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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강아지 길들이기[푸른언덕 61호] 박청용(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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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3월 25일 (토) 00:00:00 [조회수 :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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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 때였다. 집 주변을 매일같이 방황하는 떠돌이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다. 사람을 보면 슬금 슬금  피하고 잡히지도 않고 도망다니면서 살았다. 생기기도 정말 못생겼다. 너무 못생겨서 누가 이사갈 때 버리고 간 개라고 했다. 사람의 사랑이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는, 집도 없고 주인도 없는 불쌍한 강아지였다. 버려진 이 강아지가 교회 사택을 매일 어슬렁거렸다.


할 수없이 밥도 주고 과자도 던져주기 시작하였다. 밤에는 사택  근처 하수구 아래에서 잔다. 밥을 주면 밥만 먹고 교회 근처를 계속 맴돌기만 할뿐 도저히 길들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집을 마련해 주어도 들어오지도 않고 밥만 축내는 묘한 관계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못생겨 보이던 강아지가 점점 눈에 들고 정이 가기는 하였으나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밥만 먹는 서먹한 관계가 봄을 지나 여름을 넘어갔다.


그런데  가뭄과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올 여름이 지날무렵 이 강아지의 배가 불러 오기 시작하였다. ‘아니··· 저 떠돌이 개갇·· 새끼를 가진 것이 분명했다. 걱정이 생겼다. 어디다 새끼를 낳아야 하나? 우리가 마련한 집에는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마땅한 곳이 없는데··· 잘 기를 수 있을까?’ 걱정은 했는데 일이 갑자기 닥칠 줄은 물랐다.


9월 중순 어느날 학교 강당에서 난리가 났다. 낮에는 비어 두었던 강당에 오후에 집회가 있어서 학생들이 내려왔다. 그런데 강당  안에 놓여있는 강대상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어느 여학생이 들여다 본 순간··· 우리 집 떠돌이 개가 그곳에서 새끼를 낳고 있었다. 개도 학생들도 당황했다. 떠돌던 이 개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새끼를 낳을 장소로 선택한 곳은 잘 이용하지 않는 강당 안의 강대상 밑이었다.


그런데 새끼를 낳고 있을 때 학생들이 들이닥쳤으니··· 놀란 개는 새끼 한마리를 입에 물고 쏜살같이 강당을 빠져 나와 교회 주변을 미친듯이 맴돌았다. 처절한 일이었다. 막 낳은 새끼를 물고 눈을 번득이면서 다급한 신음소리를 내며 안절부절하는 것이다. 새끼를 물고 빈터 숲속으로 들어갔다. 학생들도 어쩔 줄을 모르고 강대 상 밑에서 강아지를 싸안고 내려왔다. 하얀 교복이 피에 젖는 줄도 모르고···


어느 학생은 탯줄이 달린 새끼를 가슴으로 앉고 내려오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목사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할까?’ 다급하게 급조된 보금 자리에 강아지를 넣어 빈터 숲속에 넣어 놓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숲속을 살폈다. ‘잘 키워야할텐데··· 놀란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이지는 말아야 할텐데···’ 몰래 들여다 보니, 3마리의 새끼가 젖을 빨고 있었다. 휴- 되었다. 숲속에 놓아둔 강아지 집을 어미개가 없는 틈을 타서 추녀 밑으로 옮기었다. 어미도 안정이 되어갔다. 어미개는 아직도 사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점점 길들여져 갔고 새끼 개를 잘 키웠다. 10월 말까지 학생들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잘 자랐다. 어미개도 많이 길들여졌고 모두들 이 개를 보면서 흐뭇해하였다.


올 봄에 떠돌이 강아지를 만날 즈음에 4명의 떠돌이 아이들을 만났 적이 있다. 학교 가야 할 아이들인데··· 광주 읍내 변두리를 떠돌고 있었다. 붙들고 물어 보니··· 술마시는 아버지가 밉고 어머니도 없고 공부하기 싫어서 이천 시골에서 무작정 집을 나왔단다. 이제 17세의 고등학생, 이 아이가 떠돌이 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혼한 부모 때문에 친척 집에 얹혀 살다가 나온 11살짜리 아이도 있었고, 학교 안다닌지 1년이 넘는다는 5학년 밖에 안된  아이··· 배고프단다. 사랑을 못받아 보았단다. 따뜻한 가정이 없단다. 왜 사는 지 모르겠단다. 이젠 훔치고 도둑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 많이 하고 빵도 같이 먹고 노자돈을 주어 각자의 연고지로 보내었는데··· 연락하기로 한 아이들이 연락도 없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아직도 떠돌고 있는지?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따뜻한 사랑을 받아 본 적 없이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떠도는 아이들, 버려진 마음들, 아픈 상처로 세상을 경계하고 저주하는 아이들, 관심과 살핌으로 길들여지지 못한 아이들이 어느 하늘 아래에서 서러운 방황을 하고 있을까? 오늘 밤에도 차가운  바람이 매섭다.
                            박청용(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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