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성에 처음 온 것은 2000년 12월. 장애인 시설의 원목으로 안성 일죽에 왔다. 오자마자 주민들의 반대로 장애인시설이 쫓겨났다. 그는 가족과 함께 이웃마을로 급히 이사를 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안성생활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 표지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 송상호 지음, 자리출판사 펴냄, ⓒ 자리출판사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

안성 일죽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며 이웃주민들을 섬겼다. 독거노인 반찬배달, 주민이발봉사, 주민차량봉사, 마을청소년 돌봄 등이 주로 하는 일이었다. 후원을 받아도 시원찮을 조그만 교회에서 오히려 다른 기관으로 후원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한 달에 몇 십만 원씩을. 그게 가능한 것은 송상호목사가 직접 벌은 돈을 거의 선교헌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2003년도 4월에 마을전체 땅이 경매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생겼다. 마을 땅이 종정 땅이어서, 1년에 1회 도지세를 주고 살았다. 물론 교회당과 집이 있던 땅도 넘어갔다. 새로운 땅 주인이 "땅을 사든지 나가든지 하라"는 통보를 해왔다. 고민 끝에 땅도 사고, 더아모의집도 짓기로 했다. 더아모의집은 이웃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더아모'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이란 말이다.

돈이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어서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여곡절을 겪고도 그 자리서 건축을 완성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웃 어르신들의 반대 아닌 반대로 인한 결정이었다. 새로운 자리에서 건축을 시도했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한해를 넘겨야 했다. 건축을 시작한지 14개월 만에 '더아모의집'이 완성 되었다. 송상호 목사를 포함한 건축초보자들이 조립식 건물 50평을 지었다. 거기는 교회당, 마을청소년 쉼터, 사택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 출간 기념회 시골 촌놈이 이제 6권째 책을 내는 작가가 되었다. 출판 기념회도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그 평화도 잠시. 땅 주인이 당초의 약속을 깨고 "1000평 땅을 사든지 나가든지 하라"고 통보해왔다. 당초 약속은 더아모의집이 깔고 있는 200평만 사기로 되어 있었다. 협상이 제대로 안 되자 땅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땅을 넘겨버렸다. 새로운 땅주인과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더아모의집을 직접 허물어주고 나와야 했다. 그가 직접 지은 '더아모의집'을 그의 손으로 직접 허물었다. 2006년 12월의 일이었다. '더아모의집'에서 18개월을 살고, 그 시대는 끝나버렸다.(관련기사 : 사라졌지만, 끝나지 않았다.)

현재 사는 금광면 시골 빈 집으로 피신하다시피 이사를 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세상을 향해 '욕'을 퍼부어 댔다. "세상 참 X같네"라고. 그런 시간을 3개월 정도 보냈다. 그것도 시간 지나니 재미 없었다. 자신을 성찰한 결과 모든 것이 자신의 탓임을 알고 조용히 살기로 했다.

모든 것을 비우고 버리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평화는 또 다른 창조를 이끌어냈다. 바로 책을 저술하는 일이었다. 2008년 12월 <문명 패러독스(인물과사상사)>를 시작으로 <모든 종교는 구라다(자리출판사)>, <학교시대는 끝났다(신인문사)>, <예수의 콤플렉스(삼인출판사)>, <우리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자리출판사)>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더아모의집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나누기 시작했다.

현재 사는 금광면에서 '더아모의집'은 6년만의 부활을 꿈꾼다. 금광면 석하리 양지편 마을에 땅도 구입했다. 이제 건축만 하면 된다. 그동안 거쳤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였다. 양지편 마을 집터에서 올해 4월부터 공사에 착수한다. 그것 조차도 여의치 않아 그 마을의 가정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사회를 향해 욕하는 사람들의 피토하는 심정을 알게 되었다. 욕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욕 나오게 하는 세상 구조가 문제라는 것도 보게 되었다. 욕을 억누르는 세상은 결국 권력지향적인 사회라는 것도 보았다. 욕이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되었다.

마침 '나꼼수'란 매체를 통해 욕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보았다. 우리나라 정서가 '민간인 사찰'이라는 정부의 행태보다 '막말 김용민'에 대한 잣대가 훨씬 잔혹하다는 것도 보았다. 연예인 중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거의 매장 당하다시피 하는 현상도 보았다. 모두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대한민국 국민성에 기인하리라.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욕'에 대한 상상력을 펼쳤다. '욕'에 대한 무한한 관심, 그거 였다. 욕을 하지 못하게 하니 욕에 대해 더욱 관심이 갔다. 글을 써나갔다. 욕에 대한 글이 이리 재미있을 줄 몰랐다.

▲ 그동안의 저서 그동안 내가 지은 책들의 목록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해준 열매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더아모의집'은 수많은 욕더미 속에서 6년 만에 부활하고 있다. 이번에 낸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는 더아모의집의 뼈아픈 사연과 버무러져 세상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밌는 책이 되리라고 본다. 책을 넘기면서 욕을 따라해보는 재미도 있다. 하여튼 "가난한 자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다"는 메시지가 세상에 전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