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실로 향기로운 향내는

뜨거운 아열대 기후의 선교현장에서 독충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안전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게 됨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다.

옥상에 올라가니 사방에 넓게 펼쳐진 평야지대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어
가슴이 확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더운 나라에 와서 이렇게 시원한 기분을 느끼기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 산악지역을 평풍으로 둘러치고
우측으론 메콩강의 젖줄을 끼고, 남쪽엔 바다로 열려진,
아늑한 평야지대에 자리 잡은 나라이다.
티베트에서부터 남중국해로 흘러 내려오는 긴 메콩강의 퇴적물은
캄보디아의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곡창지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기름진 입지조건에서 1차 산업이 주를 이루던 과거시대에
얼마나 경제가 왕성했었을까 상상해 본다.
이곳의 망고 농장도 물론 비옥한 평야 지대에 위치하였다.
5월경에 왔더라면 망고를 실컷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무성한 나뭇잎만 바라보게 되었다.
계절이 바뀌어 열리지 않는 것이니
잎만 무성한 나무라고 저주 할 수 없어
다음 기회를 위하여 축복해주다.
이곳은 열대 몬순기후라 4-5월은 상당히 덥지만,
7월 기후는 덥기는 해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여
고온 저습한 느낌이 든다.

지난 밤 모두들 무성한 망고 숲속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찍 단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니, 아래층에서 찬송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내려가 보니 후완목사가 농장 식구들과 둘러 앉아 새벽기도를 한다.
나도 참여하여 한 참 기도를 한 후, 다 마친 줄 알았더니
디나 사모가 통역하길, 나더러 설교를 하란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새벽서부터 말씀을 전하게 되다.
들고 있던 영어성경에서 본문을 정하여 간단하게 설교하다.

예레미야 33장 3절.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설교하는 나보다 통역하는 디나 사모가 더 잘 하는 것 같다.
디나의 통역을 들으며 모두들 은혜 받는 모습이 드러나 보인다.
어디든지 인물은 스스로 혼자서 되는 게 아니고 훌륭한 동역자가 필요하다.
예수께서도 훌륭한 동역자 세례요한이 앞서 가며 길을 닦아 놓지 않았던가.

우마차 타고

새벽기도 후 산책을 나간다.
황토 흙보다 약간 짙은 적벽돌을 잘게 부서뜨려 깔아 놓은 것 같은
예쁜 색의 농로는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 속의 길 같다.
그 예쁜 길 위로 우마차가 주인과 아들을 태우고 새벽일을 나간다.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빨리 스케치 하여 담아놓고 싶다.
내가 먼저 미소 지으며 우마차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니
우마차에 탄 아버지와 아들도 미소 지으며 나에게 손짓해 준다.
그래, 모든 건 상대적이다.
내가 웃으면 상대도 웃고, 내가 화내면 상대도 화낸다.

나이가 들어도 모험심은 여전하다.
이러한 모험심과 탐구심이 나를 선교지로 내 모는 지도 모른다.
눈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우마차 뒤에 넉살좋게 올라타 본다.
주인이 나를 위해 우마차를 천천히 가게 한다.
우리는 금세 한 마음이 되고 우마차 안에서 한 팀이 되었다.
우마차를 타고 가며 바라보는 평원의 풍경은
전혀 새로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 같은 모습도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미시오데이(하나님의 선교)는
2천년 동안 교회가 만들어 놓은 교리를 전하는 게 아니다.
꼭 내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니고
상대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들을 긍휼히 여기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교지의 땅을 내 집처럼 아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내 가족처럼 사랑하며
너와 내가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지내는 것이다.
선교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 것이다.
그런 삶속에 원수가 있을 수 없으며, 불화가 생겨날 이유가 없다.
사단이란 존재는 평화를 깨뜨려버리고 불화를 조장하는 자이다.
우리들이 싸울 것은 육체 아니요, 사단의 세력이다.
우리와 비록 모습과 생활환경이 다를지라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평화를 구하며 서로의 유익을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한다면
우린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

후완목사님을 정성껏 치료해 주다

우마차를 타며 아침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니
늘 말이 없는(말할 것이 있어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서로 대화 할 수 없는)
나와 동갑인 후완목사가 커피 물을 끓여와 우리 일행에게 손수 커피를 타 준다.
서로 말이 통하진 않지만 그의 섬김의 행위는 백 마디 말보다도
더욱 정이 넘치는 대화이며 사랑의 교제이다.
때로는 말보다 눈짓과 몸짓으로 하는 대화가 더 진실 되고 다정할 때가 있다.
우리는 비록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과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
내가 진실로 선한 마음으로 이방인을 대하면, 비록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
선교는 꼭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만일 우리의 몸에서 예수의 향기가 배어날 수 있다면
우리가 구태여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 향기로 우리의 맘을 전할 수 있다.
진실로 향기로운 향내는 민족과 언어와 사상을 초월하여 누구나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예수의 향기를 발하는 자가 되어야 할 터인데
마음은 원이로되, 가끔 혈기가 동하여 썩은 냄새를 풍기곤 하니
내 어찌 곤고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제 우리들이 심방 가서 환자 치료한 것을 며느리 디나에게 들었나보다.
후완 목사가 커피를 마신 후 자기도 치료해 달란다.
약간 겁을 주며 침은 상당히 아프고 뜸은 뜨거울 뿐만 아니라
몸에 흉터도 잡히는데 하겠느냐 물으니 빙그레 웃으며 하신단다.
우리 일행은 어른에게 커피 얻어 마신 것이 고맙고 죄송해 몸 둘 바를 모르다가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잘 돌봐 드렸다.

아침식사를 마치니
롬머 기사가 우리를 태우고 논 한 가운데 난 예쁜 색 농로를
약 15분 정도 달려 농가 한 가운데 내려놓고 달아난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면 그가 다시 우리를 태우러 올 것이다.

누가 어떤 잣대로 캄보디아를 세계최빈국중 하나라고 말했는가?
캄보디아의 농촌 마을에 와 보니
다른 저개발 국가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단정하고 안정된 모습이다.
가는 곳곳의 농촌마을 마다 구획정리가 잘 되었다.
마을 중심엔 넓고 곧게 뻗은 도로가 나 있고
도로 좌우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마을 뒤편으론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각 농가는 약 300여 평 정도 되는 널찍한 직사각형 대지위에
넓은 마당을 갖추고 비좁지 않게 살고 있다.
모든 집들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서 있고
집집마다 아열대 식물들이 무성하게 어우러져 있다.
요즈음 캄보디아의 열악한 경제사정에 비추어 볼 때
잘 정비된 농촌마을은 아마 전에 이 나라를 식민통치하던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듯하다.
어찌되었든 우리나라 같은 산간지역의 농촌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반듯하고 널찍하게 잘 구획정리 되고 경지정리 된 모습이다.
이런 농촌 모습은
전혀 최빈국의 호칭을 받아야 할 궁핍한 모습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잘 사는 사람들이나 살 수 있는
풍요롭고 여유로운 사람들의 별장 마을 같다.
집들이 좀 허름하고 그들이 입은 옷이 남루하여 그렇지
그들의 표정과 눈은 가난에 찌든 모습이 아니다.
부자가 망해도 한동안 자존심을 유지하고 살듯이
그들의 심보는 크게 번성하였던
12세기 고대 크메르 제국시대의 자존심이
여전히 남아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비록 지금은 가난할지언정, 비옥한 땅이 있고 성실한 국민이 있는 한
정치만 안정되면 언젠가는 다시 그 옛날의 영화를 회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을 각 가정을 심방하다.

쁘레야 뜨롱 러어 나 쁘레야 뜨롱 러어 나
(좋으신 하나님 좋으신 하나님)
쁘레야 뜨롱 러어 나 뜨롱 러어 나 멀 크놈
(참 좋으신 나의 하나님)

찬송을 부르며 오늘 처음 심방한 가정은
어제 뱀에 물리어 치료받은 가정이다.
혹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가장 먼저 들렸는데 그가 보이질 않는다.
부인이 말하길 아침 일찍 물소 끌고 일하러 논에 나갔단다.
그가 이제 정신이 들고 힘이 난 모양이다.
우리 일행은 할렐루야를 외치며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그 다음 가정은
불신자 가정인데 우리의 소문을 듣고 심방을 요청하였다.
치료를 받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그에게 설명하였다.
병을 낫게 하는 이는 하나님이시지 우리가 아니라고.
우리는 오직 도구로만 사용될 뿐이지
살고 죽는 것은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고.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든 이들이
예배를 드리며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태도가 진지하게 변한다.
우리는 그 가정에 예수를 영접시켰다.
그들에게 주일날 교회에 나오라고 권면하였고, 그들이 그러마고 약속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치료를 받았다.
한 사람 치료 하는데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치료시간이 오래 걸려 하은이 만 내 옆에서 통역하기 위하여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또 다른 가정을 심방하러 갔다.
하은이는 K선교사의 딸로 세살 때 캄보디아에 와서
열 살이 되도록 줄 곳 이곳에 살아서 이곳 말을 현지인처럼 잘한다.

치유사역을 돕는 하은이

하은이는 참으로 총명한 아이다.
내가 한 번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다음 차례에 무엇을 할지 예측하고 있다가 나를 잘 도와준다.
내가 침을 놓을 차례가 되면 침을 준비하였다 주고
뜸을 뜰 차례면 뜸을 준비하여 주고, 불을 켤 차례면 라이터를 준비하여 준다.
통역할 때도 어른스러운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여 통역해 준다.
하은이를 보면서 지혜로운 사람이 따로 있음을 보게 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을 실감한다.

우리 팀은 오전에 다섯 가정 심방하고, 오후에 여섯 가정 심방하였다.
이렇게 잠깐 왔다가는 단기선교가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저 선교여행 정도로만 생각하여,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혹은 어른들에게
가난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체험시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현지 목회사역자와 프로그램을 잘 짜서
현지교회의 목회와 전도에 도움이 되도록 연결시키면
비록 잠깐 왔다가는 경우라도 현지교회에 큰 격려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
매년 지속적으로 올 수 있다면 현지교회의 성장에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현지교인들 중에는 비록 신앙심이 없더라도
매년 찾아오는 외국의 선교팀을 기다리며 교회를 다니다가
훌륭한 헌신자로 변화되는 사람들도 있다.

심방을 모두 마치고 평가회를 하면서 모두들
한목소리로 치료사역이 흥미로웠단다.
아마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그렇게들 생각하는가 보다.
저녁식사 후 너무 피곤하여
아래층에서 누군가 즐겁게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옴에도
내려갈 기운이 없어 계속 침대에 누워 잠만 자다.

                                                       자료제공 : 월드미션(http://cafe.daum.net/amcc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