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로운 결심을 하고 가족이 한 자리에서 성경읽기를 해 왔지만, 번번이 흐지부지하게 되고 말았거든요. 이젠 봄비가 21살로 성년을 넘었고, 정민이는 18살로 최근에 주민등록증이 나왔습니다.

이제껏 성경은 복음서부터 시작하게 했었는데, 그 방법이 너무 식상했는지, 아내가 성경읽기 전략은 바꾸자고 했습니다.

대상과, 대하 등 구유언의 역사책부터 읽게 하자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진도를 못 나가는 정민이는 데이빗의 가계를 알고 싶다고, 삼상으로 되돌아가 읽기로 한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봄비는 마치 소설을 읽듯, 우상숭배에 빠지는 왕들을 가리켜 "쟤들 왜 그래?" 하며 재미있게 읽더니 요즘은 시들해졌습니다.

지난 겨울의 과제는 절반의 성공은 거둔 듯합니다. 두 자녀 중 하나는 스스로 꾸준히 말씀을 읽기 습관이 들었으니까요.

어제 집사람이 성경읽기를 중단한 봄비에게 다가가 다시 읽기를 권하며 달래는 소리를 엿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정민이가 새벽 2시까지 성경을 읽고 자느라 늦었다고 변명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속으로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아들 녀석은 무엇인가 집중하는 것이 애비를 꼭 닮은 것 같습니다. 씨도둑은 못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나 봐요.

그런데 나는 그만한 나이에 선교회에서 멋모르고 깝죽대고 다녔는데, 내성적인 녀석은 전혀 내색이 없습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에서 난다고 다들 알고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어려서부터 복음을 들려주고, 암송도 시키는 등 말씀에 반응하기를 기다려 왔는데, 깨달음은 늦는 것 같습니다.

믿음이나 확신이 강요로 될 수 없지만, 좀 더 일찌기 아이들에게 말씀을 좋아하여 스스로 읽는 습관이 배게 해 주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200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