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06월경, '도시에서 직장생활, 농촌에선 취미생활'이라는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서후리를 찾았던 적이 있다. 

▲ 생태적 삶과 문화를 지향하는 새마갈노의 회원모임

그 당시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단계를 넘어 아예 산골의 허름한 농가를 구입, 생활하면서 주중에는 에이스물산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주말에는 농사는 물론 된장사업까지 벌이는 장동배(48), 이혜경(46)님 가족 이야기다.

요즘처럼 귀촌이나 귀농이야기가 흔하지 않았던 90년대 후반부터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진실한 삶의 향기가 아직까지도 새롯새롯 느껴진다.

▲ 2006 경기양평, 장동배님의 집앞 마늘밭 풍경

장동배님은 '생태적 삶과 문화를 지향하는 새마갈노'의 창립멤버로 때로는 가평(생태순환마을 만들기)모임의 회원으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얽혀있지만 누구보다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생태적 삶의 문화를 실천하고 있기에 최근의 소식을 묶어 이들 부부가 농촌에서 살아가는 법을 공유한다. 

이들 부부는 작년부터 농사의 규모는 대폭 축소하고 대신 목공예전문점(샵)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냈다. 밭에는 들감자(돼지감자)를 심고, 닭을 100여마리 키운다. 그리고 황금알을 낳는 닭을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 매일매일 닭들에게 쏟는 정성이 지극하다.  

그뿐아니라 양서면에서 우렁이농법을 발전시키면서 친환경(벼)작목반의 신뢰를 쌓고 마을의 대소사는 물론 된장사업, 황토방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도시문화를 연장하여 살고있는 무늬만 귀촌자가 아닌, 온전히 발을 땅에 디디고 논과 밭작물에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 연구하는 농부다.

▲ 2006 경기양평, 농가주택의 통나무 흙 담

▲ 2006 경기양평, 농가에 딸린 대문에 개조심이란 글귀가 정겹다

요사이 농촌은 더 이상 농사로만 먹고 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도시도 별반 다르지않다고 생각한다. 어디에 살든 살맛이 나는 '희망의 소리'를 듣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사회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농업, 제조업, 운송업, 각종 일용직이나 파견직 등이 우리식의 더불어 살아가려는 감각적이고 희망적인 일들이 생겨나기를 이시간 간절히 기도한다. 

양평하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서면 양수리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 확 트인 양평대교를 달리면 만나는 두물머리 풍경은 평화롭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양수리, 부용리, 목왕리, 수능리를 거치면 옹기종기 들어선 전원주택들과 만나는데 서후리는 서종면의 끝자락이다.

▲ 2006 경기양평, 시골농가의 보물창고

▲ 2006 경기양평, 농가부엌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풍경

청계산 자락에 붙어있는 너른 분지형의 마을, 우측으로 구불구불한 마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아직도 옛 농가들이 총총이 들어서 있는데 그중 통나무에 황토를 발라 쌓아올린 담이 품은 시골 농가를 찾으면 과거 우렁이 논 1,600평과 밭 500여 평을 손수 가꾸고 있는 이들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농가를 기억으로 되살려 살짝 공개하자면 옛날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물창고가 있고, 오른쪽에는 이집 안주인의 비밀창고가 있다. 마당 중앙에는 부들과 미나리로 꾸민 미니정원이 한껏 멋을 부리고, 작지만 소담스런 들꽃정원 뒤로는 커다란 야외 솥단지 2개를 걸어놓아 된장과 간장은 물론 각종 나물이나 고기를 삶는데 이용한다.

당연히 뒤뜰에는 커다란 장독대들이 줄지어 발효되고 있어 된장사업 7년의 경력을 뒷바침하고 있다. 아직도 잘 발효된 된장이 이집 음식 맛의 기본을 이룬다. 농가주택의 수리는 물론 구들을 놓아 실험하고 주방의 싱크대며, 찬장들은 재활용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마루를 드려 좌식의 전통과 조화를 꽤한 흔적들을 볼 수 있었고, 마루로 된 거실은 버려진 미닫이문을 해달아 모든 방들과 부엌, 화장실과 세면장을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불편함이 없게 하였다.

▲ 2006 경기양평, 아이들과 함께 감자를 캐는 모습

"모든 근본은 자신 내면의 화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렸다"며 몸은 물론 맘을 온전히 다스리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직장생활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온갖 농작물을 돌보는 즐거움으로 행복에 빠져 살아가는 이들 부부는 얼굴부터가 맑고 순수함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도시인들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나면 집안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당연한 일이나 장동배님은 “오히려 주말을 이용한 힘든 노동은 몸과 맘을 편한하게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자고 일어나면 오히려 힘들었던 몸이 풀리고 생기가 돈다”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맛'을 들려준다.

천성적으로 자연을 동경했던 이들도 90년대 후반까지는 분당의 빌라에 살면서 주변공터를 이용한 텃밭농사로 이웃들과 잔정을 나누다가 집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인 농촌생활을 위한 감행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어려웠다. 하지만 귀촌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저질렀다"고 했다. 

이때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강가에 이층집을 세로 얻어 살면서 이웃사람들이 파와 고추, 생강 등에 많은 량의 농약을 치는 것을 목격하면서 차쯤 아내의 마음은 돌아섰고, 농촌에서의 올바른 먹을거리와 살림살이에 대한 가치들을 정립하면서 쉽게 전원생활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 2006 경기양평, 친환경우렁이 논밭은 교실이며, 농촌은 학교다

그리고는 2년간 직장생활과 산골생활을 겸하면서 흙집을 일일이 수리하면서 틈틈이 자급자족하는 살림살이를 위해 비누 만들기 등을 감행하면서 전원생활을 넘어섰다. 이 경험을 "이왕 전원생활을 하려면 양평군 양수리와 같은 번잡한 곳보다는 훨씬 외진 시골로 내려가서 온전한 농부의 마음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또한 직장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농업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농업에 전적으로 수입을 의존하는 현실적 삶으로는 실험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의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고초는 내 경험과 실험이 없는 친환경유기농업으로 남의 말과 글을 믿다가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예로 이곳 농부들은 군에서 지원하는 자재로 우렁이농법 등을 시도했는데, 각종 자연재해나 백로 등의 피해로 모두 실패를 보았습니다. 백로를 쫓아 친환경농업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과 다양한 실험이 없이 겉으로만 친환경농업을 강조한 지자체(君)와 농민(民)의 문제에 있습니다”라고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때가지도 양평군 대부분의 농민들은 소출이 적고 재해대책이 없는 친환경농정에 신뢰를 가지지 않고 몰래 제초와 살충농약 그리고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를 쳤다고 한다. 이러한 농산물이 상수원보호구역의 친환경농산물로 둔갑하여 웰빙이니 로하스니하는 꾸밈의 도시문화와 편승, 서울의 일부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에 공급된 것이다. 

사실 자연과 공생하는 농업으로 키운 농작물은 벌레도 먹고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으로 볼품이 없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서는 천대받는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이다. 이러한 폐단에 장동배님은 “이 지역은 2007년부터 토양속에 남아있는 농약의 잔류량을 일일이 검사하여 친환경농업에 의한 농산물을 선별 차등 지원합니다”라고 했다.

▲ 2006 경기양평, 산골에서 농사에서 된장사업까지 장동배, 이혜경님 가족사진

그 당시 안주인 이혜경님에게 귀농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살짝 물었다. 그랬더니 “전원생활은 꿈만 꾸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부지런히 실천해야 됩니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