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아메리카노 한 잔에 1800원이라니. 그렇다고 싼 재료의 커피가 아니다. 100% 아라비카 커피다. 매장에서 전문 로스트(커피 볶는 사람)가 직접 커피를 볶는다. 뭔가 수상하다. 수상한 그들, 한번 만나보자.

▲ 작품 1 허두 대표의 친구인 오종석 도자기인형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작품이 곧 인테리어 소재다. 허두(인테리어 디자인),오종석(도자기인형), 김경환(애니메이션) 등의 작가 세 명은 대학시절 친구다. 이들 세 명이 일을 냈다.

대학 친구 세 명이서 일냈다.

지난 7월 마지막 날, '아담스 커피(안성 구 터미널 옆)'에서 허두 씨(대표)를 만났다. 건장한 체구의 그는 자칭 '깍두기들 체구'란다. 하지만 엄연히 그는 인테리어 디자인 예술가다. 그의 친구들은 김경환(애니메이션 작가) 씨와 오종석 씨(도자기인형 작가)다. 이 세 사람이 일을 낸 작품이 바로 이 커피숍이다.

대학시절, 세 명이서 "무료 전시관 겸 작업실 하나 쯤 있었으면. 거기서 모여 우리 셋이서 밤새 술 마시며 작품에 대해서 논 해볼 텐데."란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대학이 끝나고 20년 세월이 지나서 의기투합했다.

비록 술잔을 기울이는 곳이 아닌 커피를 마시는 커피숍이다. 대학시절, 무료전시관에 배고팠던 그들이 커피숍을 무료전시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특히 가난한 작가나 대학생에겐 무료전시관이용을 적극 권한다.

그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기획했다. 재료와 나무를 트럭으로 사다 날랐다. 화장실바닥부터 매장 천정까지 모두 그들의 손길이 닿았다. 지금 현재 매장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그들의 작품이다. 공사기간이 제일 신명났다는 허두 대표의 말은 예술가들의 공통심리가 아닐까. 창작품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일 듯.

▲ 작품들 가게 곳곳에 친구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안성시장통 커피숍엔 손님색깔이 천차만별.

이 커피숍, 자세히 보니 안성시장통 끝이다. 바로 옆이 옛날 안성 터미널 자리다. 안성터미널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커피숍 하기엔 좀 약한 자리다. 대학가도 아니고, 시내 중심가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 자리가 커피숍 들어설 자리가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50대 어르신들도 큰 용기 내어 우리 커피숍에 들어오세요. 처음엔 '아따, 난 이런 데 처음이여'라며 머쓱해하시죠. 그러다가 다음에 오시면 '내가 마시던 걸로 부탁혀'라고 하세요. 아직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출입하지는 않으시죠. 워낙 다방체질이시다보니. 허허허허허"

그렇다고 여기에 시장통 어르신들만 오느냐. 사실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많이 온다. 심지어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이 되면 커피숍에 죽치고 앉아 진을 친다고. 거기서 시험공부를 한단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조용한 음악, 그리고 커피 한 잔. 그들만의 낭만을 만든다고.

"대학생들이 비싼 커피 시킬 거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대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니 싼 커피를 마셔요. 오히려 고교생들이 용돈 타서 쓰니 비싼 커피를 시키더군요."

시험기간 동안 앉을 자리가 모자라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못줘서 미안하다는 허두 대표. 죽치고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웬만하면 나가라고 눈치를 줘도 시원찮을 판인데 말이다.

시장통 어르신들은 커피숍에서도 큰 소리로 이야기 한다. 평소 습관이다. 젊은이들은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것도 평소 습관이다. 이럴 때 곤란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대 간 융합이 아니던가. 커피숍에서 커피만 섞어 볶는 게 아니라 각 세대를 섞어 구수한 냄새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 멤버들 왼쪽에서 부터 전문 로스트 임응규 씨, 커피숍 CEO 지망생이자 아르바이트생 이나연 씨, 아담스커피 대표 허두 씨가 사이좋게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저렴한 커피에 도전하고 있다.

커피 가격이 싼 이유

이제 이집 커피가 싼 이유, 그에 담긴 철학을 말할 차례다. 그는 말한다.

"나 자신도 커피애호가로서 커피 값에 거품이 많이 들어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커피소비량이 많은 나라에서 비싼 커피는 아니라고 봐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커피여야 되죠. 그러려면 저렴한 가격은 필수죠.

저렴한 가격의 커피는 이래서 탄생했다. 자신이 손님시절 느꼈던 커피가격의 불만을 몸으로 실천한 경우다. 이런 생각을 고수하기란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사업이라 수익이 제대로 창출되지 않으면 가게유지가 어렵다. 커피가격이 싸다고 싼 재료의 커피를 쓰고 싶지 않단다. 고급 아라비카 커피를 전문 로스트가 볶아 파는 시스템을 이어갈 거란다.

그렇다면, 수상한 걸 풀어보자. 어떻게 해서 싼 가격의 커피가 탄생한 건지. 알고 보니 '인건비와 점포임대료의 절감'이 비법이었다.

현재 매장엔 대표 1명, 아르바이트 2명, 로스트 1명 등 총 4명이 돌아가면서 일을 한다. 대표도 예외는 없다. 셀프 시스템이 아닌 '세미 셀프 시스템'을 고수한다. 커피를 가져다는 주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본인들이 반납하게 한다. 1회용 종이컵을 사용한다. 도자기 컵을 사용하면 씻고 말리고 관리하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커피 맛의 반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인건비 절감'을 선택했다.

점포는 거의 무상 수준으로 사용한다는 건 획기적인 일이다. 점포 앞에서 거의 매일 똥오줌 싸고, 싸우는 사람들을 상대해서 거리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조건이 붙었다.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커피숍을 해서 건물의 위상을 높인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어쨌거나 이것도 허두 대표의 능력이다.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서 허두 대표는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한다.

▲ 허두 허두 대표가 자신의 커피이야기를 신명나게 들려주고 있다. 자신은 "재밌는 일 아니면 안한다. 이일도 재밌어서 한다."고 말했다.

커피숍하면서 '공익'을 생각하다.

거기다가 '후진양성과 사회기여'라는 두 가지를 더하고 있다. 현재 매장엔 장래에 커피숍 주인이 되겠다는 아르바이트생 이나연 씨가 있다. 그녀는 여기서 배워 그녀만의 커피숍을 창출해낼 생각이란다. 여기가 '예술+커피'라면 자신은 '액세서리+커피'가 전략이란다. 또한 벌써 한 작가가 여기에서 3일간 무료로 작품전시도 했단다.

여기를 보면서 안철수 교수를 떠올렸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열심히 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에 불과하다."란 말이 이 집과 묘하게 어울리는 듯. 허두 대표는 마지막으로 '공익'이란 말을 강조했다. 그가 가는 길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