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임시감독회장 후보를 압축하기 위한 비송신청인들의 2차회합에서 당초 2인, 혹은 3인을 내자던 합의안 대신 <1인 단일후보>를 내자는 쪽으로 급속하게 선회했다.  

오후 3시 중앙연회 감독실에서 모인 비송신청인 6인은 “후보자 압축을 논의하기 전에 ➀누가 임시감독회장이 되던 협력하겠다는 것과 ➁법원에 감리교 내부인으로 선정해 달라고 요청하자는 데 합의를 이뤄보자”는 염정식 장로의 제안을 화제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염장로의 제안에 대해선 참석자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날 회합의 목적부터 매듭짓자’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진 않았다.

이후 지난 11일 비송심리에서 판사가 “후보자를 2인으로 합의하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3인을 합의추천하자는 전감목의 제안이 가능한지 검토되었다. 전감목은 “6개 신청인을 압축하면 계파가 공평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3인의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기식 목사는 “판사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안된다”며 “반드시 2인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합심리에서 3인 가능성을 타진해 봤지만 판사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감목의 김명섭 목사는 “2인을 추천하면 (탈락하는)상대가 타격이 크다. 판사의 주문은 9명의 난립 된 후보를 압축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하며 “3인을 추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참석자들은 결론을 유보하고 우선 압축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보자며 6개 신청인을 3그룹(감독협+강흥복, 신기식+KD측, 전감목+수습위)으로 묶어 2-30여분간 ‘분과토의(?)’를 가졌다. 일단 각 그룹에서 1인을 압축하는 작업을 하고 난 이후 2인 압축 여부를 살펴 보자는 것이다.

‘분과토의’의 결과 채권자 그룹(신기식목사와 KD측)을 제외하고는 그룹별 1인을 확정하지 못했다. 채권자 그룹에서 합의된 1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으나 구동태 목사로 좁혀진 것으로 보이며 감독협의회와 강흥복 목사 그룹은 “주말이 끼어 있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감목과 수습위 그룹은 “언제든 1인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됐다”는 정도에서 토의결과를 보고했다.

“감독협의회에서 1인 후보를 내자” 급속 선회

급속한 변화는 ‘분과토의’ 이후에도 후보 압축 방법을 놓고 지리한 공방이 계속 되던 중에 찾아왔다. 신기식 목사가 “이전 대책위 모임때 감독협의회가 후보1인을 내어 KD측과 합의하면 자신은 언제든지 양보한다고 했는데 감독협의회가 해내지 못했다”는 비난성 발언을 하자 심영식 목사가 말을 끊으며 “당시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기식 목사가 “그렇다. 판사도 가장 원하는 것일 것”이라고 답하면서 1인 단일후보안이 급작스럽게 대화의 중심으로 부상됐다.

감독협의회는 KD측과의 조율을 통해 1인을 후보로 선정하겠다는 것을 약속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또 이미 법원에 신청된 가흥순, 김종훈 감독 이외의 감독들도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전감목은 “현 제도로 돈선거를 막을 수 있는가”고 물으며 “개혁을 전제로 하는 단일화에만 합의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감독중 1인으로 합의가 될 경우 전감목이 주장하는 개혁을 추진한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용재 감독은 “원칙적으로 전감목의 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변했으나 심영식 목사는 “이 안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KD와 합의하여야 할 뿐 아니라 전감목의 개혁안도 수용해야 하는 안을 감독협의회가 모두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용재 감독은 “염장로(KD측)와 이야기를 나누고 결과를 여러분께 알려줄 것이다. 만약 KD측과 합의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오늘 논의하던 3개안을 가지고 다시 절충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경우의 수를 열어놓은 후 2차 회합을 마쳤다.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른 감독협의회

이번 회합을 통하여 임시감독회장 후보자 확정의 공은 일단 감독협의회로 넘어가게 됐다. 그리고 KD측과 합의하는 문제가 감독협의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대책위 활동기간에 김인환 감독이 KD측과 교섭을 통해 자신으로 임시감독회장을 합의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김인환 감독 카드가 당시 감독협의회 내에서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으며 한편 권오현 감독이 신기식 목사에 의해 비송추천인이 된 바 있지만 KD에 가깝다는 이유로 역시 감독협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김종훈 감독으로 합의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KD측에서 볼 때 그는 자신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편향적으로 분류되는 인물로는 합의를 이루어 내기 힘들다. 편향성의 판단을 당사자가 내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적인 이가 존재하는가 하면 신기식 목사가 말한대로 “감리회 사태에서 중간지대는 없다”는 현실은 일말의 합의 가능성을 난망하게 한다. 게다가 전감목의 개혁 로드맵도 수용해야 한다.

전감목의 김명섭 목사는 회합 직후 “돈선거 개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전 제도 아래에서의 정상화는 무의미하다”며 “감독 선거 및 각 연회별 총대 선출의 직선제 없이는 감리교 사태가 ‘정상화’ 될 수는 있어도 상식이 통하는 ‘정상’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신기식 목사는 “직무만 합의되면 누가 임시감독회장이 되던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인물에 집착하기 보다 정상화 로드맵에 눈을 돌려야 길이 열린다는 현실적 타개책과 이 기회에 ‘감리회의 미래’라는 보다 먼 시야를 가질 것을 촉구하는 개혁안이 1인단일화 협의창구에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18일(금)까지 후보자를 2인으로 압축하여 오라고 통보해 놓은 상황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공을 법원으로 넘기지 않는 유일한 기회이다. 감독협의회는 다음날인 15일(화) 오후 3시에 모여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곧바로 KD측과 협의를 한 후 18일 이전에 6개 신청인회합이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협의회와 KD가 단일화를 성공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심자득 최우성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