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문화 |
|
레이디 가가, 한국기독교에서 꼭 막아야 할 악마일까? |
|
|
|
입력 : 2012년 04월 26일 (목) 12:07:32
최종편집 : 2012년 04월 26일 (목) 12:08:14 [조회수 : 2974] |
|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팝송 좀 듣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팝송을 듣기 시작해서 고등학생이 된 이후까지도 팝송에 대한 애정은 계속 되었다. 멋모르고 한글로 영어 가사 토를 달아 따라 부르며 외웠던 것이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없애주었고 영어에 흥미를 갖게도 하였었다. 그래서 영어 시험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팝송이나 가요나 대중음악을 별로 듣지 않는 편이다. 삶이 팍팍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겠다.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도 팝송 좀 들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의 팝송 애청기의 끝자락에 있는 여가수는 단연 마돈나이다. 마돈나라는 한국식 발음이 아니라 영어 본토 발음으로 부르기 위해서 머다나, 마다나 등으로 혀를 꼬아 불렀던 기억도 있다. 마돈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팝의 여왕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마돈나 이후에 신디 라퍼, 윗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등 몇몇 걸출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여가수도 있었지만 단명하거나 이미 나의 관심이 떠난 후라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마돈나의 뒤를 이을만한 여가수의 탄생 소식을 들었다. 레이디가가라는 가수였다.
내가 좋아하는 팝그룹인 퀸이 '레이디오 가가'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종종 나는 레이디가가와 레이디오 가가를 혼동하곤 한다. 그리고 레이디가가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 단지 가끔 텔레비전 연예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레이디가가라는 존재에 대해 들어봤고 레이디가가가 현재 세계 팝시장을 주도하는 여가수이며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의 단편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의 음악과 가사, 공연 퍼포먼스 등을 얼핏 본 바로는 마돈나가 한참 활동하던 당시 보여주었던 정도의 파격과 비슷한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돈나가 활동하던 시절은 근 20여 년 전이니 현재는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그 당시와 비교하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 여가수들이 세계에 주는 충격의 수준이나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돈나도 당시에는 독특한 의상과 몸짓, 퍼포먼스로 구설수에 올랐다. 마돈나는 알려진대로 포르노 영화에도 출연했던 경력이 있고 가수 활동 중에도 외설 시비가 붙을만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또 그의 의상은 매우 파격적이어서 속옷을 입고 나와 공연하기도 하는 등 많은 구설수에도 올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돈나는 세계 팝송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또 롱런했다. 물론 한국의 보수적인 인사들이 시비도 많이 걸었다. 그런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그 화살이 레이디가가를 향하고 있다. 레이디가가는 27일 한국의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을 할 예정인데 한국개신교가 전면에 나서서 레이디가가를 악마화하며 공연을 취소하라고 물리력을 행사하고 있다. 덕분에 자유분방한 행보를 보이던 레이디가가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진기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국제적 관점에서 볼 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의 의상이며 노래, 노랫말이 담고 있는 파격성이 어떤 관점에서는 문제가 될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연을 앞두고 취소운동까지 벌일만한 것인가에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파격적이라고 평가 받았던 가수들의 그것과 비교할 때 사회적 합의 수준을 넘어선 것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국의 문화수준, 혹은 한국 보수인사들의 수준, 한국 개신교가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이 어떤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국개신교는 대중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해 지극히 적대적인 관점을 가졌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1980년대 초)에는 학생부에서 문학의 밤이라는 것을 해마다 하였다. 내가 다니던 교회도 문학의 밤을 했는데 한 해는 인근 고등학교의 풍물패를 초청하여 공연을 하기로 하였었다. 그런데 행사 당일, 행사 중에 사단이 났다. 교회 측에서 우상숭배, 미신숭배에 이용되는 북, 장구, 꽹과리 등의 전통악기를 하나님이 주인이신 교회 안에서 절대로 연주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풍물패의 공연은 직전에 무산되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예배를 준비하면서 찬양단이 복음성가를 부르는데 기타를 사용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탬버린이나 드럼 등 타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과연 교회 안에서 그럼을 치는 것이 은혜로운지 아닌지가 시빗거리가 되면서 한동안 드럼 반입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안에서 드럼은 물론이고 신디사이저 등 첨단 악기들이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물론 현재는 아무 문제가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레이디가가가 한국 개신교회가 우려하듯이 그처럼 악마적인 가수라면 왜 세계는 그의 공연과 음악에 열광할까? 세계는 전부 악마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일까? 세계가 이미 레이디가가에 의해 악마화 되었기 때문에 한국만이라도 악마화를 거부하기 위한 것일까? 이런 논리에 대해 사람들은 아마도 코웃음을 칠 것이다. 아무리 그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한 개인이 세계를 악마화 시킬 만큼 그 문화 권력이 방대할까? 세계인, 인류는 한 가수에 의해 악마화 될 정도로 무지하고 어리석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보지만 그 어느 것에도 그렇다고 답변하기가 민망하다. 왜냐하면 한국 개신교회는 어떨지 몰라도 인류의 수준은 스스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정도의 자율적 의지를 갖고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는 레이디가가가 한국에서 공연을 할 경우 자살률이 높아지고 동성애자가 늘어날 것이며 살인충동이 높아지고 성문화가 타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를 그가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에서 찾는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은 레이디가가가 한국에서 공연하기 이전인 지금도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혹시 그렇지 않아도 높은 자살률을 레이디가가가 더 높게 만들까봐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넘쳐나는 음란물이나 기성세대의 룸사롱 문화, 접대문화 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 같은 것은 나 몰라라 하고 모든 책임을 다 레이디가가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불공정하다. 한국개신교는 레이디가가라는 국제적인 음악가와 그의 공연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왜곡된 한국사회의 현상을 먼저 지적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뜬금없이 레이디가가 악마화라니! 세계가 한국을 보면서 의아해하면서도 비웃을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교회에서 젊은 세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젊은 세대는 소위 미디어 세대이고 문화적인 현상에 깊이 노출된 세대이다. 컬러텔리비전을 보면서 자라났고 그 컬러텔리비전 안에서 환상적인 사운드에 맞춰 현란하게 춤추며 흔드는 가수들을 보며 자라온 세대이다. 그뿐인가 드라마 연속극에서도 남여 배우가 자연스럽게 입맞추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도 익숙하다. 그럼에도 세속적 문화현상을 교회 안에 수용하여 선교적 틀과 예전적 형식으로 받아들인 몇몇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이러한 대중문화를 저급한 것으로 치부하고 거부하였으니 젊은 세대에게 있어 교회는 비상식적 집단이자 고루하고 진부한 세대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젊은 세대가 교회에 발을 붙이기 어려운 조건이지 않은가!
지금 개신교회가 벌이는 레이디가가 공연 반대운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까? 동조하고 동의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니면 개신교회의 반대에 기가 차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을까? 만약 냉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 이 사회는 악마화된 사회인가? 세상의 한 가운데로 오셔서 성육신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는 필연적으로 세속화(세속주의화와는 다른)를 내포하고 있다. 세속화라는 것은 당대의 정황(컨텍스트)를 반영하고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세상을 적대시하고 세속의 문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신앙의 목표를 삼는 것은 어찌 보면(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율배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요청하는 운동은 어떨까? 몇몇 사회적 가치관에 반하는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신사적으로 재고를 요청한다거나 완화를 요청할 수도 있는 문제다. 아무튼 개신교회가 문화를 이해하는 코드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공연 한 번 막는다고 해서 레이디가가를 막을 수는 없다. 열린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교회를 더욱 게토화 시키는 불행한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32 |
 |
|
|
|
|
|
|
|
| 물끄러미
(58.239.64.245) |
 |
|
|
| 레이디가가의 공연직후 생긴 망극한 일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 박원순서울시장이 서울시 전역과 버스광고에 내건 동성애반대금지법홍보는 레이디가가의 공연직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래도 레이디가가의 영향이 대한민국에 없다고 하실겁니까? 당신의 자녀가 갑자기 커밍아웃을 했다고 하는거나 다를바가 없는겁니다. 자식들의 뜻이니 존중해줘야할까요? 아닌건 아닌겁니다. |
|
|
리플달기 ▼
|
|
|
|
|
|
|
|
|
|
|
|
| 방현섭
(121.160.87.21) |
|
|
|
| 저의 자녀가 커밍아웃을 했다? |
저는 아들만 둘입니다. 동성애반대금지법 홍보와 레이디가가 공연과 그런 관계가 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동성애반대금지법 때문에 제 자녀가 동성연애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레이디가가가 동성애를 부추기는 공연을 했다고 치죠. 그런데 제 아들이 그 공연을 보고서 성적 취향과 관계 없이 '동성애도 해볼만한데 나도 이참에 동성애자가 될가' 하고 생각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제 아들이 내면적으로 동성애적인 성향이 있다고 치죠. 제 아들이 사회적 눈초리 때문에 평생 죄인처럼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기고 음지로 떠돌면서 살아야 합니까? 제 아들이 동성애자고 저는 목사니까 끌어다가 돌로 쳐 죽일까요? 물끄러미 님의 자녀가 동성애자라면 어떻게 하실지 궁금하네요.
두 가지 사항이 어덯게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붙인 느낌이 들어서 댓글 달아봅니다. |
|
|
리플달기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