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아침햇살의 조화로움 속에 강원도 홍천군 서면 중방대리에 자리한 홍천전원교회 박원재(58세) 목사 부부를 만나고자 길을 나섰다. 길 떠남은 알마전에 찾았던 건강한 화천의 생태 숲이 바로 박 목사의 고향인지라 자연스레 연결이 되었다.

▲ 돌아 나오는 길, 홍천전원교회 박원재 목사 부부가 교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남양주와 포천으로 이어진 47번 국도와 가평과 청평, 설악으로 이어진 37번 국도, 이어 홍천으로 이어진 86번 지방도로를 따라 맑고 청정한 홍천 땅에 발을 디디니 느낌이 다르다. 오지마을의 대명사가 된 동막리를 막 지나려다가 길가 할머니에게 중방대리 가는 길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그런데 그곳에는 모진 눈과 비, 바람과 햇살까지 듬뿍받고 자란 뽕나무가 수줍은 오디를 주렁주렁 메달고 있었다. 벌써 아내의 손이 농익은 오디에 닿아 있었다. 할머니의 온화한 품성이 맛 좋은 오디를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고마웠다.  

홍천강에 다다르니 뜨거운 태양의 도시를 피해 찾아온 여행자들의 설레는 마음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드디어 쫓기는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가볍게 고향같은 순수함으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홍천전원교회 예배당을 찾아 들어섰다.

때마침 교회에서는 인근의 요양원 식구들과 함께 몇몇 교인들이 소박하지만 뜨거운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농촌교회 특성상 수요예배를 오전 10시에 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새신자가 몇 년째 없는 데다 농촌 고령화로 교인 평균 연령대가 높고, 인근 고등교육 기관 또한 전무한 탓에 학생들마저도 모두 외지로 나가 교회학교가 아예 사라졌다고 들었다.

홍천전원교회는 1970년 개척됐지만 깡촌이다 보니 짧은 시간에 많은 교역자들이 거쳐갔다고 한다. 1996년 박 목사는 이곳에 담임 교역자로 부임했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과 농촌이 당하는 수모 만큼이나 농촌교회 목회도 환영받을 만한 곳이 아닌 듯 하다. 

▲ 홍천전원교회 박원재 목사

특별히 이 교회가 추구하는 목회를 ‘노마드(Nomad)’ 목회라고 정의했야 겠다. ‘노마드’라는 말은 ‘유목민’이라는 뜻으로 한 곳에 정착하여 살기보다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이곳저곳을 찾아가 나와 이웃을 돌본다는 뜻이다. 

요즘은 자동차와 최첨단 정보화기술을 가지고 도시나 농촌, 제3세계 어디든 시공간을 넘나드는 디지털 노마드 형태가 대세다. 노마드 목회야 말로 어눌지고 불우한 이웃과 함께 기댈 곳이 없는 다문화가정, 군인 등 이 세상을 참되게 살아가야 할 이유와 목적을 분명하게 전해주는 생활신앙으로 궁극적 천국의 소망을 꿈꾸게 해주는 목회다.

일반교회와 다른 박 목사가 섬기는 교회는 서면 중방대리에 위치한 홍천전원교회와 제11사단 포병여단의 평화군인교회 그리고 홍천대명비발디파크에 있는 비발디파크교회다. 이밖에 홍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만들어 2008년부터는 영농기술교육을 실시, 전국 최초로 농업회사법인 (주)다문화사회적기업 `어울림'을 설립하여 로컬푸드 매장도 오픈했다.

노마드 목회활동을 한가지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 주일 20명 안짝의 홍천전원교회를 섬기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인근의 대명비발디파크교회에서 매 주일마다 여행객들을 위한 예배를 별도로 인도하고, 홍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사회적기업 '어울림'을 돌본다.

15년 전부터 서리태 콩 농사와 소나무 농사, 깨농사, 산야초 농사 등 다양한 농사를 직접 짓고 판매도 했다고 한다. 이밖에 사회복지사업도 눈길을 돌렸지만 그 길이 아님을 알고 현재는 직원 13명의 사회적인 기업 (주)어울림을 설립, 다문화가정의 자립기반을 다지고 있다.

매장은 홍천읍 신장대리 홍천문화원 옆에 다문화 반찬가게 `봄가득찬'이 작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홍천산 콩으로 직접 제조한 된장과 간장 등 40여 가지의 반찬을 판매 중인 `봄가득찬'은 본격적인 재배를 앞두고 있는 홍천산 감자와 옥수수 등의 주문도 받고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봄가득찬의 수익금은 결혼이민자의 복리후생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지원사업에 쓰인다. 이와 더불어 다문화체험학교인 누리번체험학교도 열심히 지원하는 사업도 만만치 않음을 이야기했다.

여기에 몇년 전부터 시작한 군선교는 나날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단다. 홍천에 위치한 11사단 포병여단 내에 위치한 평화군인교회를 박 목사가 자청해 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회는 군목이 없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박 목사 부임 이후 고속(?)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군 선교의 노하우는 여단장 및 장병들과 함께 한솥 밥을 먹고, 운동은 물론 크고작은 일에 눈 높이를 맞추니 친해졌다고 한다. 

이렇듯 박 목사는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지역과 이웃을 향하여 아직은 낮선 선교방식인 '노마드 목회'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것도 개인이 아닌 교회를 전면에 세워 농촌교인들에게 선교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교회의 규모는 작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재정이 부족해도 선교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 강원도 홍천군 서면 중방대리 홍천전원교회의 수요예배는 오전 10시에 드려진다

사실 이 작은 교회의 주보를 보니 앞서 나열한 선교외에 필리핀(이상배 선교사)선교, 캄보디아(석미자 선교사)선교를 위해 애쓰는 듯 보였다. 자칫 시골마을 사람들에게는 야망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정이있고, 친절하고 배려할 줄 안다. 물론 자연 환경도 좋아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노마드 목회는 이러한 단점과 장점을 가지고 정작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고 천국을 바라봐야하는지 일깨워주는 그 무언가의 의미가 되면 좋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 홍천의 산골짜기에서 목회를 하거나 우리처럼 주말이면 가평으로 내려가 생태적 삶의 마을을 만든다고 찾거나 혹은 주말이면 여행을 하듯 노마드는 장황하고 화려한 문구를 사용해 어렵게 살지않고, 지금 자리에서 경건함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이 선교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삶에 박 목사는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앞으로도 선교에 대한 개척정신을 핵심가치로 삼고 노력할 것"이라며 "어려운 것도 은혜라는 마음을 항상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즉, 내 삶이 아닌 남의 삶을 살고 있지나 않은지? 그저 생활신앙인이 아닌 신앙인 흉내만 내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묵상을 해야겠다.

끝으로 박 목사의 지금 이 시간 속살을 전해드리자면 "서경석 목사와 한 때 뜻을 모았던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뉴라이트라는 단체에 이름이 올라간 것 같은데 자신은 절대 보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 고정관념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 줄 것을 귓뜸한 것이다.

그리고 어릴적 생활자전거를 타고 천진난만하게 돌아다녔던 꿈을 되살리기 위해 적정한 가격대의 산악자전거를 두고 부부가 고민중이라는 것, 운동 겸 인근의 군부대 방문과 생활선교를 위하겠다는 꿈도 더불어 이야기 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내가 적극 나서면서 미리 알고있는 자전거 샵에 문의해 주선해주기로 했다. 사실 이번 아내와 홍천탐방은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고자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