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의 의견 교환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4. 하나님 나라 친교로의 안내

지난 7월에 시작된 휴가철 주간에 이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뜨거운 여름을 지나시면서 말씀과의 동행을 잘 이루셨는지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말씀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과정도 쉽지 않은데 혼자서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화면만 보고 단 번에 쭉 읽어 내려가는 방식으로 말씀과의 동행을 시도하자니 그것을 통해 얼마나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겠는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모하는 마음만이 충만함을 누릴 수 있는 법입니다. 말씀과의 동행을 갈망하시면서 다양한 형태의 인생과정을 겪어내시는 중에 하나님 나라의 삶을 기약하시는 믿음의 사람들인 여러분들께 주의 영이 역사하시므로 큰 지혜를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특히 말씀과의 동행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기약하는 깨우침을 원하신다면 제시된 참고 성구들도 일일이 찾아보시는 정성을 기하시기를 권합니다. 그러는 중에 하나님의 말씀과의 만남을 위한 성서신학적인 견해가 담긴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각각의 구절들마다 배어있는 하나님의 은총의 숨결을 경험하시는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①피난지로 애굽이 지목된 이유(13절)

아기를 갓 출산한 출산부를 데리고 애굽으로 가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더구나 밤에 이동해야만 하는 도피성 이주라면 남들 몰래 가야 하는 것인데 그 밤중에 애굽을 향해 간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요? 대체 왜 굳이 애굽 애굽으로 가야 했던 것일까요? 가까이에 있는 요단강을 넘어서면 헤롯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나라도 있는데 말입니다.

애굽은 ‘풍요’의 나라로 상징됩니다. 애굽은 가나안에 흉년이 들었을 때에도 곡식이 풍부했습니다(창13:10; 창41:54 참조). 그러나 그와 동시에 애굽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고난’의 땅이기도 했습니다(출1장 참조). 아브라함은 가뭄을 피해 애굽으로 갔다가 고난을 당했고 이스라엘도 애굽에서 노예살이를 해야 하는 고난을 당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굽은 ‘풍요’로운 나라이면서 동시에 ‘고난’의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풍요’가 곧 인생의 목적일 수는 없다는 교훈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물질적으로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그 ‘풍요’의 땅을 이스라엘에게 선물로 주지 않으시고 그보다 훨씬 못한 ‘가나안’을 주셨습니다. 물질적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받으면 언제든지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풍요로움 가운데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인간은 본성상 물질적으로 넉넉하면 하나님을 모른다고 해대는 존재이기 때문에(신8:11~18; 잠30:9 참조)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본다면 애굽은 대망하는 복의 땅이 아니라 떠나야 하는 포기의 땅입니다.

진정한 풍요를 위해 떠나야 하는 곳
이에 대해서는 아브라함의 경우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그 이름이 개명되기 전이었던 때에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물질적으로 궁핍함이 없이 지내기를 원하여 ‘풍요로운 삶’의 대명사인 애굽으로 갔습니다(창12:10). 하지만 아브라함은 거기서 복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위기’의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결국 아브라함은 ‘물질적인 풍요의 나라’인 애굽을 포기하고 물질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하지만 하나님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습니다(13:1~4).

아기예수의 법적인 부친인 요셉은 꿈에 ‘애굽으로 피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애굽은 포기해야 할 땅, 떠나야 할 땅인 ‘위기’의 나라이기 때문에 들어가야 할 장소가 아니라 나와야 할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그 위기의 땅인 애굽이 아기예수와 그 가족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하는 임시 도피처로서의 ‘안전한 나라’ 구실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하나님이 조상들에게 주신 안전한 땅인 팔레스틴은 당분간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상황이 뒤집어진 셈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요셉은 아기예수와 그의 아내 마리아를 데리고 애굽으로 들어가 일정 기간 동안 생활해야 했습니다. 위기가 사라질 때까지 임시로 피난생활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 피난처가 바로 나와야만 하는 풍요의 땅, 애굽이었습니다.

참다운 풍요를 얻는 방법
여기에는 마태복음 저자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물질적 풍요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풍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삶이 진정한 풍요라는 교훈입니다. ‘풍요의 나라’인 애굽에 있을 때 아브라함은 오히려 심각한 가정파괴의 위기를 느껴야 했으며(창12:10~20) 이스라엘은 국가노예로 전락하여 고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출1:8~11).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르게 비록 물질적으로는 궁핍할지라도 하나님의 인도를 받을 때에는 기적을 경험하며 문제를 풀어내는 ‘주인노릇’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궁핍하고 물질적으로 어려웠을지라도 이스라엘은 결코 먹지 못해 굶어 죽거나 입지 못해 헐벗었던 때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신8:2~4; 29:5; 느9:19~22).

이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풍요는 ‘근심 걱정 없는 물질적 풍부’와 깊은 관련이 있으나 성서를 통해 보는 진정한 풍요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루기를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므로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하는 삶이라는 가르침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의 요셉과 비슷한 모습
그런데 왜 하나님은 요셉에게 명하여 아기예수를 데리고 조상들이 포기하고 떠나온 나라인 애굽으로 잠시 가 있으라고 지시하셨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를 통해 ‘임시 피난처인 물질적 풍요’라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아기예수의 아버지인 요셉은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열두 아들들 중 야곱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요셉과 이름이 같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연결되는 그림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요셉은 형들이 가하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생명에 ‘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극적으로 애굽으로 팔려갑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에 노예로 팔려갔지요. 그러나 그 이후로 일정한 때가 되었을 때 야곱의 후손들은 애굽에서 더 이상 생활할 수 없음을 절절히 깨닫고 물질적 풍요의 대명사인 애굽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기예수와 그 가족의 모습이 이와 매우 비슷합니다. 가장인 요셉은 생명에 위기를 느낀 아기예수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하여 애굽으로 내려가 거기서 일정기간 동안 임시로 생활합니다(13절,15절). 그리고 위기의 시간이 지났을 때 풍요로운 나라인 애굽에서 삶에 큰 압박을 받았던 가나안으로 되돌아옵니다. 이 부분이 창세기에 나타나는 요셉의 모습에 상응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생명에 위협을 느낀 위기상황 속에서 일정기간 동안 애굽에 피신하는 경우는 솔로몬 때의 여로보암의 경우를 통해서도 나타납니다. 여로보암은 솔로몬에게 생명의 위험을 느끼자 일정 기간 동안 애굽으로 피신했습니다. 그러다가 솔로몬 사후에 다시 귀국합니다(왕상11:40). 애굽으로 갔다가 다시 애굽에서 나오는 과정이 일치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애굽은 영원히 정착할 복의 나라가 아니라 덮쳐오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잠깐 몸을 피하는 정도의 나라로 인식됩니다(왕하25:26; 렘26:21).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애굽이라는 나라의 위치는 그런 정도인데 물질적으로는 가나안보다 풍요하다는 것이지요.

풍요로운 물질과 생의 목표 관계
여기서 보게 되는 부수적인 것이 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자유로운 삶, 참다운 삶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믿음의 사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참다운 복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구약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기예수와 함께 아기예수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내를 데리고 애굽을 향해 떠났던 요셉의 경우를 통해 ‘임시방편으로서의 풍성한 나라 애굽’을 떠올릴지언정 영원히 사모해야 하는 복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적 풍요에 휘말려 그 안에서 안주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과감하게 진정한 삶의 목표를 위하여 떨치고 일어나 떠나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되지요. 따라서 우리는 아무리 삶에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물질적 풍요는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잠깐 동안의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애굽으로 상징되는 ‘물질적 풍요’는 삶을 위한 임시수단일 뿐이므로 물질적 풍요 그 자체를 생애 동안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인생의 목표로 삼지는 말라”는 교훈을 받게 됩니다. 물질적 풍요는 진정한 삶을 이루어가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인 활용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거대한 사업가를 목표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주어진 삶을 운용한다고 할지라도 물질을 모으는 것 그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왜 물질을 모으려고 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됩니다.

물질과 하나님을 앞에 두고(마6:24 참조)
마태복음은 상류층을 상대하면서 하나님께 이끌리는 삶을 산 사람들의 모습과 물질에 끌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지 못하는 삶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제시합니다. 예수께서 부르신 첫 번째 제자들은 부르심을 받자마자 곧 그물과 아버지를 버려두고 예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나섰습니다(4:20,22). 그러나 예수께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가 예수께서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씀하시자 그것으로 예수의 따르미 되기를 포기한 어떤 사람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8:18~20). 그와는 달리 물질은 많은데 영적인 갈급함을 해결하지 못했던 세리마태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모습은 어떤 것에 이끌려야 이룰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의 독자들은 여기서 물질에 이끌리는 삶이 되어야 하는지, 예수 그리스도께 이끌리는 삶이 되어야 하는지를 앞에 놓고 거룩한 선택을 하도록 촉구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물이 많은 청년의 우유부단한 모습(19:16~22)과 베드로의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습니다(27절)’라는 고백 사이에서 참다운 인생의 목표를 무엇에 두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여운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물질적 풍요에 이끌리는 삶’이 ‘하나님께 이끌리는 고난의 삶’보다 행복한 것이라면 과연 어느 정도로 행복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분명한 사실은 요셉에게 현몽하여 ‘물질이 풍부한 애굽’으로 가라고 말씀하신 것은 잠깐 동안 ‘임시방편적으로 피신해 있으라는 말씀’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본 대로 이스라엘은 조상 때부터 풍요의 땅인 애굽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더 큰 고난을 받고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면서 물질적으로 풍요한 그 애굽의 기름진 땅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그럴 때에 약속의 땅에 이를 수 있었지요.

마찬가지로 마태복음은 아기예수도 애굽으로 갔었으나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다시 약속의 땅으로 되돌아왔다는 그림을 제시하면서 하나님의 약속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 약속의 자녀들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