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요령 듣는 자세에 따라 입찰경력 보여.

입찰 전에는 경매 법정에서 입찰요령, 법적 조항 설명, 입찰 시 주의 사항 등을 설명한다. 한 번 이상 경험한 재수생들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루 볕이 무서운 법이다. 이런 계통에 닳고 닳은 사람들은 설명도 아예 듣지 않는다. 경매 진행자의 설명을 듣는 시간에 아예 나가서 담배를 퇴는 여유를 부린다. 반면 오늘 처음 경매를 해보는 사람은 긴장하며 착실하게 듣는다. 듣는 자세를 보면 초보자인지 고수인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 13호법정 이날 치열한 경매가 이뤄졌던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3호 경매 법정 간판이다. ⓒ 송상호 법원경매법정

드디어 입찰 시작이다. 사람들은 입찰 용지를 받아간다. 잽싸게 입찰 용지를 낚아 채가는 사람, 슬쩍 자기 것을 챙겨가는 사람, 느릿느릿 여유 있게 챙겨 가져가는 사람 등 모습도 다양하다. 철저하게 비밀 입찰을 하다 보니 사람들은 바로 옆 사람이 자신과 경쟁자인지 모른다. 서로 경계 아닌 경계를 한다. 자신의 입찰정보가 새나가면 자신은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기 때문이다.

약 1시간 동안 자신이 입찰할 금액과 입찰용지를 작성한다. 서로 눈치작전으로 불꽃이 튄다. 베테랑들은 일찌감치 입찰용지를 써내고 바깥에 나와서 담소를 나눈다. 대출업체 직원들은 계속 조언해주는 척 하면서 대출받을 것을 선전한다. 드디어 개찰할 시간이 왔다.

"내 이름이 제일 마지막에 불리어지길"

경매진행자가 해당 사건번호와 입찰자를 호명한다. 불린 사람들은 경매법정 앞에 한 줄로 선다. 그들은 서서 경매진행자의 개찰결과를 기다린다. 마치 법정 선고를 기다리듯. 뭔가 얻어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 눈들이 팽팽 돌아간다.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눈빛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모두 정면을 응시한다. 경매 진행상황을 계속 본다. 빨리 자신의 차례가 와서 낙찰되기를 다짐하는 듯 보인다.

"개찰결과입니다."란 경매진행자의 말에 긴장감은 최고조로 달한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드디어 개찰결과를 말한다. 앞서 호명된 사람들은 탈락자다. 이렇게 한사람씩 불리어질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이미 불린 사람은 탈락자다. 그렇다. 맨 나중에 불린 사람이 낙찰자다. 입찰 최고금액을 써낸 사람이다.

▲ 모니터링 이날 경매법정 바깥에 설치된 모니터에 입찰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송상호 법원경매법정

"000씨만 남겨두고 모두 보증금 찾아가세요" 경매사의 말은 탈락자에게 씁쓸하게 들린다. 보증금으로 걸었던 자신의 돈을 찾아가면서도 탈락자들은 내내 아쉽다. 자꾸만 경매를 진행하는 사람만 쳐다본다. 지나간 버스 손들 듯.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듯.

이날 최고 입찰자가 많았던 입찰명수는 13명이다. 한 경매 건에 13명이 입찰한 셈이다. 단연 인기 경매 물건이다.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유찰된 경매건수가 상당히 있다. 그러다가 단독입찰이 되어 낙찰되는 경우는 땡잡은 경우다. 경쟁자 없이 무혈입성 하는 경우다.

실수해서 낙찰 놓치는 사람들

한 중년여성은 입찰금액란에 보증금액을, 보증금액란에 입찰금액을 쓰는 바람에 탈락이다.

입찰 금액란과 보증금액란을 바꿔 쓴 경우다. 이 중년 여성은 "허허허" 웃으면서, "눈이 안 좋은 데 안경을 안 쓰고 오는 바람에 바꿔 썼네. 에이 아까워"라고 말한다. 순간 거룩하던 법정이 웃음바다가 된다. 

40대 한 남성은 사건번호를 잘 기입했지만, 물건 번호를 기입하지 않아 무효가 되기도 한다. 그 남성은 "보증금은 제대로 걸었으니 맞지 않느냐."고 항의해보지만, 경매진행자는 단호하게 "형평성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다음에 입찰하라"고 잘라 말한다. 그 남성은 내내 아쉬워하며 법정을 뒤로 한다.

입찰금액을 써낼 때, 숫자를 틀리게 쓰면 새 용지에 다시 작성해야 한다. 이 규칙을 잠시 놓친 한 50대 남성이 아쉽게도 탈락한다. 자신은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쓴 게 아니라며 우겨본다. 경매진행자가 말한다. "선생님은 어차피 최고가에 입찰한 것도 아니니 무효라도 상관 없지요"라며 그 불만을 애써 잠재운다.

이름 불러도 대답 없는 사람 때문에 웃음바다.

"000씨. 000씨. 000씨....."

경매진행자가 한 입찰자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른다.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진다. 듣다못해 청중들이 대신 대답한다. "집에 갔시유"라고. 그러면서 청중들은 웃는다. 더 웃긴 건 그 대답이 나오자마자 "저 여기 있어유"란다. 바깥에 있다가 자신의 이름을 미처 듣지 못한 모양이다. 웃음 터진 청중들은 계속 웃음보가 터질 수밖에. 그나마 긴장이 풀어지는 시간이다.

또 다른 입찰자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 진행자가 마이크로 몇 번을 불렀다. 이번엔 청중들이 "화장실 갔는가벼유"란다. 웃긴 건 그 말이 맞아 떨어진다. 내내 기다리다 잠시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경우다. 청중들은 또 한 번 크게 웃는다.

▲ 경매 법정 전경 이날 법원의 날씨는 아주 푸르고 좋았다. 비록 건물 안쪽 경매법정에선 치열한 입찰경쟁이 있었지만. ⓒ 송상호 법원경매법정

10시30분에 시작된 입찰과 개찰발표시간은 오후 2시를 훌쩍 넘긴다. 이렇듯 경매 현장엔 긴장감도 있고, 웃음도 있고, 허탈함도 있고, 민망함도 있고, 치열함도 있다.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물건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소망이 있다. 이 시대에 평범한 시민들의 희로애락이 경매현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