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창조된 이후 공간을 활용한 각종 인간의 역사와 문화,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수세기 동안 진행되어 온 공간연구는 아직까지도 그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오늘날 도시는 난리다. 

▲ 가평 재활용창고를 생태적 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새마갈노' 회원모임

여기서 우리들이 바라는 아니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공간은 바로 자연과 사람뿐만 아니라 닫혀있는 사람과 사람간의 심미적인 마음까지도 동화되는 공간이다. 

생태계의 일환이었던 오직 인간만이 어느 순간부터 그곳을 빠져 나와 자연을 무참히 개발과 발전의 대상으로 삼고 엉뚱하게도 다스려온 결과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탄소량의 증대로 찾아온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작고 볼품없는 재활용창고 공간은 각자의 도시적 삶을 되돌아보고 가급적이면 자연의 순환과 궤를 같이하는 삶, 어렵지만 서로 협력하고 자기를 낮추는 삶을 위한 실험공간이자 생태적 삶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생각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말이나 휴일을 맞은 회원들의 쉼터이자 나들이 공간으로 일반주거의 생활양식이나 생산양식과는 완연히 구별되게 꾸며보려고 고민했다. 우선 주변의 자연생태계와 조화되고, 자원과 에너지, 경제적으로 자립되며, 지역의 역사, 문화와도 어울리는 안정된 공간을 바랐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외부공간을 멋지게 포장하는 것 보다는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불편해도 괜찮은 공간, 몸과 마음을 좀 더 많이 움직이는 구조이면서 동시에 사소한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는 곳, 가족이나 이웃간 다름을 인정하고 깊이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곳이기를 바랬다.

▲ 가평 재활용창고, 이미 생태적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살고 있는 박새

이러한 친환경 공간의 조성은 비용이 적고 유지관리의 부담이 없는 기술, 생태적 원리나 전통적인 양식을 응용한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이나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설비로 구성원들이 직접 꾸미기에 참여해야 의미가 깊다고 여겨 실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마음을 다스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생태적 쉼 공간의 일들을 찾는다면 일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태적 순환마을의 공동체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가평 재활용창고 임시 회의공간

그동안 가평을 수없이 오가며 조금씩 쌓아온 인간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주변에 지천으로 버려진 잣나무를 건축재료(루바와 사이딩)로 재단하고 건조하여 주말에 누구나 따스한 차와 밥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생태적 쉼의 공간을 꿈꾸면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이제는 그 논의된 생각들을 바탕으로 첫 공간나눔을 향한 실천에 들어간 상태다. 일명 생태적 순환마을은 이러한 사람과 사람의 자율적 합의라는 기초개념 위에 가평시대의 새로운 실험공간, 주말 쉼터의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의 이름을 보래골이라는 '보래'와 잣 향기의 '향'자를 따서 보래향이라는 공간으로 꾸미려 한다. 실제로 잣나무 사이딩 판재를 자르고 붙이고 다듬으면서 은은한 향기에 반했다. 그래서 '보래향'이라는 이름이 좋다.

▲ 생태적 쉼을 위한 공간 칸막이 공사현장

▲ 직접 제작한 가평 잣나무 사이딩을 활용

우선 공간을 조성하려면 기초부터 토목, 건축, 설비(상하수도), 전기, 조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공정들이 수반되게 마련인데, 이곳 가평 대보리 현장은 10여년 전 잣 창고로 쓰였던 곳을 재활용하는 방안이라 콘크리트 구조안에 칸막이를 하고 천정과 바닥을 친환경적으로 꾸미는 형태다.

십여년 전에 지어진 무득득한 창고는 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내부의 다양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알았었다. 지금도 창고 곳곳에는 세입자인 들쥐들이 살면서 화장실을 치우지 않고 있다. 이들을 내보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다. 이일의 조언을 바란다.

창고의 재활용이라는 것이 새로 짓는 집보다 휠씬 경제적 부담과 노력이 수반될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하에서 천천히 내부와 외부를 자연환경과 조화되며 자원과 에너지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건강한 쉼의 공간 또는 친환경업무가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일은 하면 할수록 기술과 지혜, 요령까지 생긴다. 앞으로 6월안으로 칸막이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있으니 새마갈노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 직접참여를 바란다.

▲ 생태적 쉼을 위한 칸막이 공사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