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평소 마작을 즐기셨다. 아버지가 경영하시던 봉제공장엘 나가보면 지인들과 놀이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득한 추억의 한 장면, 누나와 여동생들은 아버지가 돈을 좀 딴 것 같으면 옆에 달라붙어 아양을 떨며 용돈도 받아내곤 했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에게는 무척 엄했는데 누나와 세 명의 여동생들에게는 관대하고 인심이 좋았다.)

그런데 이와 연결해, 오랫동안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가끔씩 보면 마작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는 판에서 물러나와 구경만 한다든가 아예 책상에서 딴 일을 하곤 하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벌써 돈을 다 잃으셨나보다’ 하며 덜컥 마음이 조이기도 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서야 나는 그 궁금함을 풀 수 있었다. 내가 군에서 막 제대를 하고 반건달처럼 지내던 어느 날, 아버지의 사무실에선 예의 마작이 벌어졌는데 그날도 아버지는 일찌감치 손을 털고 공장에 나와 재단사며 재봉사, 오바로크사, 리엄바리사 등 직원들을 불러 모으셨다. (봉제공장에서는 기계들을 일본식으로 불렀다. 뭐라든가..... ‘시다’도 있었고 ‘요꼬사’도 있었는데.... 나는 지금도 재봉틀 외에는 정학한 명칭과 용도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