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교회에서 율법에 대한 오해의 문제는 심각하다. 언약과 언약 안에서의 율법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율법에 대해 성경적으로 이해하면 교회를 교회답게 세우고 신자가 신자다워지는 데에 유익하다. 내용이 많기에 한번에 올리기는 어려워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올린다.

십일조에 대한 논쟁에서 율법에 대한 척박한 이해를 매번 확인하게 된다. 율법폐기론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되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 글은 그 부분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바로잡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 주제는 ‘율법이냐 은혜냐’(엠 알 디한, 이용화 역, 생명의 말씀사, 2003)의 내용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살피도록 한다. 이 책은 율법이 오늘날 교회에게 전혀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잘 밝히고 있다. 반면에 율법에 대하여 오늘날 교회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는 이 말이 모순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약에 대한 몰이해

이 책의 내용이 나타내는 오류의 가장 근원적인 토대는 언약에 대한 몰이해이다. 이는 율법이 주어지는 배경에 대한 설명에 아주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집트에서 나오게 하신 이스라엘과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으신다. 이를 시내산 언약 또는 모세 언약이라고 한다. 모세는 십계명을 포함한 계명 곧 하나님의 말씀을 시내산에서 받아오기 전에 백성의 장로들을 불러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명하신 모든 말씀을 이야기한다(출 19:7). 백성은 일제히 응답하여 “야웨의 명하신 대로 우리가 다 행하리라”고 대답한다. 모세는 그 사실을 야웨께 말씀드린다(출 19:8).

이에 대하여 저자는 “하나님께서는 “너희가 전혀 그것을 준행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아주 완전한 율법을 너희에게 줄 터이니 지킬 수 있을는지 해봐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은혜를 거절하고 그들 자신이 행할 수 있고 지킬 수 있다고 하자마자 야웨 하나님의 태도는 달라지셨습니다”라고 평한다(36쪽).

이는 언약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다. 언약이란 그 당대에 아주 일상적인 개념으로서 상호동맹이다. 국가 간에, 어떤 집단 간에, 개인 간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양식이었다. 언약 관계는 언약의 상호 당사자가 그 언약의 내용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할 때에 성립된다. 언약의 조항에 대하여 어느 한쪽이라도 지키지 못하겠다고 하면 언약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모세의 말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응은 그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상호 동맹으로서의 언약의 한 당사자로서 당연한 것이다.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나오게 하시고 이집트 군의 위협 앞에 놓였을 때에 홍해를 건너게 하셨다. 시내산에 이르기까지 크게 은혜를 베푸셨다. 그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놓칠 수가 없어서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언약 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라고 한 것은 은혜 때문이었는데, 저자는 은혜를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언약에 대한 몰이해로 인하여 율법 수여의 배경을 오해하였다. 그것이 율법 이해의 기초로 작용하여 이루어진 연구이기에 잘못된 율법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율법 수여의 배경과 관련하여 출 19장만 보면 안된다. 모세는 그 이후에 하나님께 나아가 율법을 받아서 이스라엘에게 전한다. 하나님께로부터 들은 모든 말씀 곧 율법을 가감 없이 전하고 이스라엘은 한 목소리로 그 모든 말씀을 지키겠다고 대답한다(출 24:3).

만약 19장의 이스라엘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면 하나님에 의해서나 모세에 의해서 그것이 잘못된 태도라고 가르쳐졌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돌이키지 않고 악을 행할 때에는 내버려두시지만 처음에 잘못한 것을 가지고 그 이전의 뜻을 돌이키시지 않으신다. 그리고 하나님께 대한 잘못된 태도가 지속되도록 방치하시지 않으신다. 만약 출 19장의 이스라엘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출 24장에서 그러한 잘못된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하셨을 것이다. 하나님은 자비하시고 인애가 무궁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율법 수여의 배경에 대한 디한의 이해는 하나님을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다.

율법 수여의 배경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성경 전체에 나타난 또 다른 가르침에도 위배된다. 성경은 아비의 신 포도를 먹었다고 자식의 이가 시리게 되지 않는다고 말씀한다. 만약 시내산의 이스라엘이 잘못된 장담(?)을 하여 저자가 말하는 이유로 율법이 수여되었다면 그 다음 세대에는 다시 물어 그들도 동일하게 장담(?)할 때에 율법이 계승되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지난 잘못을 그 다음 세대들이 자동적으로 짊어져야 한다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다. 성경의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결코 그러한 방식으로 역사하지 않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