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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관련 뉴스를 TV로 대할 때면 자주 등장하는 김정은의 모습이 묘한 감상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의 조언을 받은 것이겠지만, 아마도 연출효과를 위해, 아버지인 김정일의 스타일을 본 따 인민복을 입고 있는 모습부터 낯설게만 느껴진다.
한창 패션을 생각하고 멋도 부려보고 싶을 나이에 개성도 없는 인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여간 어색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온통 아버지나 할아버지뻘 되는 노인네들에게 둘러싸여 박수를 치고 있는 부조화의 장면을 볼 때면 한숨이 다 나온다.
하지만 이 한숨은 김정은 때문이기보다는 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러대는 소위 북한 지도층들을 보며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장면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확인한다.
통치 권력에 충성을 바쳐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혹은 누리고 있는 특혜를 유지할 수 있기에 그야말로 막내아들이나 손자뻘 되는 젊은이 앞에서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러대는 그들의 모습에 연민마저 느끼게 된다.
깨어있는 자의 역할, 지식인의 사명, 노블레스 오블리주..... 북쪽을 떠올리면 필자는 이런 말들에 새삼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깨어있다는 자들의 기회주의, 지식인의 비겁함, 특권층의 이기심을 보면서 저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신음하는 사람들 저 북한의 농촌에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 그리고 중국을 동남아를 떠돌며 인권을 유린당하는 탈북자들을 생각하며 같은 인간이라는 것에 참담한 절망을 느낀다.
생각해볼수록 우리민족은 참으로 극단적인 성향을 가졌다. 해방 후 수 십 년 동안 한반도 남쪽은 민주주의의 모양만 딴 극우정권이 국민들을 억압하였고, 북쪽에서는 공산주의를 변형시킨 극좌정권이 국민들을 못살게 굴었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라는 외침이 우리의 민족성과 역사에도 그대로 반영이 된 것 같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의 영향을 받은 남한은 오늘날 복지국가의 모습을 그런대로 갖추어나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면 실패의 역사로 막을 내려버린 공산주의의 실험장이 되었던 북한은 급기야 역사를 거슬러 ‘세습왕조’의 길로 막나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고백을 하자면 필자도 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구호에 매료되었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만 몰아내면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 믿었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민족에 앞 설 수는 없다. 통일만이 살 길이다’라는 구호에 동조해 거리로 달려 나갔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비로소 깨달았다. 필자가 고무되었던 ‘민족이 우선’이라는 신념은 허구였다. 오늘의 북한 땅이 그것을 증명한다. 민족이 우선이 아니라 쌀이 우선이요 인권이 우선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쌀을 주고 인권을 지켜주는 정부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필자는 그 어떤 제도며 사상도 초월하는 기독교 정신이야말로 이 세상을 아름다운 인간 공동체의 현장으로 만드는 방안이라 믿는다. 인간의 삶의 이유와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메시지에 모두 담겨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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