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의(神醫)로 변신한 돈키호테
     (2012년 5월 2일)

아직은 이른 아침, 비간으로부터 세르반테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일행과 아침식사를 서둘러 지어먹고 늦지 않게 봉사 처로 출근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르반테스 숲속의 마을에서 우리가 묵었던 숙소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수천 명의 환자들을 접하였지만
이곳처럼 단순한 환자는 처음입니다.
이곳 환자들은 거의 90% 이상이 내상병을 호소하지 않고
그저 허리만 아프다 합니다.
물론 허리 아픈 것도 신장이상에서 오기도하지만
거의 모두가 5장 6부에 생긴 질병을 호소하는 이가 없습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살며 친정에 잠시 왔다는 여자환자 외에는
거의가 허리 아픈 것 외에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답니다.
한집 건너 옆집이 숲에 가려 안 보일 정도로 숲이 우거진 마을이라
숲이 내 뿜는 신선한 산소와 사계절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후
그리고 맑은 물 등 오염되지 않은 생활환경에서 살아 그런 모양입니다.
건강을 위해선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중요합니다.

마닐라에서 친정에 왔다 들린 여인은
이혼하고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매우 고생하는 분이었습니다.
팔다리 어깨가 쑤시고 아프고 배도 아프고 소화가 안 되고 변비가 심하며
무엇보다 8년 전부터 불면증으로 시달려 매일 수면제를 먹어도
겨우 2시간 정도밖에 잘 수 없어 직장에 다니며 항상 수면부족으로
고통이 심하다고 호소합니다.

염려할 일이 있으면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과 각성의 리듬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호관계로 성립되므로,
부교감신경이 작동하지 않으면 좀처럼 수면에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침과 뜸은 흥분된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우위에 놓이게 하여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추어 주게 되고
그로 인해 잠을 잘 자게 도와줍니다.

노년층의 불면은
고혈압, 당뇨병, 진통제 등 각종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강압제의 경우 약의 성분에 의해서
억지로 혈압이 낮추어져 있기 때문에
몸은 그에 지지 않으려고 교감신경을 열심히 긴장시킵니다.
그 증거로는 강압제를 먹고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맥이 빨라집니다.
이러한 약을 몇 종류나 먹으면 몸은 흥분의 극치에 도달해버리기 때문에
자고 싶어 해도 잠들 수 없기 마련입니다.
잘 수 있는 방법은 빨리 약으로부터 해방 되는 일입니다.
약을 신봉하지 말고 기도와 운동 등 면역요법으로
몸의 자연치유력을 증대시키는 길이 근본치유의 길입니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온 18세 엄마들

침대에 누워 있는 불면증 환자에게 약을 너무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라고 권면합니다.
천주교 신자인 그녀는 목사인 나를 자기네 성당신부처럼 존중하며
나의 말을 모두 아멘으로 받아들입니다.
너무 그러니 아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기로 그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분 나쁘진 않습니다.

침과 뜸은 약이 아니고 몸의 균형을 맞추어주어
면역력을 증대시켜 주는 역할을 하므로
이것을 받으면 그 동안 약 때문에 손상된 몸의 자연치유력이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하며
수면혈 자리에는 특별히 크게 여러 번을 떠 주도록 부탁합니다.

“치료를 받고 나면 오늘 밤은 잠을 편하게 잘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멘!”
“내일 아침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를 찾아와 잘 잤다고 말할 것입니다.”
“아멘!”

힘든 가운데도 열심히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

상당히 뜨거울 텐데 그녀는 잘도 참고 견딥니다.
아마 뜨거운 고통을 믿음으로 참고 이겨내는 모양입니다.
치료받으며 말끝마다 아멘으로 화답하던 그녀가
하루가 지난 그 이튿날 아침 일찍 환한 모습으로 찾아 왔습니다.
지난 밤 오랜만에 7시간이나 잠을 잤답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깊은 수면을 하였다고 좋아합니다.
그녀가 마을 체어맨의 여동생인지도 그제야 처음 알았습니다.
체어맨도 이 사람 저 사람 볼 때 마다
내 동생이 어젯밤 7시간이나 잠을 잤다고 자랑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체어맨은 우리가 오던 첫 날 침뜸을 받고
그 이튿날 허리 아픈 것이 바로 좋아져서
우리가 월요일 하루 쉬고 비간에 여행 간 사이에
버스로 8시간이나 걸리는 먼 마닐라에 사는 여동생을 급히 오라고 연락하여
그녀가 바쁜 시간을 내어 이곳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먼 곳에서 힘겹게 온 보람이 있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불면으로 고생하던 그녀가
침뜸 한번 받고 이렇게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효과일까?
그녀의 믿음과 정성 때문일까?
아니면 플라세보 현상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일까?
아니면 침뜸을 통한 자율신경 조절 작용 때문이었을까?’

그 어떤 이유보다도 하나님이 우리의 치유사역을
도우셨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돈키호테처럼 엉뚱한 데가 많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날마다 치유사역의 현장에서 나를 도구로 사용하시어
놀라운 역사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힘든 사역이지만 기쁨과 즐거움으로 잘 감당해 냅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임상경험에 의하면, 뜸과 침을 함께 받는 경우
약 20시간이 경과한 후부터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월요일 여행을 다녀오느라고 봉사를 하루 쉬었더니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었나 봅니다.
멀리 다녀오는 동안, 이틀 전에 치료받은 분들이 모두 좋아져
서로서로 좋아진 상태를 확인하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병원에 갈 수도 없는 형편이며 약을 잘 먹지 않는 분들에게
침뜸의 효과는 대단하였습니다.

돈키호테의 행위는 가끔 진실처럼 보이기도 하듯이
치유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가끔 나를 신의(神醫)처럼 여깁니다.
내가 그렇게 보여지는 이유는
진실 그 자체, 완벽한 연기, 완벽한 사기, 완벽한 마술 등
일련의 이러한 이유들 중에 어느 하나일 것입니다.
어쩌면 척박한 환경에서 신음하는 인간을 돌보기 위한
하나님이 연출하시는 인간치유현장의 드라마에서
내가 도구(배우)로 사용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치유사역을 하는 동안은 실제로 하나님이 나의 손을 잡으시고
직접 치료하시는 것처럼 신기하게 잘 낫습니다.

에고를 벗어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초월적 영적 세계를 살게 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온 과학과 문명을 초월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이원성을 극복하고,
4차원의 세계를 살게 됩니다.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점심식사

오늘은 점심시간이 되자 마을 부녀자들이 와서 점심을 준비하고
환자들까지 모두 대접하며 마을잔치를 벌입니다.
외국에서 명의가 와서 공짜로 치료해 주는데 그냥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곳 사람들의 살림은 민도로 해안가나 산속 망얀 족들과 다릅니다.
민도로 섬에서는 봉사 나갈 때마다 우리가 점심을 싸가던가
며칠 묵을 경우엔
그들과 함께 먹을 쌀과 반찬거리까지 모두 준비해 가야만 하는데
이 곳 사람들은 감사할 줄도 알고 점심까지 준비하는 걸 보니
아마 먹을 양식들은 부족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너무 가난하면 사람의 도리를 하지 못하니
가난을 너무 미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청빈한 삶은 고위관료나 성직자들이
백성이나 성도들을 위하여 살아야 할 덕목이지
백성이나 성도들이 구태여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도와주고 서로 나누며 함께 더불어 잘 산다면,
잘 사는 것을 책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숲속의 마을길을 걸어 봉사처로 출근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