누어
한 반에 선생님 두 분씩 붙어 분반공부를 하다.

나무 밑 양 옆으로 두 반.
그리고 땅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여
논 옆에 한 반, 우물가에 한 반.
전도사 사택으로 짓고 있는 두 방에 각 한반씩.
이렇게 여섯 장소에 배치되어 분반공부를 하다.
현지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열기 위해
국제선교훈련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려고
배워온 풍선아트, 종이접기 등이 있지만
각자 평소에 교회에서 하던 가락들이 있어
배워온 것은 참고만 할 뿐
현장에서 즉시 착안하여 더 창의적으로 잘들 한다.

분반공부를 인도하는 장로님

장로님 반은 장로님이 교사가 되어
앞에 나와 직접 노래와 율동도 하고,
가운 데 금 그어 놓고 서로 마주보고 떠밀기.
닭싸움, 제기차기 등으로 아이들을 재미나게 놀아 주신다.
장로님의 제기차기는 수준급이다.
아이들 앞에서 양발차기 시범을 보이는 데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백 번을 차신다.

이어서 수건돌리기도 한다.
캄보디아 수건돌리기의 술래는 한국과 정반대다.
한국에서는 등 뒤에 수건이 놓인 아이가 술래가 되는데
여기에선 등 뒤에 수건이 놓인 아이가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우측에 앉은 아이를 때릴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하여 수건이 어떤 아이의 등 뒤에 떨어지면
우측에 앉은 아이는 맞지 않으려고 즉시 도망간다.

민속놀이는 그 민족의 심성을 보여준다.
여기 아이들의 수건돌리기 놀이에서
캄보디아인들의 착한심성을 짐작하게 된다.
이곳의 수건돌리기는 남의 등 뒤에 몰래 수건을 놓아,
그를 술래로 만들어 골려주려는 놀이가 아니라
그가 자랑스럽게 승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비록 철없는 아이들의 놀이지만
이들이 노는 놀이문화는 상대방을 위해주고 자기는 물러서는
서로 남을 위해주며 사는 공동체적 마인드가 엿보인다.

그런데 세상은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살지 않았다.
세계의 전쟁사를 보면 이렇게 착한 심성을 가진 민족들은
제국주의자들에게 늘 당하고만 살았다.
착한 자가 잘못도 없이 눌려 살다니,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너무 불공평하여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누가 이를 시정할 수 있단 말인가.
정의가 없고, 진정한 평화와 사랑이 없는 세상에
하나님이 나서게 되었다.
삼판을 하시고 정의와 평화를 이루기 원하셨다.
불쌍한 암하렛츠를 구원하길 원하셨다.
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신다.
예수께서는 몸소 사랑의 본을 보이시며
당신이 죽더라도 땅 끝까지 가서
이렇게 착하고 순진한 그래서 당하고만 사는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라 하셨다.
그러나 예수께서 죽으시고 2천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면서
예수의 생명운동은 점점 변질되어 가고 있다.
예수께서 본을 보이셨던 사랑을 실천하기 보단
예수를 빙자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교회 지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수시대의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매우 흡사하다.
그들은 거대한 종교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법을 만드느라 바쁘다.
그들이 운영하는 신앙공동체에는
더 이상 예수와 같은 헌신적이 아가페적 사랑은 필요 없어지고
그저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는 편리한 구호만 난무한다.
진정한 믿음과 행함은 없어져가고 말만 무성해 지고 있다.
자기변호를 위하여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기에 바쁘다.
하늘에서 보기엔 둘 다 똑 같은 사람일 텐데
서로 자기가 의로운 사람이라며 싸운다.
싸우다 안 되면 세상 법정에까지 가 싸운다.
교회의 권위는 실종되고, 세상 법아래 놓이게 되었다.
열매(내용)는 없고,
잎(입, 소리)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처럼 되어버렸다.

논 옆, 질지 않은 곳을 택하여 앉아 분반공부 하는 어린이들

논 옆에서 가르치는 아름다운 K여선생님은 현직 중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내년에 남편과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훈련 중이다.
제기차기를 하는데 치마 입고 잘 찰 수가 없어 기발한 생각을 한다.
제기를 머리에 이고 목표지점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그것 또한 각본에도 없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이들을 재미나게 한다.

생전처음 해보는 가슴으로 풍선 터트리기

또 다른 반은 둥근 풍선을 불어 둘이서 가슴 가운데 품고
터뜨리는 경기를 한다.
풍선이 터지는 소리에 당사자들이 놀라 자빠지며
주위에 있는 아이들이 즐겁다고 함성을 지른다.
이렇게 다양하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놀이로 이루어지는
여름성경학교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식이로 각 반 교사들이
그동안 교회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여름성경학교를 하며 오전을 마쳤다.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교회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주방시설이 되어있지 않다.
아이들에게 점심을 해 주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는 마음이 안됐다.
대원들만 버스를 타고 망고농장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 다시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밖이 너무 더워 실내에서 예배를 드리고
이어 머리 감겨주기 사역을 하다.
어제 소망교회에서 해 본 경험이 있어
오늘은 사람 통제하기가 좀 수월하다.

머리를 감기 위히여 질서 있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약 바르는 조에서는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머리에 약 바르고 샴푸 바르느라 정신이 없다.
우물가에서도 어제보다 좀 더 숙달된 모습으로 잘한다.
오늘은 특별히 H목사가 이발사역도 하였다.
짧게 깎으면 보기도 좋고 시원할 텐데 늘 기르던 습관이 있어 그런지
이곳의 어린아이들은 짧게 깎기를 꺼려한다.
오늘도 봉사하던 중 갑자기 비가 쏟아져
각 조별로 질서정연하게 일하던 모습이 순식간에 다 흐트러진다.
모두가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여 처마 밑으로 모여든다.
처마 밑에서도 자리를 잡고 각자 맡은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소나기를 피하여 처마 밑에서 계속하여 봉사하다.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되고, 비도 멈추고, 사역도 다 마무리 된다.
뒷정리를 하고, 각자 물통과 봉사도구를 들고 숙소로 돌아간다.
여기 저기 물웅덩이가 되어 버린 교회 뜰을
발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요리조리 피하며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 대원들도 숙소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다.
교회에서는 여전히 발동기 소리가 요란하고
우리 앞엔 자전거를 타고 온 아이들이
두세 명씩 함께 타고 집으로 가기도 하고
그냥 걸어서 가기도 하며
언제 또 만나게 될지 아쉬워하며 서로 손을 흔들어 준다.

모든 사역을 마치고 물 웅덩이를 피하여 돌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