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교도소 그리고 죄인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뜨러빼앙 주립 교도소 사역
소망교회 예배 및 머리감겨주기사역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모두 함께 교도소 방문하는 날이다.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10시면 면회 사절이므로
그 시간 안에 두 번 예배를 드리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오전 6시에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에 탑승완료하고
7시에 음식점에 가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곧 뜨러빼앙 주립교도소로 이동하여 8시 전에 면회신청을 마쳤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후완목사 부인이 며느리 디나와 먼저 도착하여
면회신청 준비를 미리 하여 시간이 절약되었다.
전에 한국에서 몇 번 교도소를 방문하여 설교한 적이 있지만
외국에 와선 처음이라 약간 서먹한 맘이 든다.
특이한 점은 우리가 교도소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아무런 철망도 없는 곳에서 수감자들이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그들 사이를 걸어 예배 장소로 갔다.
삼엄한 경비를 하는 한국 교도소와는 상당히 다르다.
수감자들의 인권을 우리나라보다 더 존중하는 느낌이다.

수감자들이 많아 한 장소에 모두 모일 수 없어
두 번 예배를 드리게 되다.
처음 예배 설교는 후완목사의 부인이 하였는데
대단한 열정으로 설교를 한다.
아마 그분도 목사인 모양이다.
꼭 목사라 그렇게 하는 것 보다, 그분의 성격인 것 같다.
교회에서도 보면 남편 목사는 가만히 있고 부인이 다 나서서 한다.
이른 새벽 주방에서부터 참견하여 낮에는 농장에까지
하루 종일 분주히 뛰어다니며 열심히 주의 일을 돕는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교회성장을 위해서 목사 부인들이 대단한 수고를 한다.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앉아 있는 수감자들을 본다.
여자분 들도 있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도 죄인처럼 생긴 사람이 없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으려는 마음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살다 보니까 고달픈 생활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같은 피조물 이면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가장 큰 죄이다.
예수께서는 남녀노소 그리고 가진 자나 없는 자,
건강한자와 병든 자를 차별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의인이라 이들 앞에 서서 저들의 관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하나님께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저들에게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전하고 다함께 더불어 살고 싶어 와 있는 것이다.

K 선교사의 캄보디아어 구사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선교사들 중에 이렇게 현지어를 잘 말하는 분은 처음이다.
수감자들에게 설교하면서 회중들을 웃겼다 울렸다 한다.
한 번은 수감자들이 설교를 들으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에
왜 들 저렇게 웃는지 몰라 하은이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던 거였다.

“여러분, 천국 가고 싶습니까?
네!!!

진짜 가고 싶습니까?
네!!!

지금 가고 싶습니까?
아니오!!!

하! 하! 하! -------! ”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엔 누구나 행복한 가정이 있었다.

아무리 죄인신세로 감옥에 갇혀 있을지언정 일찍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더 오래 살고, 더 잘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죄인이라고 꿈과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과거에 죄인이었다고 출감한 후에도 사회가 그들의 갈 곳을
막아 버린다거나 영원한 죄인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
누구나 한 때 죄를 지은 적이 있다하더라도
마음 한 편으론 선한 목적을 가지고
올바로 살아보고자 하는 모습이 인간의 본성이다.
예수께서 의인을 위하여 오신 것이 아니고
죄인들을 구원하러 오셨다는 메시지는
날마다 마음속에서 되새김질해야 하는 위대한 선포이다.

감호소에 있는 이들 거의 모두가 생존의 문제로 들어온 사람들이란다.
가난해서 빚을 미처 갚지 못했다던가.
가난해서 남의 것을 좀 훔쳐 먹으려 했던가.
사기, 도박, 강도, 절도, 도적질 등
거의 모두가 배고픔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들어온 사람이다.
가난이 어찌 이들만의 잘못이란 말인가!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 나라에 참 웃기는 일이 있다.
이곳의 모든 사역을 마치고
훈련 팀들이 한국에 먼저 귀국한 후에
캄보디아에 관한 리서치를 좀 더 하기위하여
나 혼자 프놈펜 시내에 선교병원을 준비하고 계시는
목사님 가정에 1주 동안 머문 적이 있다.
그 병원에 사무장이 있는데 운전기사를 두었다.
운전기사는 별로 할 일이 없어 사무장의 아이들
학교 보내고 데려오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차나 닦고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운전기사는 현직 육군 대령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현직 군인이 그것도 영관급 장교가 남의 집에서
사설 경호원 겸 운전기사 노릇을 할 수 있는가 물었다.
그랬더니
“이 나라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입니다.”
하는 게 아닌가!

자세히 알고 보니
육군대령의 상관인 삼성 장군이 허락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조건은 육군대령의 군봉급은 장군이 챙기고
대령은 사설경호원으로 받는 봉급으로 대신한다.
사설 경호원의 봉급이 대령봉급보다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장군도 좋고 대령도 좋다는 거다.
대령이 경호원 겸 운전기사로 받는 봉급은
고작 미화 200달러이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이 나라에서 외국인이 병원을 세울 때
외국인이 소지하고 있는 의사면허증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경우이든 이 나라 의사 명의로만 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
매월 300달러를 주면 의사면허를 빌릴 수 있고 병원을 세울 수 있다.
이 경우 면허를 빌려준 의사는 병원에 출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개인병원도 운영하지 않고 면허만 빌려주고 돈을 번다.
물론 담당공무원과 짜고 하는 짓이다.
병원을 개설한들 손님이 없어 운영비도 벌기 힘들기 때문에
짜고 이 짓을 한다.
이것이 이 나라뿐 아니라 후진국들의 실정이다.

생계의 문제에 시달리다 감옥에 갇혀있는 죄인.
군복무를 안 하고 남의 집에 와서 운전기사 하는 현직 군인.
면허나 빌려주고 돈을 버는 사기꾼 의사.
위 세 종류의 사람 중에 누가 더 큰 죄인일까?
분명한 사실은 대령과 의사는 그렇게 살면서도
감옥에 붙잡혀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권력과 돈이 있기 때문이다.

외모(드러난 현상)만 보고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을 버려야겠다.
교도소의 죄수는 죄인으로 정죄하고
돈이나 권력의 힘으로 죄를 짓고도 교도소에 가지 않는
철면피한 사람은 의롭게 보는 그릇된 시각을 버려야겠다.
이미 예수 당시에 종교지도자들이 그런 철면피한 행동을 하여
예수께서는 그런 자들의 무리에서 나와
혼자 나그네 생활을 하지 않으셨던가!

후진국에서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게 아니다.
캄보디아에 와서 들어보니
한국의 국회의원이 이 곳 아파트 짓는데 관여하여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부도를 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 짓다만 아파트가 프놈펜 시 한 가운데 우뚝 서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손가락질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세상엔 교도소에 가지 않았을 뿐이지
죄인들보다 더 악질들도 많다.
선진국에서 조차 무전유죄요, 유전무죄는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그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 너 우리 모두가
뒤집어 보면 죄인 아닌 사람이 없다.
모든 인류가 죄인이다.
인류는 모두가 구원받아야 하는 죄인들이다.
예수님이 이와 같은 죄인들을 구원하러 오셨다니
이것이 복음이 아니겠는가!
이를 감호소의 수감자들에게 전하는 것이 굿-뉴스가 아니겠는가!
희망이요, 생명의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앉아 있는 수감자들 앞에서
연습해간 찬송과 율동을 하고, 색소폰도 연주하고
아이들은 퉁소를 불며 열심히 위문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예배 마치고 그들이 돌아가는 길 양편에 서서 인사했다.

“쁘레아 예수 스롤란 네아”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들도 우리의 인사에 정중하게 두 손을 모으고 답례를 한다.
풍성하게 준비하진 못했지만 약 300여명의 분들에게
한 끼 맛있게 드시라고 점심식사도 제공하였다.

교도소 사역을 마치고  후완목사님네 망고농장 옥상에서 점심을 먹다.

오전 10시, 교도소 문을 닫기 전에 위문행사를 모두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후완목사님네 망고농장으로 간다.
오늘 점심은 그곳 옥상에 준비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가 뜨겁게 익어갈 즈음
이번엔 깜뽕츠낭 츠롤롱까 마을에 있는 소망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처음으로 머리 감겨주기 행사를 하였다.
예배 시간에 물론 교도소에서 한 것처럼
합창도 부르고, 색소폰도 연주하고, 퉁소도 불었다.
예배당에 어린아이에서 어른들까지 입추의 여지가 없이 많이들 모였다.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선 예배자들.

머리 감겨주기 행사를 하기 전에 조를 짜고
필요한 말을 암기하느라 분주하다.

쏨 더므롱 쭈어
(줄을 서시오)
쏨 터이 끄라우이 번땍
(뒤로 물러나 주시오)
쏨 아온 끄발
(머리 좀 숙여 주세요)
쏨 벗 프네이
(눈을 감아 주세요)
쏨 엉꼬이 또
(의자에 앉아 주세요)

미처 암기하지 못한 대원들은 팔뚝에 써놓고 읽는다.
아이 어른 합하여 약 150여 명의 마을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부르는 순서대로 나간다.
먼저 머릿니 약과 샴푸를 바르는 조가 머리를 헤치고
약을 발라주면 약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우물가로 간다.
우물가에서는 한 팀이 세 명씩 조를 짜,
다섯 팀이 기다리고 있다가 오는 순서대로 머리를 감겨 준다.
머리를 감기고 나면, 수건조에서
깨끗한 새 수건 1장과 선물로 볼펜 한 자루씩 준다.
각자 머리의 물기를 닦고 나면 흰 수건에
시커먼 머릿니들이 버글버글 기어 다닌다.
여기 저기 흩어 앉아 수건위에 기어 다니는 이를 손톱으로 죽인다.

펌프질 하는 자들이 힘들어 자주 교대하며 물을 푼다.
수건 나누어 주는 이가 수건 대기가 바빠서
수건 좀 가져다 달라고 소리친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모두 비를 흠뻑 맞는 채로 봉사한다.
샴푸 거품이 우물가를 넘어 마당에 까지 넘친다.
20여분 내리던 비가 그친다.
머리 감은 자들이 햇볕에 머리를 말리며 상쾌한 기분으로 좋아한다.
봉사하는 대원들은 상쾌할 여유도 없이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밀려오는 사람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한 시도 쉴 틈 없이 정신없이 바쁘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사람들이 게으르고 추저분하면
저렇게 더럽게 사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형편과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누구나 이런 환경에 처하면 이럴 수밖에 없다.

이약과 샴퓨를 바르는 뒷편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어른과 아이들

나 어릴 때 생각이 문득 난다.
큰 매형이 우리와 함께 사시며 직장에 다니신 적이 있었다.
밤이 되면 나는 항상 매형 옆에서 잤다.
어느 날 밤 잠자기 전에,
이 잡아 주신다고 러닝셔츠를 벗으라신다.
신문지에 한 마리씩 잡아 놓으시면서
나보고 죽이면서 몇 마리나 잡나 세어 보란다.
50여년 이란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지금도 그 때 일을 잊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웬 이가 그리 많았는지!
52마리의 이를 신문지에 죽이고 나니
신문지가 온통 벌건 피투성이가 되었다.

군대서는 하도 이가 많아 매일 문둥이처럼 긁고 살았다.
소대원들이 이를 죽일 기발한 생각을 하였다.
각자 헝겊으로 토끼 불알만한 이약주머니를 만들어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양쪽에 하나씩 차고 다녔다.
약간 불편하지만 이가 근질거리는 것 보단 훨씬 나았다.

우리도 이렇게 이와 벼룩과 전쟁하며 어린 시절을 살았다.
가난하면 어쩔 수 없다.
먹을 양식도 부족한데 어찌 이약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사시사철 30도가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서
먹을 물도 귀한데 어찌 머리를 자주 감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사람들이 불결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잘 사는 우리가 이들을 좀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물을 파주든가. 이들이 농사지은 것을 수매해 주든가.
학교를 세워 주고 병원을 세워 주는 일도 필요하다.
어려운 사람과 나누지 못하고 혼자만 잘 사는 사람은
영원한 영의 세상을 모르고
눈에 보이는 육의 세상만 보고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하나님이 우리가 잘 살도록 해 주신 것은
함께 나누며 살라고 주신 복이다.
나누지 않고 혼자만 잘 사는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나귀가 바늘귀에 들어가기보다도
더 힘들다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머리를 감은 후 말리고 있는 여인 뒷편에선 여전히 이약 바르느라  바쁘고, 우편에선 감기느라 바쁘다.

우리나라도 도울 곳이 많은데
왜 구태여 남의 나라에까지 가느냐고 말하는 정의파도 있다.
참으로 애국자다운 말이다.
우리나라에 전쟁이 터지면, 그런 분들이 먼저 싸우러 나갈지 모르겠다.
하나님 안에서 내나라 네 나라가 어디 있는가!
지구촌 모두가 내 나라 사람이요, 내 형제 아니겠는가!
그렇게 구별하는 마음으로 살면,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오늘 머리를 감겨주고 이를 잡아 주어도
그들은 내일이면 또 이를 옮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하루만이라도 자녀를 시원하게 해주고 싶은 게
어머니의 마음이고, 하나님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머리를 감은 후 만족스럽게 서로 바라보는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