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다시 보내온 김상일 교수의 글을 대충 읽어봤습니다. 상투적인 내용이라서 빤하기 때문에 정독할 필요까지는 없지요. 북한을 그리워하는 구절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도대체 북한이 얼마나 좋기에 저럴까? 북한에서 왕족대접을 받다가 탈출한 신상옥 최은희씨의 북한탈출기를 읽어 본적이 있습니다. 죽은 김일성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모란봉경기장에 가봤답니다. 수십만 북한관중이 땅을 치고 울부짖으며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어느 효자가 저렇게 애간장을 도려내며 슬퍼할까? 효자로 소문난 순임금도 저러지는 못 했을 텐데!”

감탄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분 나쁘다는 듯 내뱉더랍니다.
“최은희선생, 속지 마시라요. 저거 모두 가짜예요 가짜. 울지 않으면 반동분자로 몰려 탄광으로 쫓겨 가고 배급도 못 받게 될 테니께 억지로 악을 쓰면서 쇼 하고 있는 것이라요.”

단언컨대 북한에는 김일성 공산주의를 좋아하는 이가 한사람도 없습니다. 김정일의 큰아들 김정섭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카오와 홍콩을 전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만합니다. 그런데 남한에는 북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김상일교수를 비롯하여 많은 지성인들이 북한을 그리워하는 모양입니다. 임수경 이석기는 국회의원인데도 대놓고 북한을 지지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당 행사 때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답니다. 아리랑을 부르는 모양이지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고 아리랑이 국가라는 겁니다.

그럴 바에야 대놓고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국”으로 시작되는 “찬란하다 그 이름 김일성장군”노래를 부를 거지요. 인류 역사이래 살아있는 통치자를 노래하게 한 독재자는 없습니다. 세종시대에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있었지만 그건 노래가 아닙니다. 왕조역사를 한글반포교재용으로 쓴 장편서사시입니다.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김일성뿐입니다.

왜, 남한에는 북한을 좋아하는 종북(從北)주의자가 그렇게 많을까요? 공산주의이론이 너무 그럴싸하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먹는 공산공배(共産共配)의 평등한 나라. 천대받으며 살아온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지배자도 없고 정부도 없는 나라.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운 지상낙원입니까? 기독교인들이 바라는 사랑공동체 생활이 바로 공산주의세상입니다. 사도행전 2장에 나오지요.
“믿는 사람들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고...”(행2:44-45)

요즘 한국에서 새로 나오는 역사책들은 인류역사를 해방과 자유 평등투쟁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진화를 공산주의사회건설을 위한 대장정으로 몰고 갑니다. 오랜 투쟁 끝에 인류는 전제주의 독재체제에서 해방되어 자유 민주사회를 구현했습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굴레에서 여성을 해방시켜 남녀평등을 구축했습니다. 노조운동으로 경영자와 노동자가 공생합니다. 그래도 가진 자와 배운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마련입니다. 완벽한 자유평등은 없을까? 해결책이 공산주의입니다.

80년 전 공산주의가 세상에 나왔을 때 서구의 지성인들은 홀딱 반했습니다. 해방이후 서울대학교는 공산주의의 아지트였습니다. 한국최고의 문인작가들이 대거 월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는 공산주의를 좋아하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 왜 그럴까요? 70년간 실험해 보니 공산주의세상 실현은 불가능한 걸로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천당에서는 몰라도 지상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억지로 하다 보니 인간을 가난과 노예로 만드는 최악의 독재국가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소련을 비롯하여 지구상의 공산정권들이 모두 망해버렸습니다. 패잔병처럼 남아있는 중국 북한 쿠바만이 무자비한 독재탄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 공산주의가 실패했을까요? 인간성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기 때문에 공산공배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40년 전 일입니다. 함석헌옹을 비롯한 지성인 크리스챤들이 서울 북쪽에 “새벽의집”을 지었습니다. 버는 대로 모두 바치고 똑같이 나눠먹는 공동체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사랑공동체 생활이지요. 네 것 내 것이 없는 지상낙원이 될 줄 알습니다.

그러데 얼마 못가서 따지고 싸우고 지지고 볶다가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예수를 믿는 한국최고의 지성들인데도 그게 안 되는 겁니다.
“원조공산주의”라고 목사님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써 먹는 사도행전 2장 말미에 나오는 사랑공동체도 잠깐뿐이었습니다. 아나니아 삽비라 부부가 재산 판돈을 속여서 공동체에 바치다가 베드로에게 들통 났습니다. 저주를 받아 죽자 무서워서 벌벌 떨었습니다. 그 후 별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인간은 악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경쟁을 시켜놓아야 발전합니다. 경쟁을 없애버리고 평등하게 하면 모두 게을러져 버립니다. 내가 잘되면 남을 도우려합니다. 쌀독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지요. 빌게이츠만 해도 그래요. 컴퓨터 사업으로 세계제일의 부자가 되자 거의 전 재산을 내어 남을 돕습니다. 저가 가난한 월급쟁이였다면 종북 타령만 하고 있을지 모르지요.

서울에 있는 선배목사님은 저에게 종북파들과 논쟁하지 말라고 권고하셨습니다. 맞아요. 저들의 가슴속에는 심장보다 더 빨간 사상이 들어박혀 있기에 무슨 얘길 해도 소용없겠지요.

그래도 북한을 그리워하는 그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북한으로 넘어가서 살아봐라. 임수경처럼 몇 달 살고는 모른다. 몇 달 동안 이야 영웅으로 떠받들고 천사처럼 대접해 줄 것이다. 최은희 신상옥 부부처럼 8년 동안만 살아봐라. 신상옥부부는 왕족 같은 대접을 받으면서 초호화판으로 살았지만 목숨을 걸고 탈북 했다.

북한이 얼마나 생지옥이었기에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탈북했을까? 민주주의는 정권이 싫으면 다음선거에서 갈아치울 수 가 있지만 공산주의는 그게 안 된다. 한번 속아 넘어가면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김일성이 죽으니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독재도 세습으로, 지옥도 세습으로 죽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게 북한공산주의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