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정의는 포괄적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이다.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세 가지를 제시한다.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는 세 번째를 좋아한다고 말한다(361쪽).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은 성경에서 국가의 존립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이다. 악을 징벌하고 선을 포상하며 장려하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

2010년 3월 26일에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군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다.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유럽 연합, 일본 외에 인도 등의 지지를 받아 국제 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안건으로 회부되었다. 안보리는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의 진위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지금까지도 진상 조사 결과 발표와 의문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합조단은 북한이 보유한 음향감응식 중어뢰가 버블효과(버블제트)를 일으켜 천안함을 두 동강냈다고 한다. 실전으로는 세계최초의 버블제트 어뢰 공격이라고 하였다(6월 29일 발표). 러시아 조사단은 좌초 후에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버블효과를 일으켜 폭파할 만한 기술력이 없다고 한다.

중국 청화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인 정기열은 좌초 후에 미잠수정의 충돌로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수중탐색작업을 한 한국UDT대원들은 수중에 대형구조물이 있었는데 내부구조가 잠수함과 유사했다고 말했다. 당시 KBS뉴스는 “제3부표지점 바다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가는 헬기는 미국해군이 운용하는 씨호크(Seahawk)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당시 한 준위가 희생되었던 “바다 속에서 끌어올린 것은 모양새로 보아 시신이 맞다”는 보도도 나갔다. 그런데 국방부에 의해 함구령이 내려지고 조사에서 그 내용들을 완전히 무시하였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 잔해물의 부식 정도와 관련하여 러시아 조사단은 6개월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두 달간 인천 앞바다에 묻어뒀던 철·알루미늄·스테인리스 등의 부식상태 실험결과 '1번' 어뢰의 부식상태는 2개월은커녕 2년도 더 되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기열 교수는 처음에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던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보고 있다. 그 과정을 추론해보자.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주도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군인사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선거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호재이다. 미국에 입장 변화를 요청하게 된다. 간절한 요청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을 빌미로 하여 그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목적을 이루었다. 자신들의 그 어떤 요구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도 그 한 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지금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수긍하기 힘든 점이 너무 많다.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열상관측장비(TOD)의 영상이 아예 없다고 했다. 야당이나 언론에서 영상 존재 여부를 확인하면 입장을 번복하고 영상을 공개했다. 침몰 전과 침몰 후의 영상이다. 사고 순간의 TOD 영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전후의 영상은 있는데 그 순간의 동영상만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사건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여러 경로로 통하여 확인 가능하다. 시사IN(제157·158호)은 국민들의 67.4퍼센트가 합조단의 발표를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고서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면 정의는 힘을 잃는다. 정부에 의해 그런 일이 자행되면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국민은 힘들어진다. 지금의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생각이 들어 암담하기까지 하다.

나는 천안함 침몰에서 살아난 장병들 중에서 양심선언을 하는 이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곳에 있었던 이들이 가장 정확하게 그 사건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에 대한 바른 신앙으로 양심선언을 하는 장병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은 침몰된 직후 최초로 천안함 승조원을 구조했던 인천 해양경찰서 소속 501함 부함장이 천안함을 구조하러가던 도중 해경 상황실로부터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상황을 전문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힌 상태이다.

이건희 일가의 비리

변호사 김용철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삼성 그룹의 이건희 일가와 그 가신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였다. 이건희 일가는 자신들을 왕족으로 생각하며 산다. 그 가신들은 삼성의 안위보다 이건희 일가의 이익에 더 집중한다. 명품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던 이건희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해외 명품 업체를 인수하라고 독려한다. 인수한 명품 업체의 수가 실적에 반영되기에 사장들은 실사도 않고 업체를 인수한다. 독일의 명품 카메라 회사인 롤라이(Rollei)를 1000억 원에 인수해서 소송에 휘말리고 쓸데없게 되어 결국 100만원에 팔았다. 명품 스피커를 부러워했던 이건희의 관심 때문에 개발한 아이엔드 오디오 ‘엠퍼러’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100억원을 주고 회로도를 사와서 만든 제품은 실패하고 삼성 임직원들이 사들여야 했다. 염가형 제품 가격이 1000만 원대였다. 오늘날 이런 일이 이 땅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거기에다가 이건희의 독선이 낳은 결과물인 삼성자동차는 4조 3천억 원의 부채를 국민과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겼다. 그의 아들 이재용에게 삼성을 물려주기 위해 행해진 일들은 잘 알려져 있다.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계, 법조계, 공직계에 사용한다. 김인주는 자주 “몇 천만 원 주는 걸 무얼 그리 겁내느냐”라고 했단다. “이삼천만 원 때문에 벌벌 떨지 말라”고도 했단다. 그들은 공직자에게 뇌물을 뿌리는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이건희, 이학수 등 조직 수뇌부가 자신을 신임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당사자의 동의가 없이 만들어진 계좌에 약 50억 원대의 돈이 들어가 있었다. 은행의 공모로 가능한 일이다.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삼성특별검사가 실시되었다. 조준웅 특검은 비자금과 뇌물 공여를 밝혀 삼성을 깨끗하게 만들고 존경을 받는 국민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비자금이 분명한 차명으로 관리돼온 삼성생명 지분이라며 모두 이건희 몫으로 인정해주었다. 그의 지배권을 강화시켜준 것이다. 조준웅 특검은 역사에 큰 죄를 지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김용철의 삼성 고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총무신부는 삼성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삼성의 불법을 조사해야 될 사람들과 판결을 내려야 할 사람들 모두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에 불과했다”며 “삼성을 위해서 검찰이 움직이고, 국정원이 움직이고, 청와대가 움직이고, 모든 언론 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정래 작가는 <허수아비 춤>에서 경제민주화를 말한다. 경제민주화는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5쪽). 그는 그것을 가로막는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복종을 비판한다.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에 사로잡혀 잘살고자 하는 욕심의 노예로서의 삶에 대한 비판이다.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원천이다. “그들-국민들-은 그 욕심에 취한 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고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벙어립니다”(419쪽). 경제 정의 실현은 잘살고자 하는 욕심에 기초한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에서 벗어날 때에 가능하다. 지속적인 불매 운동을 통해 기업이 경제민주화로 나아가도록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국민경제를 말하지만 부의 왕국을 건설하고 불법으로 세습하여 대대로 누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난 1980년대에 정치민주화를 이루었던 것과 같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시대적 과업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불신을 받는 집단은 정치인들이다. 신뢰도에 대한 조사에서 언제나 부동의 꼴찌다. 그런데도 기를 쓰고 국회의원 빼지를 달려는 것을 보면 좋기는 좋은가 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1년 이상 국회의원 생활을 하였으면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렇게 싸우든 국회의원들이 대동단결하여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선거 때에 표를 위해 고개를 숙일 뿐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이들을 통하여 계속적으로 국가의 정치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쓰라리다.

법 집행의 엄정성

정의라고 하면 법 집행의 엄정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말이 가리키는 바이다.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법 집행에 있어서는 차별을 당하지 않고 공정해야 한다. 현실은 아니다. 유전무죄 유전무죄이다. 8·15 대통령 특별사면은 적나라하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 기타 권력 주변 인사들을 위해 특별사면권을 남발하는 것이다. 법원 판결의 오류 가능성을 시정하는 최종 구제수단으로서의 역할은 그 어디에도 없다.

용산 참사는 또 어떤가? 전국철거민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밤샘 점거 농성을 벌였다. 농성 하루 만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어 진압을 시도했다. 작전 중 화재가 발생하여 경찰 1명을 포함하여 6명이 사망하고 29명의 사상자를 낸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농성자들 중의 몇 사람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7명에게는 징역 5~년을, 2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화재 원인을 농성자들의 화염병으로 보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변호인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이다. 법원이 사회적 약자를 외면한 채 기득권층의 목소리만 대변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정당한 이유 없이 감경조치를 남발하며 재벌 총수 등의 특권층에게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면 무전유죄의 현실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사회적 안전은 사법권이 주어져 있는 경찰, 검찰, 법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때에 가능하다.

정의에 대한 기독교의 태도

성경은 구약의 신자들에게서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라”(아모스5:24)고 말씀하고 있다. 선행을 행하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는 것이다(이사야1:17). 재판에 있어서는 불의를 행치 말며 가난한 자라고 편들지 말고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라고 한다. 공의로 재판해야 한다(레위기19:15)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기독교 내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독교 현실은 그 말씀과 거리가 멀다. 돈 없으면 교회가기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힘이 없으면 교회에서 대접받기 어렵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사법권과는 무관하지만 기독교 내의 재판에 있어서도 약한 자는 불이익을 당한다. 사제와 목사들 중심의 재판에서 자신들 중심으로 유리한 쪽으로 판결하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제자교회의 문제와 관련한 노회의 판결과 같다.

말씀의 원리는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며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정의가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 기독교가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기독교는 정의라는 면에서 이 사회에서 그 어떤 본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작을 뿐이지 오히려 사회보다 더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깨어있는 기독교인들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정의 구현을 위해 뛰고 있어 위안을 얻는다. 로마가톨릭은 한국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이 있다. 1974년에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라는 양심선언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자 젊은 가톨릭 사제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했다. 일정한 조직의 틀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이후로 민주화운동을 벌였다. 민청학련 사건, 민주회복 국민운동, 김지하 구명운동, 인혁당 사건의 진상 조사, 자유언론 실천운동에 힘을 썼다. 1987년에 있었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의 이건희 일가의 비리를 밝히는 일도 지원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참 부럽다. 국민들의 종교 단체 신뢰도에서 로마가톨릭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참 부끄럽다. 정의에 대한 신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구현의 길을 걷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신자도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불의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아야 한다. 신은 언제나 목적과 그 과정을 함께 보신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빛의 자녀라는 정체성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정의 구현은 인간 사회에 대한 신의 염원이며 기독교라면 마땅히 그것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에 의해 핍박을 당한다면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것이다. 영원한 천국을 소유하게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