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규 목사

모든 조직의 운영 및 관리에서, 중요한 두 가지는 ‘사람’과 ‘시스템’이다. 그것은 회사나 단체나 정치권이나 다 마찬가지이다.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할 때 의견이 갈리지만, 현대의 ‘관리(management) 이론’에서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구태’의 사람을 내보내고 참신한 ‘새사람’으로 바꾸면, 처음에는 무언가 좀 달라지고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대부분 다시 ‘구태’로 되돌아 가고 만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이나 ‘틀’이 잘못되어 있거나 나쁘면 아무리 사람을 바꾸어도 ‘개혁’이나 ‘쇄신’은 이루어질 수 없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터진 ‘공천헌금’파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4 11총선 전, 여러 악재들로 인해 그 당은 거의 문 닫을 지경이 되는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자 그 당은 과감하게 사람과 ‘당명’까지 다 바꾸었다. ‘비상대책위원회’란 것을 구성해서, 새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당을 재2의 창당수준으로 쇄신해 나간다고 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의 쇄신 의지는 서릿발 같아 보였다. 거기에는, 겉으로 볼 때, 어떤 과거의 관행이나 부정, 부패, 비리 같은 것은 발붙일 틈이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과 쇄신이 단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3억 공천헌금’ 상납 비리사건 등이 터졌다. 새로운 사람들로 바꾸고, 쇄신 주역들이 당을 살린다고, 연일 ‘회의’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이, 한쪽 구석에서는 여전히 ‘돈뭉치’ 백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사람을 바꾸고, ‘쇄신,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도, 기존의 잘못된 시스템, 낡은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사람들의 옛날 방식, 관행, 구태가 언제든지 빈틈을 비집고, 파고 들게 마련이다. 이 경우, ‘하향식’ 같은 당 공천 ‘시스템’을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 즉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같은 제도로 ‘시스템’을 완전히 개혁해야만, 그와 같은 비리, 부정 관행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당이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는 한 아무리 사람을 바꾸고 개혁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미래학자 조엘 바커(Joel Barker)는 근본적으로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라고 역설하기도 한 것이다.

낡은 ‘틀’,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일명 ‘혁명’이라고 한다. ‘혁명적’ 수준의 기존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책임자’를 갈아치워도, 또 아무리 위법자를 감옥에 처넣어도, 그저 그때뿐이지, 돈과 인맥의 줄 등, 부정, 부패, 비리, 불법 관행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나타나고, 계속 터지게 되는 것이다.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임으로 예외라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왜 각 교단에서 ‘개혁’을 외치는데도, 여러 교회에서 교회 재정비리 등이 계속 터져 나와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외부에 터져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실제로 교역자들의 재정비리가 많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교역자들이 교회 돈을 마치 제 주머니 돈처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교회들이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한가? 교회의 재정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길래 금호동의 어떤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거액의 교회 돈으로 도박을 다닐 수 있도록 잘못되어 있는 것인가?

교회도 하나의 ‘조직체’이다. 그 조직체의 ‘틀’과 ‘운영’의 ‘시스템’’이 엉성하거나, 잘못되어 있으면, 아무리 교회 공동체일지라도, 거기 비리 부패 부정의 독버섯이 자랄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짧은 글에서, 현재의 교회 조직 전체의 ‘시스템’에 관해 논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한국 감리교회 조직 및 운영 시스템에서, 시급히 개혁해야 할 두 가지 문제를 다루어 보고저 한다.

첫째로, ‘개체교회’ 차원에서, 중요하게 개혁해야 할 시스템은, 교회 ‘재정 관리’제도이다. 왜 개 교회에서 재정비리가 발생하는가? 재정관리 ‘시스템이 엉성하거나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목회자의 재정 비리를 막기 위한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목회자들이 교회 재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교회조직 및 재정관리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아마 어떤 목사님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지난번 조계종의 고위직 승려들의 ‘호텔방에서의 도박’사건이 터젔을 때, 정신이 깨어 있는 스님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오늘날 모든 승려들의 문제는, 절에 돈이 많아지고, 승려들이 그 돈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재정은 평신자들에게 맡기고, 승려들은 일체 돈에 관여하지 말고 수행과 계도에만 힘써야 한다.”

목회자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현대교회의 조직 및 관리가 복잡해젔다고 해도 우리는, 초대교회에서, 사도들이,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였는가 하는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행6장’에 보면, 헬라파 과부들의 ‘구제 문제’(일종의 재정에 연관된 문제)에 관련되어, 교회에 ‘최초의 분쟁(conflict)이 생겼다. 이때 사도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 기존의 엉성했던 ’스시템’을 과감하게 바꾸었다. 지금까지는 사도들이 교회 내외에, 모든 권한을 쥐고 ‘영적인 일’, 행정적인(admintrative) 일’ 등 모든것을 다 도맡아 행하였었다. 거기에서 문제가 생긴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평신도 봉사자 7명’(흔히 ‘7집사’)을 택하여 그들에게 교회의 행정적인 일, ‘운영’적인 일들을 맡기고, 사도들은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사역에 힘쓰리라”(행6:4)고 했다. 이 간단한 ‘원리’를 왜 오늘날의 목회자들과 각 교회들은 무시하고 있는가? 어느 스님이 현재 승려들의 문제를 ‘돈’ 때문이라고 말한 것처럼, 오늘날 목사님들의 문제도, 많은 경우, 교회 재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닌가?

그런데 초대교회는, ‘조직이랄 것도 없고 그 운영도 간단했기 때문에 그런 제도가 가능했지만, 현대 같은 복잡한 조직과 다양한 교회 구조에서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렇게 운영되는 교회 제도가 있다. 바로 미국 연합감리교회(UMC)제도이다. 미국 감리교회 시스템에서는, 담임목사가 일체 교회 재정에 관여할 수 없게 제도화 되어 있다. 담임목사나 혹은 재정부장이라고 할지라도, 단 한 푼도 자기 마음대로 교회 돈을 쓸 수 없다. 재정관리는 철저하게 ‘시스템’화가 되어 있어서, 거기에 ‘부정’이나 비리가 생길 수 없게 되어 있다.

해서 UMC에 속한 교회에서 (UMC 교회 재정관리 시스템을 규정대로 따르고 있는 교회에서) 목회자들의 재정비리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UMC 의 교회 예산 및 재정 관리 제도에 대하여는, 추후 다시 자세히 논하고자 한다.) 한국 감리교회도 담임목사가 교회 돈을 임의대로 쓸 수 없게 하는, UMC 제도 같은 ‘재정관리 시스템’으로 개혁을 해야 고역자의 재정 비리나 그 가능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교단차원에서 중요하게 개혁해야 할 문제는,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제도이다. 왜 그런가? 한국 장로교회는 대체로 과거부터 ‘교리’ 혹은 ‘신학’문제 때문에 싸우고 분열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감리교회는 ‘신학적’ 문제가 아니고, 행정적 문제 즉 ‘감독제’에 연관되어 싸우고 분열하기도 했었다. 과거,‘호헌 파’, ‘성화 파’로 분열되어 싸우다가 교단이 둘로 갈라졌던 불행한 일이 왜 일어났었는가? 바로 ‘감독’제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었다.

지난 4년간, 현재까지 우리 감리교회가 난파선처럼 파행을 겪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가? ‘감독회장’ 선출 문제 때문 아닌가? 미주 연회도 역시 감독 선출 문제로 현재 완전히 둘로 분열되어 있다. 감독 선출 문제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필자보다 많은 목사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한번 감독으로 당선되면 평생 감독으로 대우받고, 특별 성직복을 착용하며, 마치 특권 계급의 성직 신분으로 상승하게 되니, 좀 두각을 나타내는 목사는 누구나 감독이 되려고 ‘운동’을 하고 경쟁을 하게 됨으로, 거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얼마’의 돈을 써야 당선된다는 소리가 나돌고, 또 파당이 생기고, 감독의 뱃지와 특별한 ‘칼라’ 색갈을 착용한 목사와 일반 ‘평 목사’(이런 용어가 가능한지 모르지만)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이 생기는 등 등, 여러가지 파생되는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은가?

감독제는 한국 감리교회에서 ‘문제’의 근원지인 것 같다. 어떤 때는 ‘사화산’이었다가 또 어떤 때는 ‘활화산’으로 폭발한다. 따라서 감리교회가 온전하게 다시 살아나고, 또 ‘하나’로 평화롭게 되기 위해서는, ‘감독제’라는 한국 교회에 맞지 않는, 잘못된 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물론 ‘변호사의 자격’으로 임명되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타교 단 평신도 장로인데) 그런 사람이 법원의 임명에 의하여(임시적이라고 해도)감리교단의 수장, 감독회장(대행)이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런 수모를 당하고, 그런 불합리, 부조리를 경험하고도, 한국 감리교회는 왜 그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스템’을 개혁할 생각들을 안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대 경영학에서 말하는, 어떤 조직의 ‘문제’는 내부에서보다 ‘외부’에서 들여다 보아야 더 잘 볼 수 있다는 이론이 교회에서도 맞는 모양이다.

이미 필자가 두 번에 걸처,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제에 대한 비합리성과 잘못된 바에 대하여 기술한바 있지만(당당뉴스, 7월 12일 및 7월16일) 감독제도는 감리교회의 ‘오리지널’한 전통이나, 특징적 시스템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제는 ‘교회 역사와 전통 상으로 볼때, ‘Bishop’ (감독)이란 ‘직급’(order)에도 해당되지 않고, 또 UMC 의 ‘직책’(office)적인 요소에서도 많이 다르거나 결여된 부분이 많다.

지난번, 금호제일교회 사태에서, 서울연회 감독이 신청한, 김모 목사, ‘교회 접근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기각’ 결정을 하며, ‘감독’ 직에 대하여 내린 해석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감독’이란 다만 연회에 속한 ‘직책’이라고” 해석했다. 즉 개체 교회의 행정이나 치리의 수반으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연회본부의 직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권’이 침해 받았다는 신청취지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나는 이 해석이 한국 감리교회 ‘감독’직의 성격에 대하여 그 ‘케이스’에 관련해서는 바른 해석을 내렸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국 감리교회에서 감독에게 ‘목사 파송권’ 즉 인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감리교회에서는 감독에게 완전한 교역자 인사권이 있다. 목사들은 그 소속이 ‘개체교회’가 아니고, ‘연회’이다. 목회자들은 감독의 파송을 받아 그 교회에 가서, (영구적이 아니라) 1년간씩 담임목사 직을 수행할 뿐이다. (파송은 매년 실시한다)

목회자의 봉급도 연회가, 근무 년수(年數) 별로 ‘최저 봉급’ 기준을 정해준다. 개교회가 그 ‘기준’을 지불할 능력이 없을때는 연회가 지원하든지 또는 다른 방책을 강구한다. 그런데 이런 ‘감독’(Bishop)의 고유 권한이 없는 한국 감리교의 현재 ‘연회 감독’직은, 사실상 ‘연회장’이란 ‘행정 직책’이지 ‘교회 전통’상으로 내려오는 ‘감독’직이라 볼수 없다. ‘감독’은 또한 어떤 ‘연회’나 개체교회’에 소속이 될수 없다.

그러므로 필자가 이미 이전(前)의 글에서 주장했듯이 한국 감리교회의 연회 감독은 해당 연회의 행정수장인 ‘연회 장(年會 長)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감독회장’도 감독들의 모임체인 ‘감독회의(Council of Bishops)라는 기관의 장(長)이지, 교단장의 직책일수 없다. 미 UMC 에서는 ‘감독회장’은 단순히 ‘감독회’를 이끄는 ‘의장’이지, 교단장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의 감리교단을 대표하는 ‘수장’은 ‘총회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어떤 목사님은 ‘당당뉴스’에 실렸던 나의 이전 글을 보고, ‘총회장’이란 명칭은 장로교회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임으로, 또 감리교회는 ‘감독교회’임으로 감리교회에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 감리교회가 가지고 있는 평신도 직분인 ‘장로, 집사’의 명칭은 어디서 가저 온것인가? 바로 장로교회 제도에서 왔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 모양이다. 본래 감리교회에는 평신도 ‘장로’ ‘집사’ 제도란 없다. 그것은 목사들의 직급(Deacon, Elder)이었다. 장로교회 제도에서 평신도 ‘장로’ ’집사’ 제도는 가저오면서, 왜 ‘총회장’제도는 안 된다는 것인가 ?

또 감리교회는 ‘감독교회’가 아니다. 그것은 영국교회(성공회, Episcopal Church)이다. 감리교회의 창시자 웨슬리가 세운, 감리교회의 ‘원조’인 영국 감리교회에는 감독제가 없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교황의 절대권력을 정점으로 하여 ‘제도화’된 로마 가톨릭의 ‘잘못된’ 거대한 ‘시스템’을 깨트리고 개혁하는 혁명(revolution)이었다.

한국 감리교회도 이대로는 안 된다.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교단’적으로, ‘개교회’적으로, 각 분야에 거처, 잘못된 ‘시스템’을 찾아, 근본적으로 수술하여, 개혁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살고, 주님의 뜻에 합당한 교회가 되고, 세상으로부터의 ‘근심거리’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시 회복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