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기>_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풀을 없애고 작물 포기 사이의 흙을 부드럽게 해주는 일. 논이나 밭에 자생하는 불필요한 풀을 기음이라 하고 이를 손이나 연장으로 뽑아버리거나 흙에 묻어 없애는 일을 ‘김매다’라고 하며, 매는 곳에 따라서 ‘논매다’ 또는 ‘밭매다’라고 한다.

저야 흉내만 내는 이른 바 건달농사꾼이니 농사에 대하여 아는 척하기도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농사하는 일을 통해서 참으로 귀하고 귀한 교훈을 많이도 얻습니다. 농촌에서 어설프게나마 농사지으며 목회하는 제게 주신 하나님이 크나큰 은총이지요.

김을 매는 일은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지만 참으로 고단한 노동입니다. 농사지으며 제일 힘든 일 중 하나가 풀, 잡초와의 싸움이지 싶습니다. 요즈음 농사에서는 그래서 비닐 멀칭 재배나 제초제 등의 약품을 사용해서 김매기의 어려움을 상쇄시키기도 합니다.

저희 교회 공동농사도 유기농 농사를 하다 보니 늘 김매기가 고역입니다. 해묵은 논쟁이기도 합니다만 고생고생해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까짓 꺼 제초제 좀 쓴다고 뭐 큰일이야 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교회 공동농사만큼은 생명농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안하면 안했지...

이번에 콩 밭, 밭고랑 김을 맬 때는 저 넓은 밭, 까짓 꺼 저 혼자 김매기 해보겠다고 긴 호미로 대충대충... 시작했지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두 번 일이 되는데... 그렇다고 일일이 호미로 매고 잡초를 추려 내고 흙을 고르고 하는 김매기의 정석을 따르는 것은 너무도 지난(至難)한 일이었습니다.

김매기의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제가 처음 시도했던 것처럼 나중이야 어찌되든 긴 호미로 대충대충...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하기도 하고... 속상한 얘기지만 제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제초제 독하게 확 뿌려 놓으면 한참 동안은 풀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잡초 걱정은 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요즈음은 농약이 잘 나와서 제초제도 별로 해롭지 않다고 하네요.” 뭐 이런 시답잖은 말에 제발 속지 마세요. 싸그리 생명을 죽여 놓은 땅에서 건강한 생명, 먹거리를 키워 낸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지요. 그래서 정직하게 생명을 가꾸어 내는 농부님들의 수고를 대단히 여겨 주셔야 합니다.

김매기의 정석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어르신 성도님들의 끈질긴 호미질입니다. 특히 여성분들이지요. 남자는 절대 못합니다. 끈기가 없어서... 그저 푹 주저앉아서 한포기, 두포기, 한걸음, 두걸음, 한고랑, 두고랑... 지지고 볶고 나가다 보면... 어느 세월에 이걸 다 하겠나 하던 일들도 어느새... 마침내... 드디어... 끝이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매우 더디지만, 많이 힘들지만 그러나 분명하고도 깔끔하게 김매기 작업을 완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사에 좀 더디더라도 하나하나, 한순간, 한순간 정성과 진심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해결되고 그래야 바르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빨리 하느라... 내 맘대로 하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망치고 상처와 아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결책은 보이지도 않지요. 묵묵히 김을 매는 손길을 통해서 여리고 더디지만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삶의 능력을 배웁니다.

좋은 신앙, 훌륭한 믿음의 사람이 되는 것도 그와 같지 않을까요? 단번에 큰 믿음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기도 한마디, 한 호흡, 예배의 한 순간, 한 걸음... 작은 걸음부터 최선을 다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나아가면 어느새 주님의 마음과 뜻에 가까워져 성숙한 믿음, 좋은 신앙인이 될 수 있겠지요.

지금의 자리에서 실망하고 힘겨워하지 마시고, 그렇다고 쓸데없이 자만하지도 마시고... 언제나 한 호흡, 한 걸음, 마음모아 신실하게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