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의 공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 시험지옥, 주입식과 획일적인 교육이라는 비판에 대한 해결책으로 얼마 전부터 참교육과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대안학교'가 사회적으로 대단한 관심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한글학회가 간행한 『우리말 큰 사전』에서는 대안(代案)을 ‘어떤 안에 대신하는 안’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영어식 표현으로는 "alternative education" 이란말로 다른 어떤 유형의 교육을 대체하는(alternative to)것이다. 허나 엄격하게 말하면 교육에서 기존 교육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새로운 유형의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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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아이
'새라'가 다니는 이곡초등학교 @ 류기석 2006 경기포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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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안'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학교교육과 대비되는 교육, 더 나아가 기존의 학교교육의 문제점들을 개선, 보완하고자 하는 의미에서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안교육을 이해한다면, 지금처럼 대안교육이라는 정의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나 정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해 없이 막연히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교육용어, 교육운동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안교육을 획일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규정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며 또 대안교육의 본래 개념과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요즘 일종의 유행어처럼 우리 교육현장에 대안교육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대안학교나 대안교육이 지금까지의 우리교육의 문제점들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지만 아무튼 새로운 교육적 모델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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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작은 학교의 졸업식
풍경 @ 류기석 2006 경기포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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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교육여건과 환경, 실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보지도 않은 채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놓은 대안교육을 무턱대고 따른다는 것도 위험스러운 일이다. 우리들의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어떠한 실험용 대상이 아니며, 유행에 휩쓸린 교육과정이나 교육방법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전혀 올바른 일이 아니다.
대안교육의 개념 또한 모호하기는 하지만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주입식 통제교육에서 저 마다의 개성과 성품을 키우는 열린 교육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자유롭게 적용시키는 교육이다.
앞으로 무엇이 전통교육이고, 기존교육이며 또 완벽한 대안교육인지, 어느 것이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인가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고 정통적인 가치 속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소망과 용기를 줄 수 교육의 새바람을 대안학교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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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은 아이들의 학교요.
갯벌은 교과서다. @ 류기석 2004 전남순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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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이 포천으로 이사 온 뒤 우연한 기회가 되어 코이노니아를 지향하는 사랑방교회를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구체적인 기독교적 신앙공동체성을 배우고, 지역 사랑방을 통한 영성생활도 체험했다.
더우기 이곳에서 우리아이들은 기존의 일반(교회)유치원과정의 형식적인 배움을 탈피한 사랑방교회의 독특한 방식의 꾸러기학교를 다녔다.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귀찮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를 줄까하는 사랑이 밑 바탕에 깔린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관과 가치관에 마음이 끌렸다.
그 후 큰아이는 1년을 작은 아이는 3년의 과정을 꾸러기학교에서 마치고,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지역의 작은 초등학교에 입학 시켰다. 한반에 한 학급 20명정도하는 포천군 소홀읍의 이곡초등학교가 그곳이다. 의정부시와 인접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전교생이 120명, 대다수 농촌인구들이 도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적어도 농촌은 자연을 통한 아이들의 어린감성을 발산시키고, 오만가지의 느낌들을 보고 듣게 할 수 있는 참 좋은 교육적 환경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의 눈높이에 의해 획일화되고 학교행정이라는 틀 안에 가두어진 죽어있는 작금의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농촌은 교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체험의 즐거움과 경이감을 선사해 주는 장소다. 깨끗한 눈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매일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는 학교다. 길가의 벌레 한 마리, 웅덩이의 개구리 알, 나뭇가지의 거미와 처마 밑 고드름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관찰력을 키워주며, 감상력을 길러준다. 아이들 자신의 손으로 만져보고 마음과 머릿속에 있는 잠재력을 일깨워 흥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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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과 친구하기 @ 류기석
2004 전남순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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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다르다. 길가에 죽어가는 고양이나 해질녘 붉은 노을 보다는 TV나 신문지상에 난 정치나 경제톱뉴스에 온통 정신을 빼앗긴다. 늘 무언가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갖기란 어렵다. 콘크리트 건물과 책상, 유리, 플라스틱, 자동차, 조명등 생명 없는 것들에 둘러쌓여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면서 대도시의 환경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다.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과의 친밀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아이들을 교실 안에서 말로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학기 수업중이라도 아이들을 교실에서 끌어내어 학교나 인근 텃밭에서 자라나는 토마토와 딸기, 고추와 오이를 기르고 수확하는 일, 닭들과 오리를 관찰하는 등 힘든 노동이나 관찰을 영어나 국어 수학과 적절하게 결합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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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학교인 산청의 간디학교
전경 @ 류기석 2004 경남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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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에는 진정한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선생님도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학생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농촌의 작은 학교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아니 어느 선생님이 담임이 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오지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교육하려고 온 분들이 아닌, 대부분 진급의 욕심 때문에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오지학교 때 묻지 않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겪어야 할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또한 어느 교육대학원은 전문과정(상담 등)들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담당하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오로지 점수를 따기 위한 과정으로만 채워진다는데 우리사회의 교육적 모순이 있다.
우리아이들이 다니는 시골 초등학교는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학교 곳곳을 많은 돈을 들여 공사한다. 그것도 기존의 학교가 국립광릉수목원에 인접한 농촌학교적인 특성을 무시한 채 흙과 나무로 지어진 식물원과 연못 등을 갑자기 허물고 시멘트 위주의 시설개선과 도시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골프장 건설, 또 다른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셔서는 학교 곳곳의 자연적인 담을 허물고, 칼라펜스(울타리용 철망)를 두르고는 커다란 교문을 만들었다. 이어 자연스럽지 못한 석축물로 인공정원과 연못을 만들었는데, 이런 교육적 투자가 어린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잣대인지는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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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디학교 입구 풍경 @
류기석 2004 경남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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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까이에 있는 농촌학교는 최소한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재료나 언어로 표현하도록 인근마을의 동식물과 향토문화를 활용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 아이들은 마음 놓고 자기를 표현하며,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뭔가를 창조하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자기에게 상상력과 선택하는 자유가 있음을 느끼고 흐뭇해한다.
교실 밖으로만 나가면 각각의 생김새와 쓰임새, 크기와 색깔이 달라 당장에 호기심을 유발하여 실망감과 자신감을 제공하고, 눈과 코와 입과 손과 발 등을 조화롭게 자극하여 발육을 돕는다. 다시 말해 자연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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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에 살고있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아이들 @ 류기석 2004 경북영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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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매일 탐구하고 실험하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어질러 놓을 기회가 필요하며, 실제로 그러길 좋아한다. 아이들이 잡지나 신문을 구기고 찢거나, 자르고 풀칠하여 붙이기를 할 때, 놀도록 내버려두라. 이것은 자르기, 그리기, 쓰기로 넘어가는 전 단계들로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가르치려고 애쓰지 말라.’ 아이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멀찍이서 도와주라. 그러면 아이가 스스로 창조행위 자체를 통한 엄청난 기쁨을 맛볼 것이다. 모든 만들어 놓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행위의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해주라. 그리고 아이들의 모든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여 격려하고 작품은 귀하게 대한다. 결코 아이들의 작품을 각아 내리거나 비판하지 말라. 자신의 작품이 자기표현 일 뿐만 아니라 열정을 향한 걸음걸음이다. 건설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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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밭을 돌보는 아들 놈 @
류기석 2004 경북영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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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기존의 학교와 연계된 가정과 마을이 함께 배움의 역할을 주고받는 학교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교회학교와 가정학교가 적절히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일주일에 4일은 학교에서 2일은 가정과 마을에서 1일은 교회학교에서 자유롭게 체험과 여행을 떠나는 그런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학교다. 즉, 참교육을 위한 또 다른 시도를 학교와 가정 그리고 마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평소 우리아이들의 일과는 학원공부보다는 자연을 벗 삼아 수련하는 경당검도와 아시는 분에게 무료로 그림공부를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큰 딸아이 졸업식에서 과외를 하는 다른 아이들 보다 모든 면에서 골고루 앞서 상장을 5개나 받았다. 특별히 만화 그리는 것에 열성적인 딸아이는 올해 사랑방교회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중 고등학교 통합6년 과정)인 멋쟁이학교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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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도 멋쟁이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 류기석 2006 사랑방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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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놈은 학교가 집하고 거리(10키로)가 만만치 않아, 5학년이 되면서 가까이에 있는 광릉내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켜주려 해도 전교생이 매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졸업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느라 한 식구같은 정이 들어서인지 그냥 시골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끝으로 교육은 철학이 있는 부모님과 이웃 분들이 지역적으로 연합해 기존의 학교와 함께 풀어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대안교육을 넘어 진정한 참 교육으로 가기위한 용기와 선택이 진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