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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의 수난
지난해 봄, 닭장에서는 병아리 13마리가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어미가 되도록 자란 것은 일곱 마리인가 여덟 마리인가였습니다.
중간에 개, 고양이, 족제비 같은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다녀가곤 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어릴 때에는 어미 주변에서만 삐약 거리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그런데 두어 주 쯤 지나고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어미 품 밖의 세상에 눈이 뜨이는지 자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어미 품을 떠난 닭장 밖의 세계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없는 병아리들은 그것을 모릅니다.
닭장을 촘촘한 철망으로 둘러놓았지만, 병아리들은 철망의 벌어진 틈을 귀신 같이 찾아내어 밖으로 나옵니다. 그럴 때면 닭장 안의 어미는 안절부절입니다.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나타나면 어미닭은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병아리들은 쏜살 같이 어미 품으로 도망쳐 들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병아리들이 철망사이의 작은 개구멍(?)을 찾아서 밖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정작 들어갈라치면 자기가 빠져나온 구멍을 찾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나온 곳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밖으로 무단외출 나왔다가 닭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삐약 거리며 주변을 맴도는 병아리들을 여러 차례 닭장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주인에게 발견되면 어미 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개나 고양이가 먼저 발견하면 낭패입니다. 개는 물어 죽이기만 하고 가버립니다. 고양이는 아주 물고 가버립니다. 지난해 봄에도 그런 식으로 거의 반은 잃어버린 터였습니다.
닭장을 고치다
가을이 되자 암탉 한 마리가 또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알을 품기 시작하자 닭장을 수리하였습니다. 앞으로 태어날 병아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철망을 손 봐 준 것입니다.
그런데 가을에 품는 알은(서리병아리) 부화확률이 낮습니다. 12개 중 4마리만 병아리가 되어 나왔습니다. 병아리들은 두 어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 깃털이 그럴 듯하게 자랄 때까지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집수리를 잘 해 준 덕분이죠. 한 마리도 잃지 않았다는 것이 내내 뿌듯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기도회가 끝난 후 닭장에 가서 병아리들을 보는 즐거움은 지나간 봄 때 보다 더욱 컸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허를 찔리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닭장에서 닭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상치 않은 마음에 얼른 달려가 보았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누런 들고양이 한 마리가 닭 우리에 들어가 있는 것 아닙니까. 옆 우리의 장닭과 암탉들은 죽어라고 소리 지르고, 어미닭은 홀로 고양이를 대적하고 있었습니다. 동작 빠른 병아리 3마리는 재빨리 옆집으로 난 조그만 구멍을 통하여 피하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땅바닥에는 미처 피하지 못한 수평아리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버둥대고 있었습니다.
평소 저녁마다 어스름이 깃들면 닭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몸집이 큰 고양이였습니다. 볼 때마다 쫓아버리곤 했었지요. “이놈아 백날 어슬렁거려봐야 닭장 안에 못 들어간다!”며 코웃음을 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글쎄 그 녀석이 닭장 안에 들어간 것입니다.
얼핏 보니 지붕으로 올라가서 철망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허를 찔린 것이지요.
닭장 안의 고양이를 보는 순간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내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주인이 나타나자 이제는 고양이가 더 난리입니다. 바깥으로 도망치려고 점프를 하고 철망을 기어오르지만 자기가 들어온 구멍까지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하필이면 이 녀석이 지붕 가운데를 뚫고 들어갔거든요.
“네 이놈, 잠깐만 기다려라. 감히 내 병아리를 건드려?” 아주 침착하게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고 나서 작대기 하나 들고 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잠간 혼내 주었습니다. 다시는 닭장을 넘보지 못하도록... 10여 년 전에 배운 해동검도 실력을 고양이에게 써 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고양이가 매를 맞으면서도 야옹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어디서 얼마나 잘 먹고 다녔는지 분명히 고양이는 고양이인데 몸은 살진 돼지 같더군요.
“앞으로 다시는 오지 마라! 병아리가 니 먹잇감은 아니란 말이다!”라며 문을 열어주니 끽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튀어나가더군요. 방금 전까지 닭장에 들어가 힘없는 닭과 병아리를 상대로 난장판을 벌이던 녀석이 닭 주인 앞에서 아주 초라한 패잔병이 되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부터 그 누런 들고양이는 닭장 뿐 아니라 우리교회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적이 나타나다
누런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닭장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매일 닭에게 먹이를 주고 계란을 꺼내는 제 마음도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우리 동네에 들고양이는 왜 이리 많은 것입니까? 누런 고양이가 사라지고 나니까 이번에는 배가 하얗고 등이 까만 들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지난 초봄부터 오늘까지 이 까만 고양이는 매일 출근하듯이 와서는 교육관 뒤 닭장 근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 고양이들이 바턴 터치를 한 것인지... 볼 때마다 쫒아버리곤 하지만 또 언제 사고칠지 모릅니다. 24시간 내내 닭장을 감시할 수도 없고...
병아리 몇 마리 키우는 일도 쉽지는 않네요.
새롭게 등장한 까만 들고양이와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서 버둥거리던 수평아리는 부상에서 회복되어 장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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