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말씀

예수님은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마 7:18)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좋은 나무나 못된 나무는 사람을 가리키기 위해서 사용된 상징적 표현이다. 좋은 나무는 하나님에 의해 다시 태어난 거듭난 사람이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진정으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한 사람이다. 못된 나무는 거듭나지 못한 사람이다.

열매는 그 사람의 삶과 그 결과를 가리킨다. 아름다운 열매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누리는 삶,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영원한 구원을 얻는 것을 담고 있다. 나쁜 열매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누리지 못하는 삶,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하는 것을 담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은 거듭났다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가운데 생활하고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반드시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는 뜻이다. “내가 그들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또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는니라”(요 10:28)도 같은 말씀이다.

바울 사도의 진술

바울 사도는 불의한 자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진술했다(고전 6:9).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언급하였다. 그런데 그에 해당되는 이들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경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11절)고 하였다. 즉 그들이 과거에 거듭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거듭났는데, 그가 언급한 범죄 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과 연관시켜 진술하면 거듭났기에 좋은 나무인데, 나쁜 열매를 맺은 것에 해당된다.

명백한 모순

각각의 진술에 대한 풀이에 잘못은 없다. 문장의 어떤 내용을 의도적으로 곡해하지 않았다. 진술된 내용을 정당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두 진술은 명백하게 모순이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의 풀이에 의하면 모순임이 분명하다.

모순 해소의 여러 방식

첫 번째는 회피하는 것이다. 전자를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후자를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는다. 후자를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가능하면 전자를 언급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앞에 언급한 내용으로 설명한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거듭났다면 반드시 영원한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후자에 대해서는 역시나 앞에 언급한 내용으로 설명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지 않으면 멸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나름대로의 설명 방식을 가지고서 설명하는 것이다. 전자를 따르는 이들은 후자에 대해 이중선택사상으로 설명한다. 선택이 일반적인 경우(민족적 선택)가 있고 그 안에 특별한 경우(개인적 선택)가 있다. 멸망하는 경우는 민족적 선택이 있었지만 개인적 선택과는 무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이 정당한가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은 되는 주장이다. 반면에 후자를 따르는 이들은 전자에 대해서 별도의 설명을 하지 못한다. 멸망한다는 입장에서 절대적인 보호를 기록하고 있는 구절들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니 이중선택사상으로라도 풀이하는 입장이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거기에다가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라는 표현까지 동원되기에 그 힘을 더욱 강력하다. 양쪽을 다함께 공부한 경우에 전자가 옳다고 생각할 여지가 훨씬 크다.

대학생 때에 전국수련회에 참석하였다. 신약 박사인 주 강사님의 설교가 너무 좋았다. 그때에 나는 세 종의 비유(달란트 비유)의 내용으로 고민 중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세 종이 출발점에 있어서 모두 같은데- 주인집의 종, 주인에 의해 달란트가 맡겨짐, 주인이 자신의 종으로 인정함- 그 결국은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강사님께 개인적으로 질문을 했다. 교회의 담임목사님께 여쭤보라고 대답하셨다. 결국 그 고민은 해결할 수 없었다.

어느 설명도 만족되지 않음으로 인한 고민

표면적인 내용에 의하면 모순이 분명하는 구절들을 접하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양자가 다 성경의 가르침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면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성경이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생각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중선택사상을 통한 풀이도 마찬가지였다. 고린도전서의 앞뒤 문맥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었다. 성경은 각 권별로 쓰였고 각 교회에게 전달되었다. 고린도전서를 받은 교회는 이중선택사상이라는 생각을 할 여지가 전혀 없다. 그들이 받은 편지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에이 내가 알 수 없는 신비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기면 되겠지만 그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런 것을 신비라는 이름으로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겨졌다. 칼뱅의 예정론이나 삼위일체와 관련하여서 신비라를 이름으로 얘기되면서 그냥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풀기 위한 수고

표면적으로 명백하게 모순되는 내용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목사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면서 수용되지 않는 설명들을 그냥 수용할 수는 없었다. 정말 연구를 하고 달리 방도가 없다면 그냥 성경이 내용적으로 모순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신앙양심에 부합된다고 생각하였다.

나름대로 깊이 연구를 하였다. 성경 본문, 기독교 강요, 구원론에 관한 양쪽의 입장을 진술한 책들을 살폈다. 그 결과 내용적으로 모순이지 않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앞에 언급한 여러 방식과는 달랐고 그 결론에 있어서 모순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출판한 <닫힌 성경 열기>에 그 내용을 담았다. 6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한 분들이라면 분명히 도움을 될 것이다. 그냥 별다른 생각없이 성경을 읽거나 설교 또는 가르치는 경우라면 재미없을 수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6장만 소화하면 시간과 물질 투자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뽑아낸다고 생각한다. 6장을 읽고 다른 부분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읽으면 되리라고 생각한다. 6장은 일반적인 설교와 직결되어 있어서 쉽게 읽힌다.

6장에는 현실 생활에 있어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진술도 있다. 개인의 인격이 어떠하여야 하며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오늘날의 사회에서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신자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신자가 추구하여야 할 삶의 방향은 어떠하여야 하는가.

목사라면

말씀사역자인 목사, 특히 제시한 몇 방식으로 이제까지 지내온 목사라면 꼭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선생된 자로서 더 큰 심판을 받는다는 야고보서의 진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맥에 의하면 심판의 내용이 말인데, 결국 설교와 가르침이 성경의 진술과 부합하느냐 아니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목사에게 전적으로 책임지울 수는 없다. 성도들이 각자 “그러한가?”의 자세를 가지고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

만약에 설교를 잘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근거 자료가 제시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이제까지는 그 무엇보다도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료를 읽고 연구하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에 내가 목사가 아닌 성도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만의 생각인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접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 현실이 바뀌면 교회의 모습도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