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아담의 타락을 미리 정하지 않으셨지만 그분은 그 일을 미리 아셨다. 하나님의 예지이다. 사람과의 교제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은 그분의 형상을 상실한 채 영원한 죽음을 맞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서 이 땅에서 인간적인 욕심을 추구하며 살다가 영원한 멸망당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하나님과 단절된 관계 가운데 그분을 떠난 채로 사는 것을 불쌍히 여기셨다.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이 땅에 하늘을 아로새기고자 하시는 그 선하신 뜻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하늘의 생명을 누리는 사람들에 대해 계획하셨다. 하나님과 사랑하며 그분의 뜻을 이 땅에서 실현해 갈 사람들을 미리 정하셨다. 그분의 기쁘신 뜻을 따라 어떤 사람들을 선택하셨다.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서 회복되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선택하셨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향해 가지신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들을 선택하셨다. 주권적인 선택이다.

하나님의 선택은 창세전에 이루어졌다(엡 1:4). ‘창세전’이 시간적인 의미이면 천지 창조 이전에 선택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인류 역사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과정 모두를 미리 아시는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이다. ‘창세전’이 시간의 초월을 뜻하면 시간적으로 창조 이전이 아닐 수 있다. ‘창세전’이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은 우주 창조와 함께 존재하게 되었다. 영원이다.

 영원은 단순히 시간과의 대비가 아니다. 하나님은 영원하신 분이신데, 이는 시간과의 대비라고 볼 수 없다. 시간을 초월하시는 분이시라는 의미이다. 그분에게 있어서 시간적인 과거, 현재, 미래란 없다. 사람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지만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시는 그분에게는 항상 현재이다. 창세전 선택이란 시간을 초월하는 하나님에 의해 행해진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사람 편에서는 시간적으로 창조 이전에 선택되었다고 이야기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담의 범죄로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가 파괴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상실한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선택이다. 자신들의 허물과 죄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하나님과 단절된 관계에서 영원한 죽음을 맞아야 할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이다.

선택의 시점은 당사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분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이전이다. ‘창세전’이 시간적인 의미이든지 시간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든지 회복 이전에 행해진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런데 선택이 당사자에게 알려지는 시점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후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 관계가 회복된 이후에 듣게 되는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 이전에는 당사자가 알지도 못하고 들은 적도 없다.

선택은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어떻게 그 일이 내게 가능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선택하셨기에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 허물과 죄로 죽었고 하나님의 형상이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예외가 없다. 한 사람의 의인도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그 관계가 회복된다. 그 역사는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주권적으로 창세전에 선택하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