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조국의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려면 진보진영이 정치세력을 더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보진영으로의 정권교체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고, 다만 보수로 대변되는 기득권층을 영향력 있게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지난 총선 때는 한명숙, 문성근을 지지했고 유시민이 속한 통합진보당도 표를 많이 얻기를 희망했다.
 
사실은 통합진보당 이라고 해서 그 쪽 계열도 통합 되었나 여겼었는데 진보신당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조금 후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진보 쪽은 한 고집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분파성이 강한 곳이니 그러려니 했었다.
 
여기에서, 필자의 어쩔 수 없는 편견도 고백을 해야겠다. 진보를 지지하다보니 그들 계열이 벌이는 웬만한 부패며 타락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관대한 마음이 들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매수사건이며 '나꼼수' 김용민의 욕설사건 등에 대해서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 정도는 봐 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후보 부정투표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그동안 애써서 지켜온 진보에 대한 애정을 그 환상을 버렸다.
 
자신들이 마치 4.19의, 광주 민주화운동의, 6월 민주항쟁의 계승자 인양 외쳐대는 그들이 벌이고 있는 행위가 너무나 위선적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 내부적으로 벌어진 일이라지만 4.19의 도화선이 되었던 부정선거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 당권이라는 기득권을 지키려 폭력과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서는 환멸마저 느꼈다.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에 있다'는 말에 헛웃음이 다 나온다.
 
지난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핵심들 소위 민주화세력들의 부정부패 사건에 실망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정말 이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했던 것이 조국의 민주화였나 아니면 정치권력을 잡아 권세와 영화를 누리는 것이었나 회의를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군사정권시절 저기 남산에 끌려가 죽을 만큼 매를 맞고 고문을 당하고 했던 것도 결국은 그런 짓을 하기 위한 것이었나 하면서 개탄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누군가는 한국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고 다만 패거리 정치가 있을 뿐이라고 비판적인 말을 했지만 나 역시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찾고 보니 이젠 지지할 세력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생각을 하다가, 앞으로는 어떤 세력이나 이념집단에 기대를 걸 것이 아니라 개인 개인의 이력과 삶의 내용에 평가 기준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라는데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면 계산이 조금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외면을 할 수도 없으니,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삶의 내용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이력을 지지하는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진보에서 보수로 변절한 사람이라고 젖혀놓았던 이재오, 김문수 같은 이들에게게 기대감이 생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부르짖는 정운찬 같은 이들에게 믿음이 간다.
 
한국과는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에 앉아서 조국의 정치에 대한 생각을 쓰다 보니 문득 자조적인 한숨이 나온다. '그 곳 일에나 신경 쓰시지....' 하는 비아냥거림도 들려오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저 의식 깊은 곳에, 이 땅은 임시로 머무는 곳 일뿐 언젠가는 돌아가 머리 두고 싶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이라면 더 나아가 해외동포는 한사람의 민간외교사절이라는 인식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관심과 자기주장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내게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등불 같은 말씀이 있다. 이 땅의 기독교인이라면 세상을 위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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