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교회는 개척한지 13년이 됐습니다. 저는 사실 계획적인 편이 아닙니다. 자유로움과 기동성 있는 목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에게 교회 분위기는 가족과 같은 따스함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그 시절 다니던 교회는 성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목회 방향을 이성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기운으로 깊숙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교회를 감성적으로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평교회 교인들 중 절반 정도는 지역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입니다. 활동가들이 교회를 다시 찾아온 이유는 어렸을 때 다녔던 교회에 대한 포근한 정서 때문입니다. 고향집 가듯이 교회를 다시 찾았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따듯함이라는 정서가 공동체를 엮는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평교회는 처음부터 기성교회 방식을 쫓아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민중교회와 같은 다른 방식의 목회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기성교회에 다녔던 경험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양심에 비추어 기존의 방식으로 더 이상 목회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여섯 명의 교인으로 지평교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교인 모두 친인척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먼저 뿌리를 박아야 한다는 것으로 답을 내렸습니다.

상가건물에 전세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주중에 비어 있는 교회 공간을 활용해 공부방을 시작했습니다. 공부방을 하다 보니 점차 지역시민사회와 가까워졌습니다. 목회계획을 세운 적은 없지만, 교회가 나서야 할 시기마다 지평교회는 잘 응답하며 일을 했습니다.

2000년 4월 총선이 시작 됐을 때, 낙선운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시민사회는 종교인들이 함께 일을 해 주길 원합니다. 낙선 운동을 통해 지역사회단체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됐습니다. 전혀 의도하진 않았지만, 교회를 다시 다녀야겠다고 생각한 사회단체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NGO교회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시대 상황에 응답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점차 교인들이 모였습니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졌습니다.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입니다. 부천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 내에 녹색지대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부천 지역 중에 나무숲이 잘 발달된 원미산에 어느 날 놀이동산을 만든다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계획 철회를 위한 농성이 시작됐습니다. 교회는 이 반대운동에 베이스캠프가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부천 지역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역시민사회단체가 지평교회와 함께 환경운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만으로 합의 됐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민사회단체가 운영하기 어려워지면서, 몇 년 후에 결국 우리 교회가 환경교육센터를 맡게 됐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경을 통해 창조 질서 회복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됐습니다.

한국교회 중에서 처음으로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부천 시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지어졌습니다. 환경 보존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녹색교회를 목표로 목회를 해 나갔습니다. 기후변화 시대 속에서 대안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공부방 등에서 환경 교육을 진행합니다. 되살림 교육도 열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햇빛의 날 행사도 하고 있습니다다. 작년에는 탈핵문제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환경교육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교회 교우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교우들과 함께 신앙의 눈으로 환경문제를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차 없는 주일을 지키고, CO2 가계부 쓰기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생명촛불 예배를 드립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형광등도 끄고 앰프도 쓰지 않습니다.

교우들과 녹색의 가치에 대한 더 깊은 교감을 나누는데 중요한 돌파구가 된 것은 바로 텃밭 만들기입니다. 교회 옥상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 옆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가 세워졌을 때는 자주 올라가지 않았는데, 텃밭이 생기니 교인들이 매주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텃밭 만들기를 통해 교인들의 생태적 감수성이 자라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2년 전부터는 인근 농장에서 좀 더 큰 규모로 텃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교우들 중 한 분이 농장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교회의 김장 야채를 그 농장에서 다 기르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 예배는 모든 교인들이 농장에 직접 가서 드립니다.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녹색의 가치와 삶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평교회는 교인 수가 약 70명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자유롭고 기동성이 있습니다. 성탄 예배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있는 현장에 가서 드립니다. 특히 2006년에 교인들과 함께 금강산 기행을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막 선언 한 시기였습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런 시국에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교인이 금강산을 함께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하는데 2주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각자의 형편에 맞춰 비용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결국 사정이 생긴 두 가정만 제외하고 67명의 교인 모두가 금강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하고 나니 거침이 없어졌습니다.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마음을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재정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좋은 교회를 찾는 교인들이 오긴 하지만, 반면에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이 오히려 적습니다. 열정도 많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놓고 계속 씨름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부터 신문배달을 합니다. 일주일 가운데 한나절 동안 주간지를 배포하는 일입니다. 이 일로 OOO원을 받습니다. 제가 하는 지역시민사회 단체 후원금이 OOO원 정도 됩니다. 교회 사례비로 후원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좀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인들 몰래 신문배달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소문이 났습니다. 그런데 교인들이 오히려 이 일을 알고 좋아했습니다. 저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교회에서 잠시 만나는 사이가 아닌, 서로의 삶을 알아가는 만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인들 서로가 사심 없이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정 넘치는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리 : 황민혁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