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장 투입

국제선교훈련원
캄보디아 현지적응훈련

인도차이나반도 남쪽 캄보디아에 또 다시
영적 전투를 위하여 하늘로부터 위임받은 병력이 파송된다.
눈에 보이는 세상(visible world)은 여전히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invisible world)에서는 분주한 영적전쟁이 시작되었다.
캄보디아를 지배하고 있는 악령의 세력들은
한국에서 오는 소규모 성령의 세력을 방어하고 맞서기 위하여
분주하게 작전을 개시한다.
전쟁에서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영적으로 강하게 무장하지 않으면,
병력을 잃게 되든지 아니면 죽든지,
아니면 믿음을 저버리게 되는 수도 있다.

야간작전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캄보디아 공항에서 나와 미니 버스로 옮겨타다.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밤 11시 10분,
한국시간 7월 24일 밤 1시 10분.
인천공항에서 우리를 태운 대한항공 KE689 기가
5시간 45분 걸려 프놈펜 국제공항에 착륙하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우리를 픽업하러 나온 25인승 버스가 아열대의 후끈한 열기 속에 기다리고 있다.
일사분란하게 15명의 짐을 버스 뒷좌석에 꾸겨 싣고,
K 선교사의 인솔 하에 밤길을 뚫고 선교현장으로 투입된다.
우리가 힘들게 가지고 가는 무기는 총과 칼이 아니고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과 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영적 전투에서는 칼과 총보다 더 위력이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프놈펜 시내를 빠져 나가며 거리의 모습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한 편이다.
도시는 비교적 작아 보이고 고층빌딩도 별로 없지만,
다른 저개발 국가들에 비하여 훨씬 깨끗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프놈펜에서 북쪽으로 약 100키로 떨어진 꼼뽕츠낭 진리교회다.
그곳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세부적인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버스가 피곤한 영적 군사들을 태우고
도시를 지나 컴컴한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차 안은 침묵과 수면으로 숨죽인 듯 적막하다.
교통체증이 없는 밤길이라 빠르게 온 편이란다.
약 2시간 걸려 교회에 도착하니
밤 1시 30분(한국시간 새벽 3시 30분)이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현지인 후완목사(현지감리사) 부부의 환영인사를 받고 난 후,
곧 모두들 교회 타일 바닥에 모기장을 치고 쓰러져 곤한 잠에 떨어지다.

새벽에 꼼뽕츠낭 교회에 도착하여 짐을 들여놓다.

7월 24일 화요일
약 4시간의 수면을 마치고 아침 6시에 기상하여
각자 세면 후, 오전 7시,
현지선교사를 포함하여 17명의 대원들이 도착예배를 드리다.
현지에서의 첫 예배 설교를 내가 하게 되었다.
모두들 예배당 타일 바닥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찬송가 350장, ‘우리들의 싸울 것은 혈기 아니요’를 힘차게 부른다.
에베소서 6장 10절부터 20절까지 교독으로 읽는다.

“종말로 너희가 주 안에서와
그 힘의 능력으로 강건하여지고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

설교 후 모두 함께 통성기도를 드렸다.
강하고 담대하게 악의 세력에 맞서 대항하고
그리고 예수의 긍휼과 자비를 드러내기 위하여 결단의 기도를 하였다.

캄보디아의 사회구조와 윤리도덕의 발전은
소승불교의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행 헌법 43조는 불교가 국가 종교라고 명시하고 있고,
불교 사원은 문화 전수지이며, 교육 제공처이며,
복지 시혜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가난한 아이들은 절에서 양육을 받고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갈 곳이 없으면 절에 가서 잘 곳을 구한다.
불교사원에서는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불교와 백성들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승불교가 90-95%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82%로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캄보디아의 국민 대다수는 소승불교를 믿고 있고,
정치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소승불교는 이젠 ‘종교’라기 보다는 ‘일상’이다.
비록 최근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기독교 인구의 증가로
불교 인구의 비율이 줄고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캄보디아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생활 방식’중의 하나이다.

이런 현지의 종교상황에 섣불리 전도하다간
곧 몰매 맞는 순교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다.

현지출동, 뜨르빼앙 끄러완 마을을 향하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실제상황에 투입될 인원 15명이 세 조로 나누어
각각 다른 지역에 있는 현지인 교회로 파송되다.
교인들을 심방하고 그 마을에 전도하기 위해서다.
우리 조는 뜨르빼앙 끄러완교회와 그 지역을 맡았다.
롬머(오토바이 뒤에 짐차를 달아맨 미니 차, 경운기와 비슷함)에 올라타고
논 가운데 길게 뻗어 난 정감 넘치는
적 벽돌색 흙의 비포장도로를 털털 거리며 달린다.

내가 우리 조의 조장을 맡게 되었다.
나에게 맡겨진 군사는 총 5명.
30대 전도사 1명, 30대 목사 부인 1명, 그리고 여자어린이 2명과
통역을 맡은 27세 된 현지인 전도사 부인 디나 사모이다.
전도사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연약한 여자들이다.
세 팀 중에서 육적으로 가장 연약한 군사력이다.
단단히 무장하지 않으면 초전에 박살나는 수도 있겠다.
이렇게 약한 병력을 이끌고 어떻게 영적전쟁을 치른단 말인가!
옛날이면 환갑 늙은이라고 쉬어야 할 나이인데
이 힘든 영적 전쟁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가!
털털거리는 롬머에 앉아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오늘 새벽 말씀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취한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면
칼이 들어와도 총알이 날아와도 문제없으리.

넓게 펼쳐진 시골 평야의 논길을
약 30분 달려 후완목사의 망고농장에 도착한다.
외국인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농장에 2층 게스트 하우스를 잘 지어 놓았다.
각자 샤워를 하고,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하다.
전투에 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회경력 20년, 해외선교경력 10년.
이만하면 나도 베테랑 선교사다.
어떻게 전략을 구상하고 작전을 개시해야 되는지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히말라야 험한 산도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 이까짓 거야!
그러나 자만하면 사단마귀가 틈탄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긴장하고 영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자신감은 있어야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K 선교사가 우리가 맡은 임지를 소개할 때
식수도 없고, 모기장도 없는 최고로 열악한 곳이라고 하였는데
마침 후완목사가 지어 논 게스트 하우스가 비어 있어 사용하는 바람에
큰 호강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이 가장 연약하게 보였는지
후완목사 부부가 특별히 우리와 동행하여
식사 준비하는 것을 간섭하고 함께 식사도 하신다.
한국인을 여러 번 맞이한 경험이 있어
김치도 준비하고 고기와 과일을 푸짐하게 준비하여
풍성한 대접을 받게 되다.

우리의 연약함을 바라보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능력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자에게 항상 앞길은 열려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충분히 쉰 다음에
롬머를 타고 마을 현장으로 출동한다.
현지인 교우가정을 심방하고 준비해간 캄보디아 언어로 된
복음송을 불러준다.
우리 팀이 연약한 것 같지만, 찬송가를 부르는 면에는 연약하지 않다.
발음이 좀 다르겠지만 한국말로 적힌 현지어 복음송을 힘차게 부르니
그들도 신이 나서 따라 부른다.
명색이 목사인데 심방 가서 말씀을 주지 않을 수 있는가!
심심하면 읽으려고 메모장에 적어간 52개 문장의 영어 성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성경본문이 손에 쥐어졌으니, 설교는 문제가 아니다.
적어간 성구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현장에 가면 설교하게 될 것을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
미리 말씀을 예비해 주신 것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섬세하신 배려에 감사한다.

내가 치유사역 하는 것을 알기나 했을까?
한 가정에 들리니 신음하며 누워 있는 이가 있다.
한 젊은이가 손님이 가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기에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3일전에 뱀에 물려 힘을 못 쓰고 있다고!
금번엔 치유사역을 목적으로 온 게 아니지만
아파 신음하는 이를 앞에 두고
어찌 목자의 심정으로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모두 함께 찬송하고 기도하고 말씀전하며
예수의 능력으로 사단의 권세를 결박하고
침과 뜸으로 해독을 시키고 몸을 보해 주었다.

가운데 웃통을 벗은 이가 뱀에 물려 신음하던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