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한국개신교가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신천지이다. 기성 교단에서는 이단으로 낙인찍힌 신천지는 날로 그 교세가 강해지고 있다.

내 모교회의 후배 부부가 십여년 전에 신천지에 속하였다. 그들은 교회에서 크로스웨이 성경 공부와 제자 훈련을 했었지만 신천지에 빠져들었다. 지금 남자는 기성 교회의 목사, 여자는 강도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고수익 직장인이었는데, 그 모두를 포기하고 그 일을 하고 있다.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 내게는 “그렇게 살면 되느냐”며 아주 강력하게 충고한다. 목사이면서 보험과 대리 운전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충고이다.

그들은 말씀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서 바른 삶에 대하여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처럼 말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신자일수록 신천지에 잘 빠져 들어간다. 신천지에서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신자들이 자신들과 같이 되기를 기대하며 활동하고 있다. 말씀 이해에 있어서 신천지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내용이 비유와 요한계시록이다.

얼마 전에는 신천지에서 기성 교단에게 요한계시록에 대하여 공개 토론을 제안하였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신천지에서는 그 일을 빌미로 기성 교단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자신들이 옳기에 기성 교단이 나서지 못한 것이라는 식이다. 물론 이는 옳지 않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기성 교단의 입장은 다 드러나 있는 반면에 말이다. 애초에 불공정한 제안이었다. 제대로 되려면 자신들의 입장을 모두 공개하고 서로 연구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공개 토론을 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신천지의 입장을 알고 싶어서 앞의 후배에게 그 내용을 한번 보자고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했다. 비공개란다. 정말 자신 있다면 왜 공개하지 못하는가? 그런 면에서 신천지의 태도는 긍정적이지 않다.

어떻게 해서 신천지의 교육 과정을 동영상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기초 과정으로 31시간, 중급 과정으로 31시간, 요한계시록을 한 장씩 강해하는 고급 과정으로 22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기초 과정부터 듣겠다고 해서 현재 과정을 밟고 있다. 목사로서 말씀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특별히 신천지에서 행해지는 것이어서 더욱 흥미를 가지고 듣고 있다.

그 교육 과정에서 강사가 자주 하는 표현이 있다. “말씀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그것을 알려주면 오히려 이단이니 삼단이니 정죄하고만 했다.” 청중들은 아멘이라고 화답한다. 아마도 청중들은 앞에 언급한 내 후배와 같은 이들이라고 보면 별반 틀리지 않을 듯하다.

“말씀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그들은 아주 당당하게 그렇게 말한다. 나 또한 성경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한 목사로 취급당하고 있다.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그들의 자신감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기성 교단의 목사들과 성도들은 이러한 단정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성경에 대해서 잘 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대답한다면 그것이 객관성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때에 기성 교단의 목사와 성도들은 말씀에 대한 열정이 거의 없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별 관심도 없다. 과연 설교를 준비하면서 본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주석을 살피는 목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설교문을 작성하면 문장력에 의해 설교 내용이 결정되고 감동적이면 좋은 설교가 된다. 설교할 때에도 표현력이 뛰어나면 탁월한 설교가 되고 있다. 말씀이 말씀하는 바가 진정으로 무엇인가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것을 바르게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고민을 거의 찾기가 어렵다. 물론 성도들도 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냥 자신들이 속한 교단을 따라 이루어지는 설교와 가르침으로 만족하고 산다. 칼빈주의를 따르면 그 입장을 따른 설교와 가르침, 알미니안주의를 따르면 그 입장을 따른 설교와 가르침으로 만족한다. 본문에서 전혀 찾을 수 없는 내용을 끼워 넣는다. 본문에 명백하게 기술되어 있는 내용을 거부한다. 자신의 입장을 따라 변경시켜 읽는다. 죽는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해석 결과 죽지 않는다로 변경되는 식이다. 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하게 된다로 읽는 식이다.

구약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은사를 나는 존경한다. 정말 하나님 앞에서 바른 학자로 살아가고자 최선을 다한다. 학교 내의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잘못된 모습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지고 타협하지 않는다. 그런데 교리적인 부분에 부딪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바울 사도는 어떤 신자들- 후메내오와 알렉산더-을 언급하며 그들을 사단에게 내어 주었다고 하였다(딤전 1:20). 이 표현은 그 이전에 그들이 사단에게 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는 사단에게 속하였을 것이다. 아담의 범죄 이후로 모든 인간이 허물과 죄로 죽었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하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허물과 죄로 죽었던 상태 곧 사단에게 속하였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속하였다가 다시 사단에게 속하게 된 경우이다.

나의 은사를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성도의 견인은 무조건적이라는 칼빈주의가 옳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이후에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축구공처럼 다루신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 사단, 하나님, 사단, 다시 하나님. 하나님이 사람을 대상으로 사단과 주고받기를 하고 계신다는 것과 같다. 말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주장이다. 말씀은 그 부분에 있어서 아주 명백하다. 후메내오와 알렉산더와 같은 이들은 예수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박아 현저히 욕을 보인 것으로서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케 할 수 없다(히 6:6)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축구공처럼 다루지 않으신다.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님에 의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칼뱅의 예정론은 성경의 진술과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을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것을 밝히니 한 칼빈주의자가 “인간의 논리로 풀려고 하는 시도는 결국 전능자의 손에 의해 축출될 것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칼빈주의자들의 보편적인 실상이다. 그들에게 칼뱅은 인간의 반열이 아니다. 칼뱅의 예정론은 인간의 논리가 아니다.

뭐가 다른가? 이단이라고 정죄되는 단체에서 말씀 이외에 그 단체의 교주에 의해 가르쳐진 내용을 경전처럼 받아들이는 것과 말이다. 신천지에서의 이만희 옹의 위상이나 칼빈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칼뱅의 위상이나 객관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물론 알미니안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알미니우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남이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태도,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태도가 기성 교단에 두드러진 특징이다. 오랜 전통을 앞세워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물론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언젠가 누룩 비유에 대한 신천지의 해석을 신학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동기와 목회를 하고 있는 동기에게 들려주었다. 어떤 내용이 잘못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라니 양자 모두 그렇게 말할 내용이 없단다. 일반 성도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는가? 그 교육 과정에 참여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신천지에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음행의 포도주에 대한 신천지의 해석이다. “포도주는 음료인데, 음행의 포도주가 일반 음료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영적 음료 곧 하나님의 말씀을 뜻한다. 음행의 포도주란 하나님의 말씀에 인간의 생각을 덧붙여서 변질시킨 것이다. 기성 교단이 그렇다. 그래서 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서로 자신들이 옳다고 하는 것이다. 음행의 포도주를 마시지 않아야 하기에 그러한 자리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기성 교단이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가? 분명한 현실이니 말이다.

나는 신천지의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공부를 하는 것도 정확하게 알고서 그 허실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옳은 내용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거부할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지 먼저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에 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부하면 기성 교단을 생각하면 마음에 큰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다. 말씀에 대한 열정이 강할수록 신천지에 빠져 들어가도록 하는 현실에 대한 부감감이다. “말씀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현실에 대한 부담감이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어떻게 말씀을 엉터리로 가르치고 사는 현실에 대해 알려주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말이다. 말씀이 무엇이라고 하든지 간에 오직 주의를 외치며 나의 길을 가련다고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구원론에 있어서 말씀과 다르게 이해하고 가르치는 부분에 대해 회개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안타깝다. <닫힌 성경 열기>(박창진, 등과빛)를 읽으면 아주 분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예수님의 비유와 요한계시록 해석에 있어서는 신천지의 주장을 참고하여 바른 이해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 역사에서 언제나 이단으로 정죄된 이들의 숙주는 기성 교단이었다. 기성 교단이 진정으로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이 말씀하는 바를 바르게 이해하고 가르치며 듣기만 한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신천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개신교는 이참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말씀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라는 소리를 듣는 자리에서 벗어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