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탕하나의 행복
(2012년 2월 13일 금요일)

아무리 경제적으로 살기가 힘들어도 부부가 사랑하며
서로 아껴주며 살 수 있다면 불행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선교지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은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주렁주렁 나아 조석으로 끼닛거리가 걱정일지언정
부모와 자녀가 행복하게 어울려 사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게 살지언정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가난이란 개념을 모르고
있는 대로 만족하며 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자녀를 출세시키기 위하여 구태여 애쓸 필요가 없으니
교육 때문에 부모나 자녀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습니다.
새 집을 장만하기 위하여 돈 마련하느라 애쓸 필요도 없고
직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치를 수고도 필요 없으며
그저 일용할 양식만 있으면 족한 줄로 알고
하루 종일 여유롭고 한가롭게 한 가족이 함께 생활하며
평화를 이루며 사는 그들의 일상은
잠시 휴가를 맞이하여 관광지에 온 사람들과도 같습니다.

한 가족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마을 마을마다
그곳엔 은은한 평화가 있고
여유가 있으며 용서와 사랑이 있습니다.
잔잔한 행복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든지 우리 인생을 괴롭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질병에 걸리거나 아니면 사고로 인하여
가족의 일부를 잃는 경우입니다.

우리가 아플나야 마을을 방문하던 날
그녀는 옷을 멋스럽게 입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이제 겨우 네 달 된 아기를 안고
땀을 흘리며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생기발랄하게 우리를 맞이하며 마을을 향해 함께 걸어오던
젊은 아기엄마가 스무 살 나이에 벌써 남편을 잃었다는 사실을
하루가 지나고야 알고서부터 그녀만 보면 자꾸 마음이 안됐습니다.
환자를 돌보든가 마을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도
그 젊은 아기엄마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일이 없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과부라고 호칭하기엔 너무 어린 아기엄마는
그녀의 친정부모 꾸버 바로 뒤에 있는 오빠네 꾸버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혼자 아기를 키우며 삽니다.
조금이나마 도와줄 구실을 만들기 위해
장로님과 함께 그녀의 꾸버에서 오늘 밤을 지내기로 결정합니다.
다른 분들은 각자 다른 집에 묵을 처소를 정하였습니다.

아열대 지방은 밤에 자주 비가 옵니다.
그날 밤도 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나뭇잎으로 덮은 꾸버의 지붕에서 비가 새어 방으로 떨어집니다.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입고
뚝뚝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다시 잠을 청합니다.
건너 방에 자는 아기와 엄마는 뒤척도 하지 않고 그냥 잘 잡니다.
그 정도 비는 그냥 맞고 자는 것이 이들의 습관입니다.

비가 그치고 한 밤중 쯤 되어
다른 집에 잠자리를 정하였던 선교사님이 갑자기 찾아오십니다.
잠을 자다 어지럽고 숨이 차서 죽겠다고 찾아 오셨습니다.
생전 아파도 말을 잘 안 하시는 분이
한 밤중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찾아 오셨을까!
안심을 시켜드리고 응급조치를 해 드립니다.
한 20분 지나니 이제 괜찮다며 숨을 편안하게 쉬십니다.

한 밤중에 소나기가 내려 천정에서 비가 떨어지고
침을 놔 주느라고 불을 켜고 소란을 피워도
아기와 엄마는 인기척도 안하고 잠을 잘 잡니다.
얼마나 피곤하면 저렇게 곤하게 잘까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을 큰집으로 식사하러 가기 전
아기엄마의 손에 슬쩍 지폐 한 장을 지켜 줍니다.
좀 더 많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혹시 손님을 대접한 순수한 마음이 변하지나 않을까
한참 마음속으로 재다가 적당한 만큼만 줍니다.
거저 주는 것도 아니고 팁도 아니고 정당한 숙박료입니다.
아기 엄마가 고마운 듯 받더니
요긴하게 쓰려는 듯 자기 지갑을 열고 잘 보관합니다.
조금이나마 보태주고 나니 맘이 한결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