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하나의 찬송가를 갖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찬송가공회’가, 몇몇 인사들이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을 무시한 채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를 만듦으로써 양분돼 갈등을 겪은 지 수년. 한국교회가 두 권의 찬송가 시대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 설립 인가 취소 후 대책마련을 위한 한국교회 교단장 회의’ 모습 ⓒ뉴스미션

‘성년의 날’인 21일에는 성년이 돼도 벌써 됐어야 할 한국교회가 여전히 유아의 상태에 있음을 잘 드러내는, 찬송가 관련 두 개의 모임이 있었다.

오전에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 설립 인가 취소 후 대책마련을 위한 한국교회 교단장 회의’와 정오에 열린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 기자회견’이 그것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재)찬송가공회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대전지방법원에 신청한 (충남도청의) ‘법인 허가취소 집행 정지 가처분’이 지난 15일 받아들여진 이후 이뤄진 양 진영의 첫 번째 움직이라는 것이다.

교단장들 ‘새 찬송가 발행 불가피’ 공감대 형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의회)는 21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 설립 인가 취소 후 대책마련을 위한 한국교회 교단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교단장들은 찬송가 문제로 인해 한국교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새찬송가를 만들 수밖에 없는 필요적 당위성에 대해 공감했다.

가처분 이후 본안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법인측과 비법인측 모두 현재 발행 중인 ‘21세기 찬송가’의 출판이 중단될 것이기 때문에 최소 2년에서 최장 5년까지는 찬송가 발간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바, 새로 찬송가를 발간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편이라는 데 동의한 것이다.

교단장들은 또 새찬송가 제작은 한국찬송가공회에 맡기되 찬송가 제작 계획을 한국찬송가위원회측과 새찬송가위원회측 소속 교단장들에게 설명케 했다. 아울러 재단법인과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송 이사들을 교단이 소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당부했다.

또한 새찬송가 제작과 관련, 한국교회에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새찬송가를 만들 수밖에 없는 당위성’에 대해 잘 설명하고 홍보키로 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는 예장통합 박위근 총회장이 한국교회에 아픔을 준 것을 사과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법인화 과정에서 교단 증경총회장인 이광선 목사가 깊숙이 개입된 것을 현 총회장이 에둘러 사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모임에는 김종훈 감독(기감, 교회협 회장), 김영주 교회협 총무를 비롯해 김원철 총회장(복음교회), 박현모 부총회장(기성), 박성배 총회장(기하성 서대문), 최길학 총무(기하성 여의도), 김근상 주교(대한성공회), 강경원 총회장(예장대신), 박위근 총회장(예장통합), 박만희 사령관(구세군), 유정성 총회장(기장) 등이 참석했다. 비법인측에서는 김용도 목사공동대표), 이치우 목사(공동총무), 강승진 목사(공동총무), 윤두태 목사(공동서기)가 참석했다.

▲21일 정오 기자회견에서 (재)찬송가공회 김춘규 이사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미션

같은 날 정오에는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이사장 서정배 목사, 김춘규 장로)가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재)찬송가공회 관련해서 일고 있는 갈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찬송가공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먼저 법인 설립과 관련, 교계로부터 지적받은 사항 곧 △법인의 사유화 △총무들의 월권 △교단 동의 부재 등 3가지 문제들이 모두 해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2명의 총무는 사임했고 △설립 당시 이사들은 모두 교체됐으며 △교단의 동의 여부는 교단 파송 위원들이 대표성을 갖고 외부의 권유에 의해 부득이 결정한 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재)찬송가공회는 성실하고 겸허하게 교계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투명하고 깨끗한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다.

(재)찬송가공회는 “소모성 경비를 40% 이상 절감하는 새로운 예산안을 만들어 실천하겠으며, 이사장 판공비는 전액 삭감하고, 총무들의 연봉도 40% 삭감해, 다음 회기에는 언론에 예ㆍ결산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진행 중인 문제와 소송에 관해서는 “출판권 독점을 추구하는 특정 출판사와, 이에 동조하여 마치 대변인같은 역할을 하는 NCCK의 비율이적인 행위의 결과”라면서 “오늘 날짜 법인 취소 통보는 본안 소송 판결 시까지 효력정지며, 본안에서도 승소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본보제휴 뉴스미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