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론의 다섯 소주제 중에 네 번째가 은혜-불가항력적이거나 가항력적인-이고 다섯 번째가 성도의 견인-무조건적이거나 조건적인-이다. 은혜는 하나님께서 비신자를 부르시는 것으로서 효력 있는 부르심에 대한 것이다. 견인은 그렇게 부르신 신자를 죽음 이후의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도록 이끄시는 것이다.

견인은 효력 있는 부르심이 전제되어 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견인이란 없다. 그러므로 명목상의 신자를 말하면서 견인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결정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이다. 명목상의 신자와 견인은 애초에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견인은 하나님께서 거듭나게 하신 신자와만 관련된 것이다.

위의 두 주제에서 각각 은혜와 구원과 믿음이라는 요소가 있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믿음과 구원과 은혜, 견인에서의 믿음과 구원과 은혜이다. 전통적인 입장-칼빈주의이든지 알미니안주의이든지-에서는 그 부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혼용하고 있다. 이것이 구원론을 성경적으로 정립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성경의 진술에서와 같이 이 둘을 구분하면 성경적인 구원론을 정립하는 것이 아주 쉽다.

효력 있는 부르심의 은혜에서 전제는 인간이 허물과 죄로 죽었다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이다. 그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선택과 상관없는 이들과는 다른 하나님의 역사가 펼쳐진다.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것이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은혜의 내용이다.

그 은혜는 성격에 있어서 불가항력적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부르심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 은혜가 불가항력적이지 않다면 그 어떤 사람도 복음을 청종하지 않을 것이다.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 머물러 벗어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역사 안에서 당사자가 복음을 받아들인다. 곧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는 것이다. 깊은 지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지식이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믿음은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는 것이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요 1:12)과 같다. 영접하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믿음은 영접하는 것이다. 구약적인 관점에서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영접하는 것이다.

영접한다는 말에는 신 존재에 대한 수용, 자신이 그분과의 관계에서 죄인이라는 사실의 수용,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이 자신의 죄를 위함이라는 사실의 수용, 이제부터는 이전과 달리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겠다는 회개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구원은 단절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다. 구원은 건져낸다는 것인데,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서 건져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요 1:12). 거듭났다. 죄 사함을 받았다. 의롭다 함을 얻었다. 성령을 선물로 받았다. 곧 성령의 내주하심이다. 영화롭게 되었다. 주 예수님과 하늘에 앉혔다는 성경의 진술이 가리키는 바이다. 이처럼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구원과 그 은택들은 항상 과거형으로 기술된다. 신자의 입장에서 그 모든 것이 과거에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이제까지의 진술과 같이 인간의 행위라고는 없다(엡 2:8-9, 딛 3:5-6 등). 하나님의 역사와 인간 편에서의 수용 그리고 그로 인해 누리게 된 은택만 있다. 인간 편에서 수용이라는 것도 넓게는 행위에 해당되지만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행위란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을 가리키기에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효력 있는 부르심과 동시에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십자가의 한편 강도와 같다. 그 경우는 효력 있는 부르심과 견인이 동시적이다.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는 예수님의 선언과 같다. 이는 특별한 경우이다. 보편적인 경우는 이 땅에서의 삶이 펼쳐진다. 견인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견인에서의 은혜는 육신의 소욕을 거스르는 성령의 소욕이다. 성령의 소욕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내면적인 음성, 말씀을 읽거나 듣거나 연구하여 얻은 깨달음, 지체와의 믿음의 교제, 삶의 다양한 정황에서 발생하는 사건 등이다.

견인에서의 은혜의 성격은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은혜와 달리 가항력적이다. 육신의 소욕으로 성령의 소욕을 거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적인 음성을 인간적인 생각을 앞세워 거스를 수 있다. 깨달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제와 사건을 통한 신앙적인 교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은혜가 가항력적이라는 사실은 일차적으로 복이다. 종이 아니라 자녀가 되었기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 은혜가 불가항력적인 이유는 사람이 마귀의 종이었기 때문이다. 견인에서의 은혜가 가항력적인 이유는 종이 아니라 자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차적으로 그 복은 더 큰 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자녀로서 존중받음에 감사하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추구하면 더 큰 복이 된다. 반면에 자녀로서의 존중을 무시하고 자기 욕심을 따라 반응하며 재앙이 된다. 하나님께서는 거듭난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셨고 철저하게 그 권한을 존중하신다.

견인에서의 구원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땅에서의 상태가 전제되어 있고 그 상태에서 건져내는 것이 구원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구원이라고 이야기된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도 이야기되고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는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견인에서의 믿음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한 상태에서 그분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그분을 의지하는 것이다. 견인에서의 믿음은 주 예수님을 의지하는 것이다. 그분이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을 의지하기에 그분의 뜻을 따른다. 자발적으로 기쁨으로.

의지한다는 것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그분의 뜻을 따르는 순종으로 연결된다. 의지한다면 따른다. 의지하지 않는다면 따르지 않는다. 여기에서 의지함인 믿음과 순종은 동전의 양면이다. 교차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아들을 믿는 자는 영생이 있고 아들을 순종치 아니하는 자는 영생을 보지 못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진노가 그 위에 머물러 있느니라”(요 3:36).

성경이 영원한 구원과 연관하여서 믿음만이 아니라 순종을 함께 말씀하고 있는 이유이다. 순종으로 온전하게 되신 예수님이 자기를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신다(히 5:9)는 말씀과 같다. 바울 사도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을 말하면서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고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잡으려고 좇아간다(빌 3:11-12)고 고백한 것도 같은 의미이다. 그는 그것을 잡은 줄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온전히 이룬 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라고 권했다. 그는 마지막 편지에서 죽음을 앞두고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면서(딤후 4:7)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라(딤후 4:18)고 고백했다.

하나님은 바울 사도의 고백이 모든 신자의 고백이 되도록 역사하신다. 바울 사도를 위해 예비된 의의 면류관을 다 받도록 역사하신다. 바울 사도가 자신에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 동일하게 주어질 것(딤후 4:8)이라고 말씀한 것과 같다.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한다는 것에는 그분의 깨끗하심과 자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요일 3:3)이 내포되어 있다. 견인의 역사는 육신의 소욕을 거스르는 성령의 소욕이고 그것을 따르면 자기를 깨끗하게 된다. 반면에 육신의 소욕으로 성령의 소욕을 따르지 않으면 불의하게 된다.

칼빈주의에서는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은혜가 불가항력적이라는 사실을 바르게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고백은 한계를 넘어선다. 견인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이다. 견인의 은혜도 불가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못되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돌이키도록 하신다는 생각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자연히 무조건적인 견인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의 글에서와 같이 효력 있는 부르심의 은혜와 견인의 은혜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고 그 성격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구별하여야 한다. 견인에서 하나님께서 반드시 돌이키도록 하시는 역사는 없다. 하나님은 마음 문을 두드리시는 역사까지만 하신다. 마음 문을 여는 것은 전적으로 신자의 몫이다. 마음 문을 두드리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인식하고 마음 문을 여는 경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다함께 가능하다.

알미니안주의에서는 견인에서의 은혜가 가항력적이라는 사실을 바르게 고백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고백도 한계를 넘어선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이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은혜도 가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못되었다.

구체적으로 분문에 한번 적용해보자.

홍해 도하 후에 이스라엘에 대해 하나님을 믿었다(출 14:31)고 선언되었습니다. 바울 사도는 홍해 도하가 하나님께 세례를 받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전 10:2). 사람에 의해 잘못 베풀어질 수도 있는 세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적으로 베푸신 세례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수많은 잡족들이 함께 했는데, 그들도 모두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하나님께서 인을 치신 것이다. 그들은 구원 얻었다. 은혜의 내용은 애굽에서의 열 재앙과 홍해 도하이다. 그 일들은 홍해를 건넌 모든 이들이 하나님만이 참 신이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영접한 것이다.

가데스바네아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믿지 아니한다(민 14:11)고 선언하셨다. 심지어 므리바 물 사건에서는 모세에게도 믿지 아니한다(민 20:12)고 선언하셨다. 그 선언이 주어지는 시점에서 그들이 하나님 자체를 거부하였는가? 아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았는가? 아니다. 그 사실에는 전혀 변동이 없었다. 가데스바네아에서의 경우 하나님께서 나타나시고 심판을 선언하시자 가나안을 정복하겠다며 올라간 것은 그 증거이다. 물론 심판이 선언된 이후 시점에서 그러한 행위는 또 다른 불순종이었지만 말이다.

가데스바네아에서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을 약속하신 하나님을 의지하지는 않았다. 의지함인 믿음이 없었다. 그래서 믿지 아니한다는 선언이 주어진 것이다. 므리바 물 사건에서 모세도 그 순간에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았고 믿지 아니한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의 은혜의 내용은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고 올라가면 가나안을 차지할 수 있다는 갈렙과 여호수아의 말이다. 이스라엘은 그 은혜를 헛되이 받았고 믿지 아니한다는 선언을 듣게 되었다. 육신의 소욕으로 성령의 소욕을 거스른 것이다. 모세에게 있어서는 물을 주라는 명령이 은혜의 내용이다. 모세는 반복된 이스라엘의 거역에 화가 나서 “물을 주랴”라고 했다. 물을 주기 싫다는 생각을 표출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과 다른 반응이며 그 역시 은혜를 헛되이 받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의 구원은 아직 미래형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최종적으로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 광야 생활을 자신들의 죄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받아들이고 그 생활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회개이다. 반면에 돌이키지 않으면 영원한 멸망을 당한다. 바울 사도가 교회에게 본이 된다고 언급한 이들(고전 10:5-10)이 그에 해당된다. 우상 숭배하는 자, 간음한 잔, 주를 시험한 자, 원망한 자들이다. 그들은 하나님께 멸망당했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서의 은혜, 구원, 믿음과 견인에서의 은혜, 구원, 믿음을 구분하면 구원론을 성경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이제까지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바를 일단 한번 접어두고서 그렇게 구분하고 성경을 읽어보라. 그 어떤 구절과도 상충하지 않을 것이다.

효력 있는 부르심에 관한 구절들은 그 주제에 한정하여 다루고 견인에 관한 구절들은 그 주제에 한정시켜야 한다. 전자를 후자에 가져와서 후자를 결정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후자를 전자에 가져와서 전자를 결정하려고 하니 잘못된 교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각 구절들에 대한 바른 해석이 필요하다. 육신은 멸하고 영은 주 예수의 날에 구원 얻게 하려 함이라는 구절은 대표적이다. 헬라어와 제대로 분별해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육신이 한 존재의 어떤 부분이 아니라 간음한 자를 가리킨다는 것을. 영은 문맥을 살피면 한 존재의 어떤 부분이 아니라 주 예수님과 한 영이 된 교회를 가리킨다는 것을.

성경의 구원론은 둘로 나뉘어서 서로 옳다고 주장되어야 할만큼 난해하지 않다. 아주 명쾌하고 쉽다. 사도들에게 복음을 들었던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였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까지의 나누어진 견해와 각각을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여러 잘못된 논리들을 포기하기만 하면 말이다.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이다. 당연히 진리를 바르게 이해하고 전하여야 한다. 구원론의 다섯 소주제에 있어서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잘못된 내용으로 전하는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님을 하나님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진정으로 그분을 의지한다면 말이다. 하나님의 한 말씀을 둘로 또는 그 이상으로 나누는 잘못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분의 한 말씀을 한 말씀으로 듣고 서로를 세워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하늘 영광으로 가득한 영광스러운 교회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글에 대해 한 분이 “좋은내용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구원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여야 할일이 있다는 말씀에 대해선 물음으로 남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구원을 위해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이란 각자의 삶에서 그분과 교제하며 그분이 맡기신 사명을 위해 사는 것이지요. 가장으로서, 주부로서, 자녀로서, 고용주로서, 고융인으로서, 각자의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성품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고 말과 행동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가?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으니까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바는 지속적으로 성숙하여라는 것입니다. 중단하지 말고 뒤로 떨어지지도 말고. 바울 사도와 같이 이미 한 일은 잊고 계속적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