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라오스를 두 번째로 답사하게 되었다.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인터넷신문 새마갈노(www.eswn.kr)에서 마음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가평생태순환마을 만들기에 동참한 최상회님도 이번 답사에 함께 했다. 나의 답사는 계획이 없다. 최대한 나의 생각을 전하고는 현지 사정에 맞추어 따를 뿐이다.

▲ 메콩강 개발사업은 한국기업,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비엔티엔) 메콩강변

▲ 라오스수도 위앙짠(비엔티엔)에서 버어난 위앙짠(비엔티엔)주 길가에서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되 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경비를 위해 육체적 정신적 힘든 교통과 숙박을 택하고, 현지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지역의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며 지역경제의 선순환까지 고려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답사다. 무엇보다도 이런 답사에 처음으로 동행한 지인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우선 라오스하면 떠올랐던 것이 공장하나 없는 때 묻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자연순환농업으로 농작물을 키우기에 적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라오스 소수민족 중에서도 오지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몽족들의 삶을 체험해보려는 마음에서다.

▲ 라오스에서의 시장보기, 환전은 1$=8500깁(Kip)

▲ 라오스의 음식은 대부분 찹쌀밥이나 국수종류, 항상 야채(향신료 바질)가 나온다

▲ 숲 속에서 잡초같이 자라고 있는 라오스 무궁화

누구는 "많은 소수민족 중 왜 몽족이냐!"며, "몽족을 자꾸 우리민족과 연관지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라오스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부족이 수도인 위앙짠(비엔티엔) 인근에도 많다"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몽족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은 지울 수가 없었다.

몇 해 전 중국 윈난성과 구이저우성을 방문했을 때 산속에서 자급자족한다는 묘족 등의 소수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윈난성 대리의 주민 중에는 한국 여행객을 만나면 고구려에서 당나라로 끌려온 유민의 후손이란 이야기도 한단다. 최근 김인희가 쓴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 그 많던 망국의 유민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도 중국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묘족만이 한국과 같은 ‘쌀’ ‘벼’라는 단어를 쓴다고 적었다.

▲ 남만 몽족마을에서 만난 여자아이

고구려가 멸망한 668년 감숙성 조양과 사천성 래주에 집결한 고구려 지배층이(30만 명쯤 가족이 집단이주) 중국의 전역으로 흩어졌지만 한족과 동화되지 않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오면서 서쪽 윈난성 대리(따리)에 독립국가를 세운듯 하다. 이곳은 남조국 통해절도사 단사평(段思平)의 시조를 둔 얼하이 서쪽 연안 백만계부족(白蠻系部族)출신으로 왕족인 단씨(段氏)가 남송이 멸망하기 전 500여 년간 남방실크로드와 차마고도의 교차점이기도 한 윈난을 정치와 경제 중심지로 키웠다.

역사연구가 이병화님은 “과거 원나라가 남송을 정벌하기 전 윈난의 대리(남송과 관계를 맺은 독립국가)를 점령하지 않고서는 남송을 제압할 수가 없다고 생각, 원나라가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1279년 전쟁을 일으켜 이들을 동남서북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에 흩어져서 어렵게 살아가는 소수민족이 몽족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생활방식을 지금껏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 라오스 위앙짠(비엔티엔)수도의 한 사원풍경

여행 중 알게 된 사실(fact)은 왕위엔(방비엥) 나통마을을 방문했을 때 몽족 할아버지께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대뜸 밝은 웃음을 지으며 던진 말씀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우리 몽족과 한국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친구다. 또한 중국 사람과도 아주 가까운 친구다.”라고 하면서 속좁은 세계관을 '펑'하고 터트려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증거로 그분은 알수 없는 문장을 적어 주고는 떠났다.

각설하고 이번답사 중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지난해 왕위엔(방비엥) 나통마을 분따 이장이 부탁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용품 전달이다. 특별히 학용품외에 루앙파방 쓰레기장 옆 락빽마을에 전달할 헌 옷가지들과 의약품 몇가지를 준비했다. 

▲ 라오스에서 물받아 먹기, 신선한 샘물을 먹는 지혜

▲ 라오스 수도를 벗어난 한적한 교외 거리의 풍경

▲ 라오스의 교통수단은 자전거, 한 무리의 스님들이 거리를 지나는 풍경

우리나라의 어느 중소도시를 보는 듯 한적하고 여유로운 위앙짠(비엔티엔) 거리를 생각했는데 출근을 하는 아침나절은 정체가 유독 심하다. 교통사정뿐 아니라 도시주변의 개발속도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스타렉스를 타고 교외로 빠져 나가면서 라오스 사람들에 대한 순수성에 대하여 물으니 욕심들이 생겨서인지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농촌이나 산골오지는 그래도 순수한 면이 있는 반면에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수많은 외국인과 그로인한 문물로 인하여 서서히 그 원형이 변화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루를 정해 한국에서 라오스로 정착하기 위한 귀농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 라오스 남늠댐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본 풍경

도시에서 3~4시간 거리에 있는 푸른 들판과 멀리 울창한 숲이 감싼 신작로를 달리던 차량을 길가에 세워두고는 마중나온 화물차로 바꾸어 탔다. 길이 파이고, 밀림으로 덮여진 숲을 헤치면서 곡예하듯 구릉지를 통과 화물차가 도착한 곳은 한국인의 프론티어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는 오신식님의 12만평되는 땅이다. 

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커다란 농장에 일거리가 없는 원주민들을 고용하여 정리하고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라오스의 오지 땅에는 오신식님이 직접지은 원두막이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염소 50마리를 풀어놓는 날, 염소들을 잊어버릴까봐 조바심을 내던 때(낮에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던 염소들이 저녁이 되니 집으로 돌아왔다)를 회상하면서 너털 웃음을 던졌다. 

▲ 라오스에서 목축을 꿈꾸는 한국인의 귀농터 '숲과 호수' 전경

▲ 라오스의 울창한 산림을 개척하여 아름다운 목장을 꿈꾸는 오신식

▲ 라오스로 귀농한 의지의 오신식(좌)님과 최상회(우)님이 오두막 앞에서

이곳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1년이든 2년이든 기간에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진입로 공사 등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좋은 오두막에서 잠시 쉼을 가지면서 아직은 외국인에게 땅을 사고팔 수 없게 되어 현지인을 앞세워 땅을 구입했다는 사연으로부터 한국에서의 유통업과는 전혀 다른 목축사업을 시작하게 된 사연까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라오스에서 목축과 농업을 통해 좀 느리게 살고자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의 땅 2만평을 실험해 보라는 뜻에서 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뿐이랴!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이 해외봉사로 이곳 농장을 방문한다면 환영한다고 했다. 일단 라오스 관광이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체험의 시간을 가져볼 요량이라면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꿈을 키워보기 바란다.

▲ 라오스 오신식님, 한류의 근본인 개척정신을 발휘해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소서

▲ 오신식(좌)님과 오춘규(우)님이 12만평의 너른 산림 속에 자리한 호수를 바라봄

▲ 라오스에서 12만평의 산림을 구입하니 호수가 딸려왔다?

너른 귀농 터 중간에는 연못이 있어 여유롭고 풍족해 보였다. 한쪽에선 물소 등이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과 현지인들이 우물을 파면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등이 평화롭게 보였다. 주말이면 멀리있는 원주민들이 이곳으로 커다란 고기를 잡으러온다니...

긴긴 산길을 돌아 나오면서 중국 사람들과 일본사람, 프랑스사람들이 심어 놓았다는 고무나무 숲에 대한 사연을 들었다. 새벽부터 이루어지는 고무원료 생산작업에 현지인들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같이 돈 욕심으로 일(몸을 혹사하지 않음)을 크게 벌이지 않는 삶으로인하여 고무나무의 활용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회가 되면 생산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 보아야겠다.

▲ 라오스에서 만난 야생화

▲ 남만 몽족마을에서 만난 빨래하는 소녀

▲ 남만 몽족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표정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남만으로 위앙짠(비엔티엔) 광역주에 속해있는 지역으로 수도 위앙짠(비엔티엔)과는 구별된다. 남만은 수력발전소와 산 정상에 몽족마을 있는데 마을입구에 하늘정원이라고도 하고 파라다이스라고도 하는 마을 이정표가 있어 무슨 뜻인가 의아했다.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는 대규모호수 안에 수많은 섬이 있어 리조트와 감옥, 카지노까지 있는 남늠댐이 관광지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척에 있다는 수력발전소를 찾아 길을 접어들었다. 초입에 있는 초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간단한 허가증을 받아 산중턱에 오르니 수력발전소가 나오고, 한참을 더 오르니 정상에 대규모 에메랄드빛 담수호가 멋지게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남만 몽족마을로 향하던 중 산 정상에서 만난 풍경(1)

▲ 남만 몽족마을로 향하던 중 산 정상에서 만난 풍경(2)

이곳을 지나 깊숙이 들어가면 끝도 없는 산과 들이 펼쳐지는데 곳곳에 몽족마을이 나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들어온다. 이런 오지에 학교와 보건소 그리고 교회까지 없는 것이 없다. 며칠 묵으면서 몽족들의 삶을 천천히 살펴보면 좋으련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드라이브를 마치고는 되돌아 나왔다. 

우리의 수도권(경기도)에 해당하는 주도 폰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Sengxai에 한국의 젊은 부부가 창업하고 있는 직업학교가 있다고하여 찾아가 보았다. 라오스정부로부터 정식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이들은 곧장 숲으로 둘러쌓인 5,000평의 부지를 구입하고, 정성들여 학교를 만든 것이다.

▲ 강변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아이들이 멀리서 포즈를 취해줬다!

▲ 남만 몽족마을에서 만난 남학생들

30대의 젊은 부부가 라오스에서 학교를 운영하면서 선교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모습을 대하니 한류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 조씨는 신학교와 영어강사를 거쳤고, 아내 정씨는 교사를 하다가 남편의 라오스선교에 뜻을 보태준 것 같다. 사택과 마주한 직업교육(컴퓨터 등)시설과 예쁘게 단장한 어린이 영어교실이 앞으로 지역을 변화시키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를 기도한다.

위앙짠(비엔티엔)수도로 부터 이곳 주도까지 들러볼 것은 맑은 계곡물이 있어 물놀이하기에 좋은 '땃문'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 부교식으로 된 식당과 보트탈 수 있는 '탕온' 그리고 남늠댐으로 가는 길목 '쏭썸'은 원두막식 식당과 카페가 호수를 배경으로 어유러져 있어 분위기가 좋은 곳이란다.

▲ Sengxai English Park Kids English Com-Center에서

해질무렵 숙소로 되돌아 가는 길가에서 김용기 장로님의 뜻을 이어받아 세운 ‘가나안농군학교’가 보였다. 이곳 가나안농군학교는 여러해 동안 직업학교를 열어 지역사회와 함께 알차게 운영해오다가 최근 학교에 문제가 발생하여 안타깝게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지금은 라오스 농민들의 수입을 올리기 위한 양돈과 양계시범농장 그리고 분양을 위한 분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 낫쿠아이 직업학교 운동장에 핀 야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