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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3월 25일 (토) 00:00:00 [조회수 : 2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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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사위와 한 집에 사니 불편하시죠?”
3월 13일에 서울로 올라온 철수는 8일째 장모님과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집안에서 자신도 행동에 조심을 해야 했기에 장모님도 조심을 하는 것 같아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보았다.
“불편?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손자와 한 집에 사니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있었네.”
사위는 괜찮고 손자는 불편했다는 장모님의 동문서답에 철수와 영이는 서로 쳐다보며 정답을 찾아보나 헛일이었다.
“12년 전에 커다란 아파트에서 고1인 삼돌이와 살면서 일주일 동안은 내가 잠이 오지를 않더라고. 그 동안 여자들과 생활을 하다가 짧은 콧수염이 달린 남자와 있었으니 당연하지.”
오랜만에 9명의 대가족이 다 모여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과를 먹다가 할머니의 말에 집안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아버지는 머리 뒤통수에 흰 머리가 모였듯이 유별나게 콧수염이 빨리 자라는 삼돌이는 머리를 들지 못하였다.
“그래도 족자가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것보다 손자가 주물러 주는 것이 휠씬 시원했어.”
“당신, 오늘부터 매일 어머니 어깨 주물러 드리세요. 피가 섞이지 않은 사위 사랑 손이 더 약손이래요.”
“이사장 사모님, 투표를 해도 6:3으로 질 터인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삼돌아, 빨리 결혼해서 미국 이민간 삼돌 엄마처럼 아들 셋만 낳아다오. 그러면 우리 가정은 남녀동수로 남녀평등이 되겠지.”
9명의 가족이 모여 살면서 간단한 규칙을 정한 것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는 결정을 하였는데, 2개의 화장실은 여성은 양쪽을 다 사용할 수가 있으나 남성은 한 쪽만 사용해야 한다는 다수결의 결정으로 매번 남성들이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저~ 승훈씨네 집에서 날자를 잡았으면 하는데요.”
“승훈이가 누구지? 난 이제 은퇴를 했으니 주례도 은퇴야.”
이미 삼미의 신랑감으로 집안에서도 인정한 승훈을 철수가 모른다고 한 것은 3년 전부터 눈이 맞은 남녀가 유별하게 서로의 사랑을 주위 사람들에게 표시를 했기에 심술이 나 모른 척 해보았더니 모두들 인정한다며 삼미의 약을 올렸다.
“오빠가 내년에 대학원을 졸업하니 삼돌이는 내년 봄에, 삼미는 집안 가사를 더 도와주고 내년 가을에 결혼식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어.”
승훈네 집에서 모든 것을 다 준비를 하였기에 자신은 베개만 들고 가면 된다고 가족을 설득하는 삼미에게 자녀들의 결혼도 살림의 일부분인지라 영이가 나서 점잖게 결론적인 교통정리를 해 주었다.
“에미야, 아니다. 젊은 애들이 사랑을 할 때는 하루가 일년인데 약속이 되었으면 빨리 합방을 시키고 결혼은 순서대로 진행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 순서를 바꾸면 나이롱 뽕 집안이 돼.
가족들은 남편과 일년 만에 헤어졌고 언제 하나님이 부르실지 모르는 나이신 할머니의 애절한 마음에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으니 나이롱 뽕 집안이란 소리는 금방 이해할 것 같았다.
“내가 나설 일은 아니나 년 초에 삼돌 애비가 집안의 똥차를 처분하겠다고 장담을 했으니 내년 일을 올해 하도록 함세. 나를 위해 정원이 있는 개인주택으로 이사를 하기에 부산의 38 광땡집을 봉선에게 처분 했는데 하나님이 돌보시어 개인주택을헐값에 구입을 했으니 나의 돈은 손주들을 위해 쓰고 싶네. 올 5월에 삼돌 결혼, 6월에 삼미 결혼을 하도록 함세.”
주님따라 떠돌이 생활을 하는 부모에 비해 사춘기의 어려움을 다 안아주시고 뒷바라지 해 주시던 할머니의 판결이 떨어지자 자녀들은 즐거운 함성을 질렀고 삼미는 너무 좋아 할머니를 껴안았으며 표현력에 약한 삼돌도 싱긋이 웃고 있었다.
“삼순아, 너는 바울 선생님을 닮아 독신녀가 되기로 했으니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을 하다. 조카들아, 해결사 할머니를 위해 오늘 모처럼 나이롱 뽕이나 한판 붙자. 별관으로 이동!”
결혼 이야기라 듣기만 하던 설화 처제가 3월 1일부터 영등포 라합교회 담임 전도사로 발령 받은 젊은 독신녀 삼순이를 세워주었으며 형부와 같이 산 날부터 어머니의 유일한 오락인 손주들과의 10원짜리 나이롱 뽕을 하지 못했기에 이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불타 처제, 별관에 나도 가도 되지?”
“예수 형부는 내일부터 출근이니 오늘은 언니와 이사 갈 집 수리문제와 아이들 결혼준비나 하세요. 4월 달부터 회원으로 끼워 드릴께요.”
삼대로 구성된 7명의 나이롱 팀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쪽 아파트를 뚫은 통일문을 야옹이를 앞세우고 우르르 몰려간다.
“당신 나이롱 뽕 할 줄 아세요?”
“신혼여행 때 처갓집에서 하룻밤 잘 때 배웠잖아. 그런데 이제는 다 잊어버린 것 같아. 다시 배울까?”
“물론이죠. 건전한 오락도 때와 장소를 잘 가려야 하며 구성회원도 중요해요. 10원짜리지만 이총리도 이슬비에 옷이 다 젖었다는 고백을 하면서 떠나더군요. 제가 어머님에게 잘 배워서 당신에게 배워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철수는 요즘 들어 곧잘 농담을 하는 아내의 소리에 크게 웃어보며 29년 전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다녀오며 부산의 한 칸짜리 처갓집 방에서 보낸 24시간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장모님과 설화 처제가 옆 집에서 자겠다는 것을 내가 한 방에서 같이 자자고 우겼는데 잠이 오지 않던 일 기억 나?”
“난 사창가에서 족발집을 하는 우리집 모습을 보며 실망을 할 것 같은 당신에게 죄를 지은 느낌이었는데 족발 그릇을 씻으며 어머니를 도와주는 당신을 보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어요. 그런데 한 방에서 같이 자자고 우기는 당신은 정말 밉더군요.”
화요일에 라합교회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제주도로 3박 4일의 신혼여행을 떠난 영이와 철수는 마지막 목요일 밤은 처갓집에서 지내기로 했었다. 광땡족발집은 아침부터 동네 사람들을 초대를 하여 잔치를 열고 저녁 배달만 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찾아온 사위는 서울 잔치에 오지 못한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평소실력대로 열심히 그릇을 닦았던 것이다. 그런데 단칸방에서 다 같이 자자는 목사 사위의 말에 부산 식구들은 기절초풍할 뻔하였다.
“덕분에 봉선자매까지 불러와 밤새도록 나이롱 뽕을 했지 않아. 물론 비행기 안에선 주위 사람들이 신혼재미가 얼마나 좋았던지 침을 흘리며 잔다는 핀잔을 듣기는 했지만….”
다음날 새벽부터 머리를 깨끗이 감은 장모님과 처제까지 동원되어 오늘부터 시작을 하는 라합뉴스를 축하하는 뜻으로 새벽기도회에 전 가족이 참석하였다. 철수는 자신을 이제까지 한 길로 걷게 하고 잃어 버린 양들을 찾는 귀한 새로운 사명까지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으며, 영이는 라합교회를 통해 생각도 못한 수많은 지난 일들과 지금 수리를 하고 5월 초에 이사할 집이 전새운 의원의 집이라는 놀라운 사실에 또 한번 부활을 감사하는 눈물을 흘린다. 이제 포주의 딸은 자신의 젖을 먹고 자란 자식과 믿음의 자녀들을 거느린 사라가 되어 키퍼가 반겼던 작은 성의 여주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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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감기가 들었는지 3일 동안 글이 떠 오르지 않아 혼이 났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전화가 고장이 났기에 고국이 너무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영이와 철수의 이야기를 쓰니 새 힘이 나고 전화도 고쳐졌습니다.
30년 전에는 아역이었던 강원과 춘원 그리고 삼총사의 사연이 밀려오지만 “(배꼽 없는)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라는 말씀처럼 천천히 가 보겠습니다.
무엇인가 당연하다는 타성에서 벗어나야지 만물과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벗어나는 첫 걸음은 나 자신의 욕망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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