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 모두에 성전을 청결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역사가 나타난다. 요한복음의 경우는 공생애 초기에 행하신 일이고 공관복음의 경우에는 공생애 후기에 행하신 일이다. 요한복음에서는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어 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셨다(요 2:15). 공관복음에는 채찍에 대한 기술은 없다.

예수님의 이 모습에 대해 모두가 거룩한 분노라고 말한다. 예수님은 그 당대의 성전의 잘못된 모습에 분노하셨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여과없이 그 분노를 표출하셨다. 그것은 예수님만이 가능한 모습인가? 아니면 오늘날의 신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으며 적용되어야 하는 모습인가? 나는 거기에 담긴 원리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적용

성전 청결 사건은 오늘날의 교회에 관한 일이지만 그 원리는 사회생활로 확장할 수 있다. 바른 교회의 모습은 사회에서도 구현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소금과 빛으로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 형상으로 창조한 사람들에게서 참 사랑이 실현되기를 원하신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하나님이 없기에 온전한 실현이 불가능하다. 다만 그 마음에 새겨진 율법의 일들을 바르게 드러내고 실천함으로 최대한 참 사랑의 실현에 부합될 수 있기는 하다. 율법의 일들은 역사의 진행과 함께 사람이 진보하면서 오늘날에는 그의 온전히 드러났다. 헌법- 성문법이든지 불문법이든지-에 담긴 내용이 그에 해당된다. 헌법에 담긴 가치인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는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 사회에서 그 가치들이 온전하게 될수록 참 사랑의 실현에 가까워진다.

신자가 사회생활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한다고 할 때에 그 의미 중에 하나가 그 가치들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다.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를 이 사회에서 하나님 없는 사람들과 달리 하나님으로 인해 그분 안에서 온전하게 하는 것이 그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하나님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보다 그 가치들을 더 온전하게 하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신자를 통하여 그 가치들이 온전하게 되고 있는가? 그 답이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을 것이기는 한데 보편적으로 보면 부정적이다. 개신교인들은 그 가치들을 후퇴시키는 사람들로 대표적인 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표적이다. 그는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끊임없이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평가된다. 오늘날 그의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과 부패는 그 평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언론 자유지수도 엄청나게 후퇴했다. 민주주의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그를 대한민국의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나라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로 인해 하나님의 이름이 영화롭게 되었는가? 아니다. 그 이름이 너무나도 더럽혀졌다. 그로 인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지경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내게는 자명하다. 성전 청결 사건에서 보여주셨던 그 분노를 표출하실 것이라고 말이다. 하나님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가치 추구보다 못한 신자와 그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분노이다.

그런데 그분을 주님이라고 고백한다는 개신교인들은 대부분 그분처럼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지지하고 있다. 진실을 보는 눈은 감겼고 들을 수 있는 귀는 막혔다. 그러한 개신교인들의 모습에 대해 주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안타까움을 넘어 한심스러워 하실 것이다. 또한 그들에 대해서도 분노하시리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삶에서 나타난 원리와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대한 분노이다.

나는 이전에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였다. 나는 이전에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그에게 한 표를 던졌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데에도 한 표를 던졌다. 이승만을 국부로 생각하며 살았다. 박정희에 대해서는 국가 경제를 일으킨 너무나도 고마운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였다.

지금은 아니다. 대한민국 근대사에 대한 글들, 깨어있는 지성으로 인정받았던 리영희 선생님의 글들이 변화의 계기였다. 일제부역자들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왜곡된 근대사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찌라시 신문과 언론들의 정보 안에서 살았던 모습에서 탈피하는 것이 그 계기였다. 그리고 성경을 읽었는데, 보수주의자로 산다는 것이 죄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한다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가치들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자가 굴복하여야 할 위에 있는 권세가 오늘날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권력의 원천이다. 그 헌법을 어기며 휘둘러지고 있는 공권력은 굴복하여야 할 것이 아니라 저항하여야 할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악행에 대해서는 저항하는 것이 위에 있는 권세에 굴복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는 악한 공권력의 전형이기에 하루라도 속히 그가 대통령직을 그만두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기를 끝내게 된다면 그를 이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쌍생아일 뿐이다. 외국 언론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다. 비련의 여인이니 아버지 밑에서 대통령 수업을 받았으니 잘할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마귀의 속임수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생각할 때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90% 이상의 서민들을 생각할 때에 그녀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런데 현재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가장 강력한 협력자들이 보수개신교인들이다. 안쓰러움을 넘어 분노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그 당대에 진보이셨다. 그 당대의 가치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저항하시면 더 나은 모습의 교회를 이루시기 위해 생활하셨다. 교회는 그 당대에 진보였다. 노예들을 차별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인권을 가진 존재로 생각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 자체가 진보였다. 노예 제도의 폐지도 그 당대의 기득권 세력과 충동하면서 만들어낸 진보였다.

오늘날의 신자들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 시대에서 진보여야 한다.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는 보수는 하나님 앞에서 불순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불순종이다. 그 가치들을 더 온전하게 하여야 하는 하나님 나라를 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에 진보가 아니면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글을 썼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신자라고 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구하지 않고 어떻게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가 있겠는가? 그 나라를 구하지 않는 신자들에 대해 나는 분노한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는 그분에게서만 나타날 수 있고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다. 그분을 닮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있어야 하며 나타나야 하는 모습이다. 이 사회에서 소금이며 빛으로 세움을 입은 신자는 거룩한 분노를 통하여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다. 거룩한 분노를 통하여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여야 한다. 불이익에 대해 그렇게 열심히 분노하는 자리에서 벗어나서 불의에 대해 분노하라. 기득권 세력이 되어 그것을 고수하기 위해 분노하는 자리에서 벗어나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분노하여야 하는 것이다. 분노하라. 악에 대해. 불의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