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부활절 아침까지도 기독교 안에 드리운 는개는 걷히질 않을 것 같아 마음 아프다. ‘한기총’이 쪼개지고 급기야 ‘한교연’이란 단체가 그 깃발을 높이 올렸다. 결국 부활절 예배는 따로 드리나 보다. 그렇게 한국 기독교계는 이분오열 되고, 주님은 가슴을 쓸어내리시면서 2012년 부활절 아침을 맞으신다.

최승호 시인의 <때밀이수건>이란 시가 얼핏 머리를 스친다.

“살이 얼마나 질긴지/ 때밀이수건이 먼저 구멍이 났다/ 무명은 또 얼마나 질긴지/ 돌비누 같은 경(經)으로 문질러도/ 무명에 거품 일지 않는다./ 주일이면/ 꿍쳐둔 속옷 같은 죄들을 안고/ 멋진 옷차림으로 간편한 세탁기 같은 교회에/ 속죄하러 몰려가는 양들./ 세탁비를 받으라, 성직자여/ 때 밀어달라고 밀려드는 게으른 양떼에게/ 말하라, 너희 때를 이젠 너희가 씻고/ 속옷도 좀 손수 빨아 입으라고./ 제 몸 씻을 새 없는 성자들이 불쌍하다./ 그들의 때 묻은 성의는 누가 빠는지.”

왜 이 시의 탄식이 가슴 속, 아니 뼛속까지 스며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오금이 다 저린다. ‘간편한 세탁기 같은 교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여 정신 차리자. 교인들이여 정신 차리자. 그렇게 정신 줄 놓고 살다간 부활하신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토악질을 하실지 모른다.

교회에서 만나는 성도들은 너나없이 성자들인데, 왜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나는 교인은 일반인과 다른 냄새가 안 날까? 아니 그냥 다르지만 않아도 이리 욕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데 아주 골치 아프게 다르니까 사회의 지탄꺼리가 된다.

이런 상황의 한국교회에 주님께서 오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나 바리새인들에게 던졌던 메시지들 가지고는 안 될 듯싶다. 더욱 강력한 메시지가 아니면 안 될 것만 같다. 하나님이 안 계시는 교회에, 예수님이 견딜 수 없는 교회에 그저 웬만한 외침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

부활절 아침에 암울한 얘기를 해, 성도들이여 미안하다. 그러나 이게 우리의 현실인 걸 어쩌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듣기 싫어도, 아무리 싫어도, 세상이 손가락질하며 말하는 말들에 귀 기울이자.

‘엄이도종(掩耳盜鐘)’이란 말이 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높은 벼슬을 지내는 관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모함으로 가세가 기울자 하인들이 하나둘 도망쳤다. 집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귀중한 종(鐘)이 있었다.

도둑이 종을 훔치러 갔다. 종이 너무 무거워 혼자서 들 수 없자 종을 몇 개로 조각내서 지고 가기로 했다. 쇠망치로 종을 때리자 아주 큰 소리가 났다. 그때 도둑은 집안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을까 봐 얼른 두 손으로 자기 귀를 막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고 하는 말만 같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의 마음으로 들어가 귀를 활짝 열고 세상의 비판을 듣자. 그리고 고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