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마음도 고쳐주고, 몸도 고쳐 주고.
(2011년 10월 22일, 토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회 갈 준비를 한다.
5시에 시작인데 벌써부터 마음은 성전에 가 있다.
이곳에서 크리스찬들만이 모여 새벽기도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곳은 구원의 방주이다.

히말라야 설산에 수천 년 동안 묻혀있던 노아의 방주는
랑탕계곡 물에 세차게 흘러내려 박타풀 분지에서 승객을 싣고 있다.
예수께서 곧 나팔 소리와 함께 천군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강림하실 때
구원의 방주에 탄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아! 아니 이미 우리 영은 예수와 함께 하늘나라에 있다.
하늘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는 것이 아니요 이미 내 마음에 와 있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봐야
고향과 가족의 품이 얼마나 소중한줄 알게 되듯이.
우상의 소굴에 있어보니, 교회가 귀한 줄 알게 되고 그리워진다.

새벽부터 거리에 진동하는 제사향내를 피하기 위해
코를 틀어막고 기도회 모임에 간다.

먼저와 앉아 있는 챤드라 목사 옆에 가 자리를 잡는다.
합심기도가 끝나고 서로 기도제목을 주고받는 짝기도 시간이다.
챤드라 목사는 특별히 자기와 부인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다.
그의 기도부탁에는 자기들도 좀 치료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기도회 후 서로 농담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로 금방 진전되다.
라형제의 신분이 궁금하여 확인 질문 해 본다.

“그가 정말 마오이스트이며 공산주의자 입니까?”
“공산주의자는 아니고 과거에 마오이스트였다가 지금은 물러났답니다.”

챤드라 목사는 이를 절대 교인들한테 비밀로 하란다.
교인들이 알면 큰일 난단다.
마오이스트 들은 이들에게도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나 보다.

어쨌든 다행이다.
라형제가 지금은 마오이스트가 아니라니 안심이다.
지난 번 무슨 이야기 하다가
자기가 전에 마오이스트의 지역장을 했었다는 말이 기억난다.
그 말을 들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그들이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였는지 몰랐다.
그와 함께 행동하던 사람 중에 한 명이 국회의원이 되었고,
두 명이 현직 장관이 되었다는 말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었다.
그러나 챤드라 목사는 그가 마오이스트였다는 말을
절대 비밀로 할 정도로 바짝 긴장한다.
그 사실이 교인들에게 알려지면
앞으로 나도 교회에 드나들기 힘들 것 같은 염려에서 하는 말이다.

마오이스트 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작된 교회와 크리스천들이다.
마오이스트들 가까이 있는 마을은 지금도 교회를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서 라형제는 계속 자기는 기독교인이 되지 않고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 무종교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나보다.

그러나 라형제는 내가 네팔에 약 40일 정도 머무는 동안
나의 팔다리가 되어 적극적으로 나의 봉사활동을 후원하고 도왔다.
한 번도 자기를 내세우거나 주장하지 않았고
내가 하자는 대로 순종하고 협력하였다.
그는 분명히 지금은 마오이스트가 아니다.
특별한 직장이 없고 경제적으로 좀 어려워서 그렇지
금번 나의 사역을 도우며
내 옆에서 평생 봉사활동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한 적도 있다.

그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실한 교인만 된다면
나무랄 데 없는 좋은 동역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를 계속 격려하고 지켜봐 주는 게 최선책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뜨거운 촛불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녹이지 못하나
그리스도의 사랑은 아무리 완악한 마음도 녹일 수 있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

챤드라 목사가 금방 헤어지게 됨을 아쉬워하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다음에 오면 꼭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많은 지역에 봉사할 수 있도록 소개하겠으니
꼭 다시 오라고 신신당부한다.

오전 10시, 다시 토요일 대예배로 모인다.
라형제가 수염을 깎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예배에 참석하다.
내 옆에 앉아 중요한 말이 있으면 통역도 해준다.

예배가 끝날 즈음 교회 장로님이 앞에 나와 광고를 하고
교인 모두가 합심기도를 한다.
그때 라형제가 통역을 하지 않아 장로가 무슨 광고를 하였는지 몰랐는데
예배를 마친 후 교회 마당에서 성도들과 교제를 나누며
성가대장 부인으로부터 알게 되다.

장로님의 광고는,
한국에서 마음도 치료해 주시고 몸도 치료해 주시는 목사님이 오셨는데
금번에 우리 교인들은 한 명도 치료를 받지 못했으니
다음번에 꼭 다시 오셔서
우리 교인들을 치료하게 해 달라고 다함께 합심기도 하자는 광고였다고.
그리고 이어 전 교인이 한목소리로 나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였던 거였다.

그 말을 들으니 코끝이 찡 해진다.
진작 만났더라면 좋았을걸.
나도 기도한다.
“주님,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이들의 상한 심령과 아픈 몸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성도들과 교제를 하다 보니
이 교회는 박타풀 시내에서 제일 큰 교회였다.
어쩐지 예배시간에 보니 교인들이 의자도 없는 바닥에
빽빽하게 빈틈없이 앉아있다.
이 교회는 챤드라 목사가 27년 전에 외국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개척한 교회로
현재 교인수가 약 400여명 모이는 대형교회이다.

그리고 교회 재정을 맡고 있는 성가대장 부인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큰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께서 사례비를 한 푼도 안 받으신다고!
교회 일을 하는 풀타임 스태프들이 열 명이나 되어
담임목사님 드릴 사례비가 없단다.

그러면 사택운영비, 전기세, 공과금, 자녀 교육비, 도서비 등은
교회에서 지불하는가?
그것도 일체 지불하지 않는다.
그럼 제단에 바친 쌀과 곡식 등은 누가 먹는가?
그건 모두 교인들이 교회에서 소비하지 목사님께 안 드린다.

그럼 담임목사님은 무얼 먹고 사는가?
아마 싱가포르에서 오는 선교비로 사시는 것 같다.

그럼 스태프들은 얼마나 받는가?
성가대장이며 교회 상근 직원인 자기 남편이 4000루피(한화 약 8만원)
교회 사무원인 자기가 3000루피(한화 약 6만원) 받는다.
그 중에 하우스 렌트비 매월 4000루피 주고
전기, 수도 및 기타 공과금 1000루피 주고나면
별로 쓸 것이 없다고!

이런 입장이니 담임목사가 사례비를 달랄 수도 없는 처지다.

그만한 희생이 따르니 이 혼란한 우상의 도시에 교회가 일어서지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어디든지 피 흘림이 없이 전해지는 복음이 없다.
특히 기독교를 박해하는 비기독교 국가에서 선교를 하는 것은
모든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고난의 십자가 길이다.
내 집을 가지든가 자가용을 타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다.
언제 붙잡아 갈지 모르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곳에서
그저 예수처럼 바울처럼 집도 없이 떠도는 순례자의 삶도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한 알의 씨앗이 되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복음의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없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주일 예배시간에도 역시 평범한 아저씨처럼 차리고 나와
평신도들과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가
설교만 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챤드라 목사를 보면서
2천 년 전 예수께서 당신을 따르던 무리들에게 보여주셨던
겸손하시고 온유하신 모습을 보는 듯하다.

저녁에 라형제가 부인과 삼겹살을 사가지고 왔다.
내일 아침이면 이곳을 떠나므로 송별파티를 하려는가 보다.
요즈음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중이라
돈이 많이 필요 할 텐데 돈을 또 썼다.

라형제의 탁월한 요리솜씨로 행복한 삼겹살 파티를 마치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다.

한국에서 선교체험을 하기 위해 함께 오셨다 일찍 귀국하신 장로님이
먼저 가시면서 내 손에 지켜주고 가신 미화 100불,
안 쓰고 잘 간직하고 있던 것을 미리 봉투에 넣어 준비해 두었다가
어두운 밤 돌아가는 라형제의 부인에게 꼭 지켜주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