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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7일 (월) 00:00:00 [조회수 : 4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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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무더운 여름. 육신의 일부분이 썩어 패잔병의 고름이 흐르는 환자에게는 무더위가 고통이 아니라 죽음의 행진이었다. 무릎이 완전히 썩어서 매일 여섯 번씩이나 고름을 짜 내는 간호사의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용감한 환자는 조국을 위해 월남전에서 싸우다 부상을 당한 박중규 일등병이다. 의사들은 더 늦기 전에 고집을 버리고 다리를 절단하기를 강요하나 박 부상병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는 것은 죽음의 전선에서 살아온 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계속 수술을 거부를 하며 강한 항생제와 일시적인 진통제만을 투여하면 의사의 말대로 고집을 부리면 부릴수록 의족이 더 길어지며 지팡이도 더 길어질 뿐이다.
삼일에 한번 씩 수도육군병원에 들려 화분을 관리하는 표정이 없는 자원봉사자는 화분의 잎이 조금이라도 벌레가 먹으면 인정사정 없이 따 버리기에 박 부상병은 은근히 부화가 돋아 있었던 것이다.
“아가씨! 아무리 상한 잎이지만 약이라도 좀 뿌려주고 살펴 본 후에 따서 버려도 되지 않나요?”
“군인 아저씨, 일단 벌레 먹은 잎은 아무리 약을 주어도 죽게 되어 있어요. 늦어버리면 옆의 잎까지 전염이 되거든요.”
“아가씨! 지금 나의 썩어가는 다리를 보며 빈정거리는 거예요? 내 다리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왜 들 말이 많아!”
자원봉사자는 박 부상병을 말없이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병이 들어 가족과 떨어진 잎을 침대 옆의 상에 두고 돌아가 버렸다.
3일 후, 붉은 장미화분을 품에 안고 다시 나타난 자원봉사자는 박 부상병에게 눈으로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였다.
“저~. 3일 전에는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사과를 들이죠.”
외아들로 자란 탓인지 유별나게 자존심이 강하였고 여자에게는 더 심한 박 부상병은 모기만한 소리로 생전 처음으로 여자에게 사과를 하였다.
“괜찮아요. 몸과 마음이 아픈 분 앞에서 제가 눈치도 없이 행동을 한 것 같아 제가 도리어 사과를 드립니다.”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사과를 한다는 표시로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실례지만 어느 단체에서 온 자원봉사자인지요?”
“전도사님이 될 수 있으면 소속을 밝히지 말라고 했는데…, 백합보다 더 아름다운 라합교회입니다.”
생전에 말 한마디 없던 환자가 성부터 내더니 오늘은 모기만한 소리로 사과까지 하고는 자신의 신원을 묻기에 자원봉사자는 신이 난 것이다.
“아! 여리고 성에 살았던 멋쟁이 라합 아가씨.”
화자는 백합보다 더 아름다운 라합이라는 철수전도사의 말에 탄복을 하였는데 이 사람은 멋쟁이 아가씨 라합이란 말을 하기에 기절을 할 뻔하였다.
“교회의 집사님이세요?”
“신학을 조금 공부했을 뿐입니다.”
“저~, 사실은 제가 키운 이 장미화분을 가져온 것은 한 송이 멋진 꽃을 보기 위해선 살아있는 어린 꽃을 잘라주어야 되는 특성을 가진 꽃이 장미예요. 그래서 장미는 줄기에 심술 맞은 가시가 많나 봐요. 그 날 집에 가서 하도 성이 나기에 군인 아저씨를 골탕을 먹이려고 일부러 장미를 가지고 온 거예요. 한번 더 용서를 빕니다.”
화자가 쉽게 실토를 하는 것은 환자가 신학을 전공했다는 말에 철수 전도사의 너그러움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박중규가 한숨도 자지를 못한 것은 무더위나 다리의 통증 때문 보다 원숙한 장미 한 송이를 만들기 위해 다른 장미들은 없애라 하며, 이에 대한 아픔이 가시라는 여인의 말을 창 가에 놓인 붉은 장미를 보면서 꼼꼼히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 동쪽에서 먼 동이 트자 자신이 목이 곧은 자임을 깨달은 중규는 당직 의사를 불러 ‘의사 선생님, 제 다리를 빨리 잘라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하고는 왼쪽 다리의 절반이 잘리는 사실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1974년 5월 말.
“한철수 전도사님, 안녕하세요. 박중규입니다.”
-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다리는 많이 회복되셨는지요? 병원에 계실 때 가보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봉사를 즐겨 하는 많은 자매님들을 보내주신 것만 해도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군요.”
- 교회에선 당연한 일이죠.”
“저 혹시 지화자라는 자매님을 알고 계신지요?”
- 네, 저의 교회 성도라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제가 한 전도사님을 만나 뵙고 의논을 드릴 일이 있는데, 언제 방문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시간이 많습니다.”
- 화요일이나 목요일 오후 4시부터는 저의 자유시간입니다.
약속시간을 정한 철수는 전화기를 내려 놓고 신학대학원 선배인 박중규 목사의 생각에 빠진다. 70년 3월 철수가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할 당시 박 선배는 졸업을 하자 바로 군대로 갔기에 학교에서는 본적은 없으나, 어머니와 병춘 아저씨가 다니던 강남의 백합교회의 목사님의 자제 분이기에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며 신학대학원에서는 월남에 전투병으로 지원을 한 사실에 대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분이었다. 그런데 지화자 자매는 왜 찾을까?
“축하합니다. 교회가 너무나 멋지네요.”
“선배님, 반갑습니다. 몸이 완쾌 되신 것을 보니 기쁩니다.”
약속을 한 시간에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 선 박 목사는 왼쪽 다리는 무릎부터 의족을 끼운 상태라 간이 지팡이를 의지하고 있었다.
“나 먼저 와서 일층부터 다 구경을 했어요. 더 일찍 와서 짜장면이나 한 그릇 얻어 먹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아, 미안합니다. 너무나 반가운 손님이 오면 제가 그릇을 깨뜨리는 버릇이 있어서….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먹는 이야기로 웃으며 반가움을 대신을 한다.
“나함빌딩은 상업적 건물인데도 교회가 있어서인지 문화적 건물 같은 기분이 드네요. 공동공간은 한 평이라도 줄여 상점을 만들어 세를 받아야 하는데 공간처리가 너무 멋지게 되어 있군요.”
“전병춘 집사님이 건축 설계사 출신인 저에게 잘 아는 분이 아래는 상가이고 6~7층은 교회가 설 빌딩을 지으려는데 부업으로 설계도로 그려보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제가 채택이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이상적으로 설계를 했는데 현실화 되었습니다.”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서 자신이 교회를 맡은 일은, 자신이 건축한 구치소의 건물에 자신이 갇히게 되는 코미디와는 결과는 같으나 출발은 다른 성질이었다. 인간은 조직 속에 살게 되어 있으나 조직 속의 자유인과 조직 속의 노예는 출발이 다른 것과 같다.
“나함빌딩의 주인인 나함재단이사장과는 잘 아는 분 이세요?”
“나함재단 부이사장이며 나함빌딩 관리소장이신 전집사님과는 잘 아는 분 같은데 저는 이름도 모릅니다. 그 분이 저에게 교회를 맡기신 다기에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전집사님께서 그 분이 원하지를 않으니 교회가 부흥을 한 후에 기회를 보아 인사를 드리자고 하시더군요.”
박 목사도 병춘 아저씨를 너무나 잘 알기에 있는 철수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소설가에게 자신을 알리지 않고 후원 한 외국의 귀부인의 이야기 같네요. 목회에 간섭을 안 하니 정말 좋은 일입니다.”
“저에게는 꿈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죠.”
“저도 꿈 같은 일이 벌어지려기에 한 전도사를 찾아온 거예요. 제가 이 정도로 회복을 한 것은 많은 분들의 기도덕분이지만 특히 라합교회에서 보내주신 지화자 자매의 헌신이 제일 큰 힘이 되었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 충고자로 한 전도사를 만나고 결정을 할 생각입니다.”
철수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선배의 결정에 자신이 마지막 충고자로 택해졌다는 사실에 양의 인도하는 성직자의 직분이 상당히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무슨 결정인데요….”
“청혼입니다.”
박 목사는 철수의 눈을 둥그렇게 할 정도의 거침없는 폭탄선언을 하고는 작년 여름 병원에서 일어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다. 그러나 박 목사는 화자 자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밤꽃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지 철수로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으나 침착하게 전후 상황을 더듬어 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 본 후로 만난 적이 있습니까?”
“수술을 받고 재활운동을 한 올해 2월까지는 병원에서 만났지만 퇴원을 한 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왜요?”
“제가 퇴원을 하는 날은 화자씨는 전부터 저에게 장미꽃다발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오지 않았더군요. 저도 퇴원 하기 전날 저의 가족들을 소개 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동안 3개월은 밀린 목사과정을 마친다고 이제야 그녀의 주거지를 유일하게 아는 이 교회를 찾아 왔어요.”
소문대로 자신이 옳다고 결정을 한 사항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성격이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선배님, 미안하지만 저와 성전에 좀 내려 갑시다.”
두 사람은 성전의 맨 앞 좌석에 나란히 앉아 한 손을 서로 붙들고 기도를 한다. 박 목사는 작년에 화자에게 ‘결혼을 왜 하지 않는갗 라는 질문에 ‘저 같은 것을 데리고 갈 총각은 없어요.’라는 말이 단순한 겸손보다 무슨 의미를 지닌 것 같았고, 철수는 몇 명의 밤꽃 자매들의 결혼을 보았지만 상대가 목사라는 사실에는 철수 자신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기도가 길어지고 있었다.
“선배님! 지금부터 제가 선배님에게 무례를 범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도 이 순간을 피하고 싶지만 지화자 자매는 저의 가족이며 하나님이 아끼는 딸입니다.”
철수는 박 선배가 알고 싶어하는 답을 말하기 전에 나머지 한 손도 마주 잡으며 침을 삼킨다.
“자매님은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창녀의 생활을 하고 있는 직업 여성입니다.”
철수의 양손에 잡혀 있던 박 목사의 손을 통해 작은 떨림이 전해진다.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성전을 나가더라도 철수는 이해를 할 수가 있었으나 박 목사는 다시 눈을 감는 것이다.
“한 전도사가 그녀에 대해 아는 대로 솔직히 설명을 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긴 침묵 후에 박 선배의 입이 떨어지자 철수는 앞의 십자가를 보면서 그녀의 어려운 가정환경, 꽃에 대한 열정, 이 바닥에서의 평판 등을 아는 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으며, 이번 주 금요일까지 영업을 하고 토요일은 옥상의 방에서 하루를 잔 후 다음날 주일예배를 드리고 고향으로 간다는 소식도 전해 주었다. 그리고 병춘 소장님이 중고 플라스틱 하우스 세트를 2개나 선물로 준비를 하였기에 내년에는 그녀의 장미꽃을 볼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여기에 독방 기도실 있죠.”
“예. 있습니다.”
“지금 집에 가서 말씀을 드리고 오늘 저녁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이 교회의 기도실에서 금식기도를 통해 응답을 받고 싶습니다. 좀 신세를 져야 하겠습니다.”
“화자야!방에 있어?”
철수 전도사에게서 대략의 상황을 들은 주 전도사가 상세한 내막을 본인에게 듣고자 화자의 업소를 찾아 갔다.
“어머, 주 전도사님. 여기까지 왠일이세요? 전화를 했으면 제가 교회로 갔을 터인데….”
“괜찮아, 며칠 후면 화자가 이곳을 떠나니 화자 방도 구경해 보고 도울 일이 없나 싶어 일부러 들렸어.”
“저야 뜨내기 인생이라 짐이라고 가방 한 개 뿐인걸요.”
“짐이 많으면 주님이 트럭을 보내주실 터인데 무슨 걱정이야.”
“호호호!”
100세가 되어 자신의 몸에서 자식을 본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하나님은 유모아가 많으신 분이네요’하면서 아브라함도 웃었고 90세가 된 사라도 웃었다. 그러나 유모아가 진실이 되어 즐거운 웃음이란 뜻의 이삭이란 아들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두 여인은 잘 알고 있기에, 이들의 웃음은 믿는 자의 즐거움을 표현한 것이다.
“화자야, 혹시 월남에서 훈장 달고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 아니 부상 당하고 돌아온 박중규라는 남자를 아니?”
총각 전도사는 여자 성도들에게 자매님하며 존대를 하나 여자지만 세상 만사 다 겪어 본 주 전도사는 조카 같은 젊은 여성도들에게 농담도 하며 부담 없이 대했기에 밤꽃들에게는 이모라 불린 것이다.
“이모님이 어떻게 그 분을….”
“요새는 교회에서 월급도 많이 주니 스페아 운전수를 할 필요가 없기에 택시에서는 만나지 않았어. 사실은 어제 한 전도사 어머님 집에 저녁을 얻어 먹으려 갔다가 알았어.”
철수 어머니 장 여사는 주 전도사를 막내 여동생 같이 생각을 하여 매달 가족을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하면서 총각 아들을 부탁한 것이다.
“한 전도사님 어머님은 어떻게 그 분을….”
“세상은 넓은 듯 해도 좁고, 좁은 듯 해도 넓어. 그 분은 한 전도사 어머님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 아들이래. 서로 사랑했어?”
“….”
주 전도사의 솔직함에 화자는 변명을 할 수가 없어 침묵을 지켰다.
“서로 사랑하면 결혼해.”
“저에게는 분이 넘치는 분 이예요. 사랑한다고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법보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한 것만 해도 행복해요.”
주 전도사는 사랑하기에 결혼을 포기를 한다는 화자의 말이 사랑의 아픔을 잘 견디어 낸 자의 표현임으로 더 이상 묻지 않는 것이 옳다 싶어 우스개 소리를 몇 마디 하고 같이 기도를 한 후 철수 전도사가 기다리는 교회로 발길을 돌렸다.
“이모! 심방 다니세요?”
“아니야, 일수 돈 받으러 다녀.”
“호호호!”
주 은송 전도사는 이 골목의 사람들이 차츰 정이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손가락질 받을 과거 때문일까? 자신은 남편에게 과거를 숨기고 결혼을 하였지만 과거를 숨기고 결혼을 포기한 화자를 보면서 죄인은 자신이라 깨달았기에 더 정이 가는 것이다. 전도는 상대에게 복음을 전해 주면서 나도 복음을 받는 공평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간단한 가방을 챙겨 온 박 목사는 6층의 사설학원 같은 분위기 속에 있는 라합교회 사무실에서 여직원으로부터 열쇠를 받았는데, 기다리던 한 전도사는 학원 수업 중이라 자신이 대신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하였다.
기도실은 7개 였는데 이중 문으로 되어 있어 소음을 차단시켰고 방에는 작은 책상과 옷장과 이불장 겸용인 듯한 작은 가구도 있었고 벽에는 작은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차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공간 같았다. 박 목사는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 책상 위에 놓으려는데 편지가 놓여 있었다.
“선배님께, 기다리다 야간학교 공부시간이 되어 자리를 비워 죄송합니다. 6층의 기도실은 찍새(닦을 구두를 가져옴) 여학생들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 이불과 책상도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제 방은 맨 끝이고 옥상에는 십자가 반석에 4개의 기도실이 있어 실컷 고함도 지를 수 있습니다. 응답 받으실 줄 믿습니다.”
박 목사는 자신의 불편한 다리를 위해 마련된 책상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음으로 자신과 함께 하는 성령님과 대화를 하는 금식기도를 시작을 한다.
“아버지여! 이 죄인이 사랑에 빠져 제가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화자가 이 근처에서 3년 동안이나 몸을 팔았다는 여인임을 알게 되어 이 문제를 아버님 뜻에 따르고자 상의를 드립니다. 솔직히 제가 화자와 결혼을 하면 부모나 친구, 교회로부터 받을 비난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저를 사랑했기에 저를 위해 떠난 여인을 제가 지키지 못하면 어찌 제가 성도들에게 아버님의 사랑을 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 여인도 저는 버리지 못하며 아버님이 주신 거룩한 직분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를 합니다. 이것이 아버님의 뜻이면 이번에는 전처럼 반항을 하지 않고 순종을 하겠습니다. 주여! 이 죄인에게 갈 길을 알려 주십시오.”
밤이 깊어 갈수록 박 목사의 눈에는 샘물이 흘려 책상 위의 성경을 적시는 기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화자 자매님, 오랜만입니다.”
옥상의 온실에서 꽃을 돌보는 화자의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던 박 목사는 조용히 문을 열고 온실로 들어서면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예, 안녕하셨어요. 아니 중규씨가 어떻게 여기를….”
인사를 하기 위해 돌아서던 화자는 상대가 박 목사임을 알고는 자지러지게 놀래는 것이다.
“한 3일간 기도를 하려고 이 교회를 택했죠. 온실에서도 기도를 하여도 된다고 하기에 와 보니 잘 아는 꽃이 한 송이 있군요.”
너무나 반가우나 어색한 분위기가 눈물을 보일 것 같아 박 목사는 능청을 떨어 보는 것이다.
“퇴원하는 날 몸이 아파 가지를 못했어요. 용서를 해 주세요.”
“나도 퇴원을 하면서 화자씨가 놓고 간 장미화분을 슬쩍 했죠. 용서해 주세요.”
붉은 장미를 손에 쥔 화자의 손이 떨리면서도 얼굴에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늘 저녁에 수요 열린모임에 꼭 오세요. 제가 오늘 특송을 한답니다. 화자씨가 들어주면 더 잘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열린 수요모임의 특별 순서는 저의 신학대학원 선배이신 박중규 목사님의 특송입니다. 찬송가 420장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라는 흑인 성가인데 3절은 다 함께 합창을 함으로 모임을 마칩니다.”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 또 나의 슬픔 알까
주 밖에 누가 알아주랴 영광 할렐루야
나 자주 넘어집니다 오 주여
나 자주 실패합니다 오 주여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 또 나의 슬픔 알까
주 밖에 누가 알아주랴 영광 할렐루야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애절한 반주에 맞추어 박 목사의 우렁찬 베이스 음이 성전에 퍼지자 모두들 깊은 침묵으로 빠지고 2절부터는 색정의 소리만 내던 밤꽃들의 흐느낌이 들려 오며 박 목사의 괴로움을 제일 깊이 아는 화자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린다. 주여! 왜 저 같은 죄인을 거룩한 저 분을 만나게 하여 상처만 주는 여자로 남게 하십니까? 저 분의 괴롬을 속히 치유해 주시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아멘.
“선배님, 나도 창녀촌의 교회에 자원을 하기 전 창녀들을 구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손가락질 받는 일이라 생각을 했으나 굴하지 않고 열심히 전진을 하고 있습니다. 밤꽃에게 땅에서의 구원은 정상적인 남자들이 과거를 용서하고 신부로 삼아주었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나 혼자 기도만 해 왔습니다. 라합의 꿈과 저의 꿈을 선배님이 맨 먼저 모범을 보여 주심으로 저로서는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금요 기도회를 마친 박 목사는 깨끗한 양복을 입고는, 조금 전에 철수 전도사가 한 말을 기악하면서, 교회를 나서 창녀촌의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미 나함빌딩의 옥상에서 화자가 일하는 장소를 보았으며 한 전도사가 병규 성도에게 알려 화요일부터 손님 받기를 거절을 한 화자를 휘파리 아줌마들이 잡지사 기자가 이곳을 떠나는 너에게 그 동안의 어려움과 추억을 취재를 한다고 속여 어려운 장소에서의 만남이 계획된 것이다.
골목에 늘어선 밤꽃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조금 절면서도 한 손에는 한 송이 붉은 장미가 핀 화분을 안고 걸어오는 신사를 호기심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으며 장미를 자기에게 달라는 유혹을 하기도 하였다. 그 중에는 박 목사를 알아보는 자도 있어 그들이 스스로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 목사는 골목의 숱한 시선들과 웃음소리와 추태 속을 걸으면서, 십자가를 메고 사형장으로 가는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을 하며 자신이 이 길을 가야지 그녀를 살릴 수가 있다는 강한 사랑으로 절뚝거리며 화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가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잡지사 기자인 줄 알고 방문을 연 화자가 놀라며 자신이 방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장미화분이 있던 방에서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를 계속 하기 위해 화분을 가져 왔어요. 많이 자랐죠. 약속대로 절 잡지사 기자라 생각을 하고 그 동안에 밀린 이야기를 합시다.”
“중규씨는 기뿐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저를 왜 마지막까지 괴롭히려 하시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로 기뻐요?”
“3년이란 세월을 기다려 왔는데… 수요일에 중규씨가 나타나기까지는 정말로 기뻤어요. 이 기쁨이 3개월의 그리움을 잊게 해 주리라 믿었어요.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어요.”
화자는 간통의 현장을 들킨 여자처럼 이제 더 숨길 것도 없다는 심정으로 방석을 박 목사에게 권하고 자신은 이불 위에 앉았다.
“고마워요. 한쪽 다리는 펴고 앉을께요.”
박 목사는 얼른 일어난 화자의 부축을 받으며 방바닥에 앉고는 등을 벽에 기대어 방을 살펴 보았고, 무수한 남자들이 거쳐 간 이불 위에는 화자가 죄인처럼 머리를 숙이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앉은뱅이 상위에 있는 장미는 화분의 장미와 똑 같군요.”
한쪽 벽에는 마른 장미들이 꺼꾸로 매달려 있어 색다른 멋을 내었고 방의 분위기는 여고생의 방처럼 깔끔하였다.
“10개월 동안 모은 장미인데 집에 갈 때 이것만은 가지고 갈 유일한 추억의 물건인걸요.”
둘의 만남이 10개월이 되었지만 손 한번 잡은 적이 없고 사랑이라는 말은 꺼내 본적도 없으나 두 마음은 하나가 되어감을 전부터 서로 느끼고 있었다.
“제가 수술을 받고 나서 화자씨가 저의 절단된 다리를 볼까 봐 제일 두려웠죠. 그런데 화자씨는 이불을 살며시 들치더니 끝내 보더군요.”
“그때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화자씨가 무안해 할까 봐 일부러 자는 척 했죠. 오늘은 제가 화자씨의 이불을 살며시 들친 셈이군요.”
박 목사의 말에 화자의 입 언저리에 수집은 미소가 감돌았고 ‘당신이 나의 반 동강이 된 왼쪽 다리를 보고 눈물을 흘릴 때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확신을 했죠.’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고 있었다.
“서로의 부끄러움을 보면서 저는 울었기에 동정을 받았지만 중규씨는 분노하여 성이 났기에 더욱 미안해요.”
“제가 지금 성난 사람같이 보여요? 당신이 나를 속였나요? 제가 물어보려 하자 당신은 거짓말을 할 용기가 없어 사라지는 길을 택하였죠.”
창녀촌의 2층에서 진실의 대화가 밤이 깊은 줄을 모르고 이어가는데 바로 옆의 6층에서도 세 남자가 밤을 세워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밤꽃들을 구원하겠다고 이곳에 교회를 세운 철수 전도사, 이 모든 사건의 원인자인 병춘 관리소장, 2층의 방을 깨끗이 비워주고 제발 자신이 어두움에 빠뜨린 처녀가 결혼을 하여 밝은 세상에서 떳떳이 살기를 원하는 병규.
이들이 간절히 기도를 하는 것은 상대의 직업이 거룩함이 문제가 아니라 빛이 어두움을 비치기를 원치 않는 일이 생길까 두려운 것이다. 세상은 빛을 숭배하고 동경하지만 정작 빛은 자신의 본분인 어두움을 밝혀 주어야 하는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어두움이 거치지 않은 새벽이나 많은 사람들이 하와의 인사를 받으며 성전으로 오르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밝은 얼굴을 한 박 목사와 화자도 속해 있었다.
“둘이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지어다. 각 자 조용히 기도를 하시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 목사와 화자는 서로의 손을 잡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일어 섰을 때는 새벽의 밝은 빛이 성전에 가득하였다.
“철수 전도사! 어제 저녁 내가 기도를 하면서 생각을 한 것인데 계획을 하나 수정을 했으면 해.”
“저도 주님이 저희들의 기도를 들어 주시면 이 일이 밑거름이 되어 회심을 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화자 자매는 꽃 재배를 원하고 박 목사는 시골 교회 개척을 원하니 이 둘은 이제 부부가 될 사람이니 일도 하나로 묶었으면 하는데….”
병춘 소장이 또 무슨 일을 벌리려 하는 눈치에 철수는 바싹 긴장을 하여 귀를 기울이는 것은 여태까지 소장이 벌린 일이 놀라운 결과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고 플라스틱 하우스를 구매하기 위하여 둘러 보니 상당히 많은 물건이 나와 있었어. 채소, 과일, 꽃 등을 겨울에도 경작을 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인데 여간해서 버티기가 힘든 모양이야. 이 분야는 생명을 건 사람이 도전을 해야 성공을 할 것 같아. 화자의 고향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더 들어가면 화전민들이 가끔 살았던 작은 산들로 구성된 곳이 있어. 너무 외지기에 살던 몇 가구의 사람들도 다 나온 곳이야. 전화는 물론이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네. 그 대신 물은 풍부해.
작년 가을에 건설회사 소장이 투망을 가지고 놀러 가자고 해 같이 간 곳인데 자기는 노인이 되면 이곳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더군. 그때 나는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는 비정한 아버님의 말씀이 ‘너는 흙이니 흙처럼 정직하게 살아라.’는 말씀으로 들리더군. 밤꽃이나 불량배나 도시의 낙오자에게는 흙을 통한 회복이 제일 빠른 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철수는 아저씨가 현재는 불모의 땅이나 30년, 50년 후에는 회개하는 자들의 땀으로 기름진 옥토로 사람까지 변화를 시킬 수가 있다는 불타는 집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함빌딩 땅 1평이면 그 곳 땅 100평을 살 수가 있어. 게다가 나라의 땅이라 공시가의 20%만 지불하면 나머지는 5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이야. 그 곳은 투자를 노린 신 마을의 개념보다 목적이 있는 자들의 공동체 마을로는 최적이야. 밤꽃과 낙오자들의 도피성을 만들자. 꽃은 일년 후에는 인건비 정도는 나올 것이고 밭에는 자족할 식량은 충분히 나와. 게다가 무공해 작물로 개발을 하면 언젠가는 돈도 만지게 되어 자립 밑천도 될 것 같아. 나함재단에 미인빌딩을 위해 저축되어진 돈이 있어. 미인빌딩은 아직 자리도 못 찾았어. 미인빌딩 전에 이 곳을 박 목사 부부를 투입하여 개발을 하자. 그리고...”
“아저씨, 미안하지만 미인빌딩은 어디에 서는 건물이지요?”
한창 새마을 건설에 열이 나 있는 아저씨에게 건축설계사 철수는 미인이란 이뿐 이름에 대해 물었다.
“자네가 매주 부르짖는 구호일세. 한 많은 미아리 고개에 제 2의 라합교회가 서기 위해 기도해 주세요. 미아리 ‘미’에 인은 영어 ‘인(in)’즉 미아리 속의 교회라는 말일세.”
배 속에 애기가 들어서기도 전에 이름부터 짓는 꼴이지만 남녀가 한 이불을 덮으면 애를 낳기 마련이므로 결코 헛된 일은 아닌 것이다.
“전기가 없는 곳에서 젊은이들이 견딜 수가 있나 하는 점이 제일 염려가 됩니다.”
발명가 에디슨은 전기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통해 모든 것의 눈을 뜨게 했으나 이 땅에는 아직도 전기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미군부대에서 큰 발전기를 구입해서 기본적인 전기는 이에 의존을 하고 나머지 열량은 산의 나뭇가지를 이용하면 될 것 같아. 지금 정부에서도 새마을운동을 장려하고 있으니 부흥만 되면 전망은 밝은 편이야. 허나 일년동안은 기름을 부어 주어야 하네.”
“기름이 부족한 나라의 형편이고 자립할 때까지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야 할 터인데요.”
“한 전도사의 라합공짜 식당 할 때의 투지가 어디로 갔을까? 일단은 땅이 있으니 먹는 것은 자급자족이 될 것이고 꽃이나 특수농작물은 우리 판매망을 통하면 이윤은 생길거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자가 나더라도 이 사업은 땅을 통해 새 사람의 탄생이 목적이네. 백년교육을 한다면서 정부에서 온갖 혜택을 받고는 이윤을 생각하는 교육자를 닮아서는 아니 되네. 교육자보다 보다 더 거룩한 사람이 성직자라는 평신도들의 바람을 저 버려선 안되네.
돈도 벌어야지. 그러나 돈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을 통해 벌도록 하세. 자본주의 시대임으로 앞으로 많은 실업가 십자가 군병을 양성해야 하네. 같은 십자가 군병이라도 나는 기업가이고 자네는 성직자로 주어진 은사가 다른 것 같네.”
그렇다.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하나님이 각 자에게 주신 은사도 다른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를 깨달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천국으로 가는 신나는 삶인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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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실제로 목사와 밤꽃이 결혼을 하여 복음을 전했다고 하는데 한국에도 있을 법한 일인데 저는 아직 듣지를 못했습니다. 성경 속의 이야기에 실제로 땅에서 선포되어 이루어 져야 하는데, 보수신학은 너무 성경 속만 치중하고 개혁신학은 너무 땅에만 치중을 하는 극단적인 대조를 보이기에 평신도들은 상당히 힘이 듭니다. 자유게시판에 이에 대한 질문을 올렸으니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들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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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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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와 밤꽃(?)의 결혼 찬성 |
| 글이 방대하여 인터넷상으로는 읽기에 인내가 필요한듯 합니다. 목사와 밤꽃(?)의 결혼..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습니다. 내 일이 아니니까 쉽게 찬성은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려면, 주위 사람들의 눈총과 참견에 본인들은 퍽 힘이 들겠지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말이 안타깝습니다. 100% 성서적 합헌입니다. 땅땅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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