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복음주의권에서는 성경이 영감되었다고 고백한다. 그 의미 가운데 하나는 오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내용에 있어서 모순이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같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을 동시에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에 서로 다른 내용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면 그것은 모순이며 무오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감되었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구원론에 있어서 복음주의권의 두 입장-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은 그런 면에서 영감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정으로 영감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당연시할 수는 없다. 교회가 나타내는 문제 가운데 매우 비중이 큰 부분이 그 말과 행동이 별개라는 것이다. 말로는 온갖 좋은 내용을 말하면서 그 말에 부합되는 행동이 너무 취약하거나 아예 행동으로 그 말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여야 한다. 최소화하고 최종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하는 것이다.

내가 졸업한 신학대학원의 모 교의학 교수는 구원론은 언제나 상대방이 반대 입장을 지지하는 성경을 제시하기에 일치점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 영감론을 몸으로 거부하는 한 예이다. 왜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리고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구원론이 둘로 나뉜 이유는 성경이 그것을 동시에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성경의 진술을 잘못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틀을 가지고 성경을 읽으면서 그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알미니안주의에서는 예지예정을 근거로 조건적 선택을 주장한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사람이 믿을 것을 아시고 그 사람을 선택하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택받지 못한 사람과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예지예정을 말씀하는 본문 자체가 과연 그러한 의미인가 하면 전혀 아니다. 예지예정은 하나님께서 그 당사자 편에서 어떤 조건과 전혀 무관하게 사랑하셔서 그를 선택하셨다는 의미이다. 안다는 단어의 성경적 용례를 살피면 너무나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알미니안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알미니안주의의 틀을 성경보다 더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말로는 그렇다고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칼빈주의에서는 견인에 있어서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조건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에 의해 거듭난 사람이라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붙드셔서 영원한 구원을 얻게 하신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그렇게 주장하는 성경적 근거들이 사실은 하나같이 하나님을 의지함인 믿음을 조건으로 진술되었음을 증명하였다.

칼빈주의자들이 제기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남은 자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이다. “남은 자 곧 야곱의 남은 자가 능하신 하나님께로 돌아올 것이라 이스라엘이여 네 백성이 바다의 모래 같을지라도 남은 자만 돌아오리니 넘치는 공의로 훼멸이 작정되었음이라”(사 10:21-22)는 내용의 말씀이다. 이스라엘은 멸망당한다.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에 의해 멸망당하고 남 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한다. 그 와중에서 남은 자들은 보존된다. 포로로 잡혀 갔다가 약속된 70년의 기한이 지난 후에 돌아오게 된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말씀들은 하나님께서 어떤 하나님의 백성들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호하시고 반드시 영원한 구원을 얻도록 하시는 것으로 이해된다. 멸망이 작정된 이들과 달리 온전하게 보호되는 것을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빈주의자들은 그들이 회개하도록 하신 것과 같이 거듭난 신자의 범죄에 대해서도 회개하도록 하시며 최종적으로 영원한 구원을 얻도록 하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본문을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먼저 멸망한 이스라엘과 남은 자가 어떤 차이가 있었느냐를 생각하여야 한다. 남은 자들이 멸망한 이스라엘과 달리 하나님의 보존하시는 역사를 누릴만한 어떤 차이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성경의 진술은 명백하다. 어떤 차이도 없었다는 것이다. 남은 자들은 율법을 지키는 순종이 있었기에 보존된 것이 아니다. 멸망한 이스라엘이나 남은 자들이나 율법을 지키지 않는 불순종 가운데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오래 참으시며 돌이키기를 촉구하셨는데, 회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과 맺은 언약을 파기하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언약 파기는 양자에게 모두 해당되었다. 그리고 새 언약을 맺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그 당대의 언약을 파기하시고 새 언약을 맺으시겠다는 것이다. 예레미야 31장에서 33장까지 내용이 그에 해당된다.

이스라엘의 불순종에 대한 심판으로 그들을 멸망하시지만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역사를 완전히 끝내실 마음은 없었다. 언약의 역사는 지속시키시고자 하셨다. 모세를 중심으로 한 언약 곧 모세 언약의 시대는 끝내시고 포로 회복 시대의 언약 곧 포로 회복 언약의 시대를 펼치시고자 하신 것이다.

모세 언약의 관점에서는 앗수르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한 이스라엘이나 하나님에 의해 보존된 남은 자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양자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불의하였다. 그런데 언약 역사의 지속이라는 관점에서 하나님께서는 남은 자를 세우시고 그들을 보존하셨다. 그들이 포로 회복 언약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역사하신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전 언약에서 새 언약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역사로서 효력 있는 부르심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남은 자의 보존은 견인의 역사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 해당되는 역사이다. 남은 자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이 선언되는 시점에서 그들은 언약의 백성이 맞다. 이는 모세 언약의 관점에서다. 그렇지만 포로 회복 언약의 관점에서는 그들이 언약의 백성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그들과 포로 회복의 언약을 맺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그들을 포로에서 회복시키시며 포로 회복 언약을 맺으신다. 그때로부터 남은 자들은 포로 회복 언약의 백성으로 세움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남은 자들을 세우시기 그들을 보존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역사는 효력 있는 부르심에 해당된다.

로마서 9장에서 11장에서 진술되고 있는 남은 자들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완성된 새 언약의 시대를 펼치시고자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포로 회복 언약의 시대에 속한 이들 중에서 남은 자를 세우시고 그들을 완성된 새 언약 시대로 부르시는 것이다. 포로 회복 언약을 완전히 파기하시기 전에 새 언약 안으로 부르시는 역사이다. 포로 회복 언약은 주후 70년 돌 성전 파괴를 통하여 완전히 파기되었다. 그때까지 하나님께서는 유대인들 가운데 남은 자로 세우신 이들을 모두 완성된 새 언약 안으로 부르신다.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롬 11:26상)는 말씀이 뜻하는 바다.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를 생각하면 쉽다. 그는 유대인 관원이었다. 포로 회복 언약의 관점에서는 언약의 백성이었다. 그렇지만 그 언약을 완성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완성된 새 언약의 관점에서는 언약의 백성이 아니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함으로 맺어지는 완성된 새 언약의 관점에서는 비신자였다. 그는 거듭나야 완성된 새 언약 시대의 신자가 될 수 있다. 그는 그 당대의 언약의 관점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이었지만 그 이후의 새 언약의 관점에서는 언약의 백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곧 오늘날의 비신자에 해당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남은 자에 대한 성경의 진술은 견인에 해당되지 않는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 해당된다. 견인은 그들이 새 언약 안으로 들어오고 난 이후에 적용된다. 그리고 성경은 견인에 있어서 남은 자들이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

“이에 내가 예언할 때에 브나야의 아들 블라댜가 죽기로 내가 엎드리어 큰 소리로 부르짖어 가로되 오호라 주 여호와여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다 멸절하고자 하시나이까 하니라”(겔 11:13). 블라댜는 남은 자였다. 그는 백성의 방백이었는데 불의를 품고 성중에서 악한 꾀를 베푸는 자였다. 포로 회복 후의 돌 성전 건축을 훼방하고자 하였다. 그는 하나님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견인에 있어서 그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보호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죄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자신의 죄에 대한 심판으로 하나님께 직접 죽음을 당한 그가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하였다는 것은 명백하다.

남은 자의 보존은 성경의 명백한 진술이다. 그것을 근거로 무조건적인 견인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은 자의 보존은 견인이 아니라 효력 있는 부르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견인은 남은 자의 보존과는 별개로 보존된 이후의 삶과 관련되며 성경은 그 이후의 삶과 관련하여 범죄로 인해 죽이시는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두 개의 구원론이 공존하는 이유는 본문을 잘못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잘못된 해석 가운데 하나가 본문을 엉뚱한 주제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 대한 구절들을 견인에 접목시키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

칼빈주의자들이 자주 말하는 행위구원론이라는 정죄의 근거들도 모두 그에 해당된다. 행위를 거부하고 있는 구절들은 모두 효력 있는 부르심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견인에 접목시키고서는 영원한 구원과 연관시켜 행위를 말하면 그렇게 정죄하고 있는 것이다. “거룩한 행실이 없으며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한다”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성화장에 진술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성화장의 그 내용을 말하는 데에도 행위구원론이라고 정죄하는 칼빈주의자들을 모습은 정말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은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오류가 없다. 내용에 있어서 모순이 없다. 한 주제에 대해 한 말씀을 하고 있다. 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을 동시에 말씀하고 있지 않다. 구원론과 관련한 오늘날의 현실은 본문을 잘못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문맥과 그 구절에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을 임의로 끼워 넣거나 그 구절이 해당되는 주제가 아닌 곳에 그 구절을 임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한 말씀을 주셨고 그 백성들이 한 말씀을 듣기를 원하신다. 현실 교회는 한 말씀을 두 말씀을 변질시켰고 각기 자신들이 옳다면 자신들의 길을 가고만 있다. 400년의 역사가 흘렀다. 각기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이제까지 회개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 신자의 죄에 대해 반드시 돌이키도록 역사하신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벌써 잘못된 내용에 대해 회개하였을 것이다.

하나님은 회개하도록 지금도 일하신다. 과거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그분의 뜻이 그 백성들에게 전파되도록 하셨던 것과 같이 지금도 누군가를 사용하셔서 그 일을 하고 계신다. 구원론을 하나로 정립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에 그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동의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구원론이 성경적으로 정립되면 교회가 얻을 유익은 너무나도 크다.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구원의 역동성이 제대로 전파될 것이다. 그로 인한 변화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늘 영광으로 가득한 영광스러운 교회를 위한 한 기초석이 놓이는 것이다.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