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며칠 전에 평소에 가족처럼 지냈던
한 벗이 내 곁을 떠났다.   
"태어나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죽는 데는 순서가 없다 ."는
짧막한 메모를 내 가슴속에 남겨두고...,
 
그렇다. 죽음에는 순서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런 예고 없이 한밤중의 도둑처럼 들이닥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인생은 분명히 길다.
다만, 우리들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짧을 뿐이다.
 
그녀는 서양화가였다. 평생을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예술가처럼 살다 가신 분이다.
고별예배를 집전하신 목사님은 그녀의 삶을
이렇게 회고했다.
 
"예술가들은 예언자들입니다.  
예언이란 미래를 미리 밝히고 점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삶속에서 범인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고, 소리로 옮기는 것이 예언이고
예술입니다."
 
그러니 그녀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했겠는가?
남들이 감히 밟지 않으려는 가시밭길을 홀로 걸으며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겠는가?  
 
10여 개의 화환들 옆, 책상 위에 그녀의 유품들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빛바랜 옛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들 뒤에 숨겨있는 그녀 삶의 풍경,
소리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그녀는 인간 누구나처럼 화사한
한 송이 꽃으로 이 세상에 피어났었다.
함박웃음을 띈 유아시절에서부터 시작해서,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 소녀시절, 꿈으로 부풀어 있는 틴에이저 시절,
고뇌로 일그러진 대학시절, 사랑의 광채로 행복한 신혼시절......,

그러면서 세월이 그녀의 얼굴에 주름살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심각하고 어두운 그림자로 늙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어찌 그녀의 삶뿐이겠는가.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본시 그런 것인 것을......,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이 땅에 남기고 갔을까? 행여 남기지 못했었다면
무슨 말을 가슴에 품고 갔을까?
 
인생수업의 작가 엘리자베스 퀴불러 로스  처럼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하고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 

종착역 본향에 이르기까지

 삶은 후회의 쳇바퀴속에서 가는 나그네길 이기에  후회도 삶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