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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07월 24일 (화) 23:15:13
최종편집 : 2012년 07월 25일 (수) 19:32:36 [조회수 : 2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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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사람
몇 년 전에 코리안 게이트로 유명한 로비스트 박동선씨와 사귄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락과 로비를 하다가 미국의 함정수사에 걸려 뉴욕 업스테이트 감옥에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국에서 면회 온 여인이 있었습니다. 차가없다기에 내차로 태워다 줬습니다. 최미란(가명)이라는 아직은 여성미가 남아있는 50대의 여류명사였습니다. 면회시간동안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박선생님이 이목사님을 만나보고 싶어 해요. ‘어떻게 왔느냐?’ 묻기에 ‘이계선목사님 이란 분이 태워다줘서 왔다’ ‘연세가 몇이나 된 분이냐?’ 하기에 ‘선생님 보다는 어리고 저보다는 위로 보입니다.’ 그랬더니 한숨을 쉬면서 ‘동생뻘인데 한번 만나 보구 싶은데’했어요”
그 후 책을 넣어주다가 혼자서 박동선씨를 면회 갔더니 면회 끝에 불쑥 “의형제”하자는 겁니다. 도원결의 할 처지도 아닌데? 이유가 엉뚱합니다.
“다른 목사님들은 면회 오면 기도하고 성경읽어주면서 감옥에서 총리된 요셉이야기, 기도하다가 감옥 문 열린 바울이야기를 하면서 회개하라 주님 의지하라 야단들입니다. 그런데 이목사님은 한 시간 동안 가만히 듣기만 하시니 왜 그러십니까?”
내가 답했어요.
“저야 감옥 밖에서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말을 많이 하고 지냅니다. 말 안 해도 돼요. 그러나 감옥 안에 있는 선생님은 하루 종일 있어도 한마디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말을 하고 싶겠어요? 서울안동교회 집사까지 지낸 선생님이 요셉을 모르겠어요? 기도를 모르겠어요? 제가 선생님에게 한 가지 물어보지요. 스님들이 부처님 앞에서 밤새워 목탁을 두드리면서 중얼중얼 기도를 하면 부처님은 대답을 하시던가요? 목사님들이 신자들과 밤새워 통곡하고 부르짖으면서 억울한 사연을 기도로 아뢰면 하나님은 한마디라도 무슨 대꾸를 해 주시던가요?”
“조지훈의 시처럼 ‘부처님은 조용히 웃으시면서, 아무말씀도 안하시지요. 예수님이나 하나님도 듣기만하고 침묵하시지요.”
“신들은 항상 침묵만 합니다. 바로 그겁니다. 상담은 피상담자가 자기 속에 있는 고통 괴로움을 털어놓으면 그자체로 치료가 되고 해결이 되는 것이죠. 상담자가 해박한 지식으로 이래라 저래라 가르쳐주는 게 아닙니다. 피상담자가 입을 열도록 유도하고 들어주는 거지요.
그런데 상담자가 건성으로 들으면 안 됩니다. 듣는척하면서 딴생각하면 안 되지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드려 흡수 하듯 귀로 가슴으로 아픔으로 모두 들어주면 피상담자가 말하는 순간에 치료가 되는 겁니다.”
내 말을 듣고 의아해하던 그가 즉석에서 “의형제”를 맺자고 제의했습니다. 제가 허락했지요. “조건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감옥에 계실 때만 형님으로 부르겠습니다. 형님이 밖에 나가시면 저보다 훌륭한 동생들이 많을 텐데 굳이 저 같은 동생이 필요하겠어요?”
그래서 난 천하의 박동선과 형제가 됐습니다. 우리 이씨가문의 영광이지요. 아무리 둘러봐도 12촌내에 박동선씨만한 형님이 없었으니까요. 서울에서 박동선 후원금이 왔습니다. 미국후원회 핵심인 4인이 나눠가지면서 나에게도 한몫을 주더라구요. 나도 4인 멤버였으니까요. 엄청나게 큰 액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만한 돈이 없어서 아주 고통을 받는 액수입니다. 나는 펄쩍 뛰었습니다.
“명색이 후원자인데 감옥에 있는 분에게 드려야지, 어떻게 우리가 그 돈을 받습니까?”
자주 면회를 다녔어요. 보스톤으로 移監(이감)하여 거기도 가봤습니다. 재판정에도 갔어요. 몇 년 후 그는 출옥했습니다. 나는 일체 연락을 끊었지요, 모국방문차 제가 서울에 갔을 때도 박동선씨 에게는 연락을 안 합니다. 감옥에서 다짐한 형제간(?)의 약속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박동선씨 말고 내가 아는 죄수가 또 있었습니다. 그는 감옥밖에 있는 죄수입니다. 감옥 안에 있는 죄수는 출옥하면 해결되지만 감옥밖에 있는 죄수는 들어갈 데도 나갈 데도 없습니다. 평생을 無期囚(무기수)로 사는 아주 불행한 죄수이지요. 그 죄수의 이름은 최미란입니다. 박동선씨를 면회하려고 한국에서 왔던 바로 그 여인이지요.
부모님이 부부의사인 최미란의 남매들은 모두가 의사입니다. 그녀는 외모가 탈랜트처럼 잘생겼어요. 피아노 바이올린에 능하고 노래도 가수 급입니다. 조영남을 비롯한 연예인들과 아주 친했답니다. 연예계의 대모처럼 큰손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성격이 너무 자유 분망합니다. 솔직하고 파격적입니다. 직선적이에요. 속이 비어있고 뿌리가 약해서 안정이 안 됩니다. 서성거리고 늘 불안합니다. 진득하지를 못해서 자꾸 일만 벌려놓고 수습하지를 못합니다. 병원을 열어놓고 쏴 다니기만 하니 병원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어요.
첫 남편과 이혼하고 도지사와 재혼했지요. 그 남자는 아주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입니다. 경제부총리를 지내고 도지사가 됐는데 대통령감으로 촉망받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꼼꼼이와 자유 분망이 만났으니 자주 삐걱거렸습니다.
얼마 못가서 그녀는 허영심을 채우려다 뇌물수뢰혐의로 구속됐고 이혼했습니다. 헤어졌어요. 대통령 감이던 남편도 망했고요. 한번은 내차로 최미란과 그 어머니를 태우고 박씨면회를 갔어요. 음악을 전공하고 다시 의사가 된 어머니는 권사였습니다. 90인 된 어머니가 한탄 하더라 구요.
"목사님, 우리 미란이가 언제 철이 들까요? 낼 모래면 60이 되는데 지금도 앞뒤모르고 물불 안 가리는 철부지에요“ 박동선씨 면회를 갈 때 마다 그녀와 가까워졌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최미란은 뛰어난 여인입니다. 그러나 여자가 무엇인지 아는 남자는 가까이 하기엔 겁나는 여자이지요.
지금은 박동선씨도 최미란씨도 뉴욕에 없습니다. 한국으로 가버렸지요. 며칠 전 어느 여자로부터 이메일주소를 지워 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자유 분망하고 아주 직설적인 분입니다. 그분의 이메일을 지우는데 최미란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돌섬통신으로 ‘생각나는 사람들’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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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촌 이계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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