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3월 29일 열린 공판에서 저작권법을 위반한 법인찬송가공회(이사장 이광선·서정배) 전·현직 대표 이광선·황승기 목사와 성서원·생명의말씀사·아가페출판사 대표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관련 기사 : 검찰, 찬송가공회 대표에 징역 구형) 법인찬송가공회 전 총무인 김상권·김우신 장로는 1500만 원, 성서원·생명의말씀사·아가페출판사·두란노는 1000만 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두란노 대표 하용조 목사는 세상을 떠나 재판에서 제외됐다. 피고인들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사건은 2007년 시작됐다. 당시 법인찬송가공회는 대한기독교서회(서회·사장 정지강), 예장출판사(예장·사장 하태초)와의 계약과 별도로 성서원·생명의말씀사·아가페출판사·두란노와 찬송가 출판 계약을 맺었다. 찬송가 발행은 그때까지 서회와 예장이 독점해 왔다. 이중 계약을 알게 된 서회와 예장은 4개 출판사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찬송가를 만드는 것을 인정해 주었다. 대신 계약이 만료되는 2008년 4월 1일부터는 서회와 예장만이 찬송가를 만들고, 4개 출판사는 서회와 예장으로부터 반제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 후에도 법인찬송가공회는 4개 출판사에 반제품을 제공했고, 4개 출판사는 찬송가를 찍었다. 이에 서회, 예장은 2008년 12월 법인찬송가공회와 4개 출판사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저작권 관련 형사 소송에서 10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4개 출판사가 <21세기 찬송가>를 출간하면 서회와 예장의 출판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찬송가를 찍었다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선 인세 후 출판' 관행을 들어 반박했다. 선 인세 후 출판이란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출판 계획서를 제출하고 인세를 내면 출판을 허락하는 일을 의미한다. 변명은 오히려 독이 됐다. 법원은 "출판권 침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종 업계 관행을 악용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징역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초범이고 대부분 목회자인 점을 참작해 벌금형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 문제를 다투는 형사 재판에서 징역형은 주로 상습범에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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